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MHz 주파수 방송용으로 할당해야

[기고] 700MHz 주파수 방송용으로 할당해야

요즘 국회와 미래창조과학부, 통신산업계와 방송산업계 사이에 700MHz 주파수 할당문제로 대립하고 있다. 텔레비전 방송의 디지털 화로 인해 아날로그 TV 시대에 사용하던 극초단파 일부 주파수가 남아 모처럼의 여유인 이른바 ‘TV 화이트 스페이스’(TVWS: TV White Space)가 생김에 따라 이 중 700MHz 대역을 미래창조과학부에서는 주로 이동통신 용으로 할당하려는 계획이고, 방송업계에서는 차세대 가전의 성장동력으로 떠오른 초고해상도 텔레비전(UHDTV)의 전국 방송용으로 할당하라는 요구이다. 정부에서는 이동통신 용으로 할당할 경우 주파수 경매에 따른 국고수익을 염두에 두어서인지, 거대한 이동통신 3사의 강경한 요청에 못 이겨서인지 이동통신용으로 결정하였다가 국정감사의 압박에 따라 일단 뒤로 물러섰다. 애당초 미래창조과학부의 정책은 장기안적이고 합리적인 결정이 못되고 근시안적이고 매우 불합리한 면이 있는바 전파통신 전문가로서 제안을 하고자 한다.

전파자원은 현대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무