[방송기술저널=신준호 SBS 송출기술팀 매니저] 방송기술교육원에서 ‘ATSC 3.0 전문가 양성 과정’이라는 이름으로 해외 교육 신청을 받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전문가 칭호를 들을만한 재목은 되지 못한다고 자책했기에 지원할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주위 선배님들의 적극적 지원 사격에 나도 모르게 욕심이 생겼고, ‘송신소에 4년간 근무하면서 UHD 전문가 양성 시도(?)는 해봐야 하지 않겠나’하는 생각을 하는 찰나, 어느덧 나는 자기소개서 7000자를 적어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결과 발표 날 감사하게도 나를 최종 8명 안에 선발해줬고, 그렇게 나는 일주일간 독일 리히테나우(Lichtenau)로 떠나게 됐다!
리히테나우는 독일 서쪽 끝에 붙은 작은 도시로, 이번 교육을 담당한 LS telcom이라는 회사가 있는 곳이다. LS telcom은 2000년에 정식 설립된 회사로, 그 시작은 창업주 2명의 이름 첫 알파벳을 따 L&S Hochfrequenztechnik(High–Frequency–Technique)을 설립한 1992년부터다. 전 세계 열 군데에 지사를 두고 있으며, 총 25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세부적으로는 전문 컨설팅, 교육, RF 구축 및 설계, 측정, 시스템 통합 등을 제공하고, 종합적 주파수 관리 및 모니터링 솔루션을 제공하는 일을 한다.
건물 사진의 오른쪽이 LS telcom 회사의 Training Academy고, 여기서 5일간 해당 교육을 받았다. 애초에 ATSC 3.0 기술에 대한 표준과 실제 사례를 많이 기대했지만, 교육 내용이 RF 전반을 아우르고, 주파수 설계 및 조정(Frequency Planning and Coordination) 이론과 사례, 그리고 시뮬레이션 툴 위주의 내용이 대부분인 것은 미리 감안을 해야 했다. 하지만 전체 내용의 분량과 깊이, 강사들의 높은 수준과 친절한 설명 그리고 그들이 보유한 시뮬레이션 툴의 강력함은 충분히 이 5일간의 교육을 알차게 만들었다. 나는 교육 내용 중 주파수(방송망) 설계 시 고려할 점, ATSC 3.0에서 고려해야 할 특징을 언급하고자 한다.
Broadcast Planning Basics
지상파 방송망 운용자의 한 사람이라면, 매번 정해진 날짜에 RF 장비가 무선국 규정을 준수하는지를 확인하는 무선국 검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주파수라는 것은 한정된 자원이고, 우리는 이미 수많은 서비스로 꽉꽉 채워 사용하고 있다. 그만큼 새로운 전파 서비스를 시행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이를 판가름 짓는 척도가 이 주파수 설계 (Frequency Planning) 과정을 올바르게 진행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파수 설계의 요소에는 가장 먼저 송신기 및 안테나 데이터가 있다. Site 좌표(Coordinates), 주파수, 전력(ERP; 실효복사전력), 안테나 패턴, 안테나 설치 높이, Site 고도, 변조 파라미터 등이 해당한다. 이들 자료는 나중에 시뮬레이션 툴을 사용할 때 아주 기본 내용이 된다.
그리고 전계 강도를 예측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시뮬레이션 모델이 있다. 각기의 모델은 고도 정보, 지형 이용 정보, 인구 분포 등의 정보에 대한 해상도(Resolution), 정확도(Accuracy), 활용 가능성(Availability)에 따라 그 가격이 천차만별인데, 크게 지형 요소(Digital Terrain Models, DTM)를 반영하는 것과 아닌 것으로 구분한다. 전자는 회절, 분산, 반사 등의 특성과 함께 지형 세부 고도와 이용 형태(Land Use) 특성도 반영할 뿐만 아니라, 2D 외에 3D 모델도 지원하는 것으로, Epstein-Peterson, Longley&Rice, IRT, Okumura-Hata 모델 등이 있다. 후자는 입사 전계 대비 유도전압의 비로 계산되는 안테나의 유효고(Effective Height) 정도만을 고려해, 안테나로부터 멀어지면서 전계 강도의 감소하는 패턴이 전자와 비교하면 훨씬 단조롭다. 그 예로 ITU 370 모델 등이 있다.
Wave Propagation Phenomena
전파가 자유공간으로 퍼지면서, 자유공간 경로 손실, 대기 손실, 회절 손실 등의 특성이 나타나므로 이를 고려해야 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전파의 특성인 굴절(Refraction), 반사(Reflection), 분산(Scattering), 회절(Diffraction) 등이 그에 해당한다.
매질의 특성이 달라지면 굴절률이 달라지면서 전파는 굴절하게 된다. 특히 대류권에서는 고도에 따라 기체의 밀도가 달라지면서 전파의 굴절이 일어난다. 이 때문에 지구 평면을 기준으로 전파의 도달 거리가 더 길어져, 기하학적 수평선보다 전파의 수평선이 더 멀리 있는 결과를 낳는다. 대류권의 굴절률 변화는 매우 다루기 까다롭기 때문에 이를 보상해주는 K-factor를 추가해 굴절률의 변화를 생략할 수 있다.
반사는 전파가 진행하다가 만난 전기적 특성이 다른 물체의 표면에서 발생하거나, 전파의 파장보다 큰 장애물을 만났을 때 발생한다. 대부분의 경우에 전력의 일부만이 반사되고, 나머지는 굴절 등으로 투과한다. 이 반사 과정으로 인해 전파의 편파가 바뀔 수도 있다.
실제로는 송신기로부터 나온 전파가 직접파 외에 수많은 반사파로 인한 Multipath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ISI(Inter-Symbol Interference)를 야기할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분산은 전파가 도달한 면의 매끈하지 못한 굴곡으로 인해 여러 방향으로 전파가 퍼지는 현상인데, 계산이 워낙 복잡해 시뮬레이션 툴에서도 많이 고려되지 않는 부분이다.
회절은 LOS(Line of Sight)가 보이지 않아도, 장애물 뒤로도 전파가 도달할 수 있는 특성이다. 회절하면서 그 전력의 손실이 발생하고, 주파수가 높을수록 회절에 의한 손실은 커진다. 이런 장애물은 시뮬레이션에서 긴 작대기와 같은 Knife-edges 모델로 구현될 수 있다.
Interference Theory and Planning Standards
새로이 송신기를 구축한다고 가정하면, 해당 송신기는 요구되는 Coverage를 충족하는 동시에 현재 존재하는 RF 네트워크망에서 추가 간섭 발생을 최소화하는 것이 주파수 설계의 가장 기본 철학이다.
커버리지를 구하는 방법은 위 그림을 참고하자. 기본적으로 Noise Level이 있을 것이고 여기에다가 변조된 신호의 C/N(Carrier to Noise Ratio) Level을 더하면 Minimum Field Strength를 구할 수 있다. 여기서 커버리지는 이 Minimum Field Strength보다 큰 송신기의 Wanted Field Strength에 해당하는 영역이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과정의 반복을 주파수 설계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에서는 손쉽고 빠르게 계산할 수 있고, 여러 송신기가 근접해 간섭이 심한 상황에서도 Protection Ratio 등을 추가해 쉽게 구할 수 있다.(Protection Ratio는 원하지 않는 신호 대비 원하는 신호의 비의 최솟값을 의미) 또한, 간섭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Antenna Directivity Discrimination(안테나 지향성을 이용해 분리), Polarization Discrimination(편파를 이용해 분리)도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할 수 있다.
ATSC 3.0 Characteristics
ATSC는 Advanced Television Systems Committee의 약자로, 1983년에 설립된 디지털 텔레비전 표준 개발 단체로서, 현재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의 북미국가와 괌, 북마리아나 제도 등의 미국령 국가, 그리고 한국이 ATSC 표준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은 유독 미국의 표준과 인연이 깊은데, 아날로그 시절의 NTSC, DTV 표준으로 사용되고 있는 ATSC를 거쳐, ATSC 3.0을 UHDTV 방송 표준으로 확정했다. 넷째 날에는 이러한 ATSC 3.0을 시뮬레이션 툴에 적용하기 전, 세부 특징 및 기술 등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ATSC 3.0은 HEVC, OFDM, Multiple PLP(Physical Layer Pipes), Flexible Bit Rate, QPSK-4096QAM을 통한 Flexible Coverage를 특징으로 한다. 작은 화면(HD)과 큰 화면(UHD)을 동시에 서비스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고효율 압축인 HEVC가 가능하고, 고명암비(HDR)와 광색역(Wide Color Gamut, WCG)을 지원한다.
OFDM(Orthogonal Frequency Division Multiplex) 가 적용되면서, 이전에는 모두 간섭 요인으로 작용했던 Multipath 신호가 GI(Guard Interval; Time slot between symbols)를 통해서 원하는 신호 레벨을 증가시킬 수 있게 됐다. 또한 유연하면서도 에러에 강인한 전송 시스템으로서, 전송 용량(Capacity)과 강인성(Robustness)을 서로 조절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모바일 수신이 가능하고, Bit Rate와 Coverage도 상호 조절이 가능하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던 OFDM을 통해 SFN(Single Frequency Network) 및 동일채널중계기(On-Channel Repeater) 적용도 가능해졌다.
Channel Coding으로는 Outer Code로 BCH(Bose–Chaudhuri–Hocquenghem code)를, Inner Code로 LDPC(Low-Density Parity-Code)를 사용한다.
CHIRplus_BC of LS telcom
교육 마지막 날에는 LS telcom 사의 방송 전파 시뮬레이션 툴인 CHIRplus_BC를 사용해서 우리나라의 지형도를 띄워놓고 각자 운용 중인 UHDTV 송신기의 데이터를 입력한 후 직접 시뮬레이션을 해봤다. 기존에 지상파 3사가 주로 사용하던 ICS 시뮬레이션 툴은 필자가 사용해보지 못해서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CHIRplus_BC를 사용한 결과만을 보아도 사용자가 입력하는 정보가 정확하고 지형 정보를 제공하는 지도의 Quality만 충분히 높다면, 사용자가 원하는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매우 편리하게 얻을 수 있고, 그 결과 또한 신뢰도가 매우 높다. 지도를 개별 구매해야 하는 점은 번거롭지만, 그 활용도와 완성도를 놓고 보자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외에도 장파, 중파, 단파의 Propagation 특성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DVB-T2 이후에 진행된 FeMBMS(Further evolved Multimedia Broadcast Multicast Service), Tower Overlay 기술, 그리고 5G Today 등의 새로운 시도도 소개됐다. 또한, 최근 많이 활용되고 있는 드론을 이용해서 전계 강도 및 안테나 패턴을 측정하는 기술도 소개됐다. 또 많은 내용이 이어졌지만, 여전히 산적한 미진한 부분은 일주일을 함께 했던 SFN 전문가 선배들께서 메워 주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마지막으로 알차고 다양한 교육을 진행해준 독일 LS telcom사 강사 및 관계자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사전 교육뿐만 아니라 독일 현지 교육 커리큘럼 조정에도 많은 도움을 주신 배상현 JNS 이사님은 현지에서 고생을 너무 많이 하셔서 특별히 고맙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한다. 그리고 귀하디 귀한 해외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준 방송기술교육원에도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한다. 가능하다면 차후 교육에서는 여러 선배님과 후배들이 ATSC 3.0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기를 조심스럽게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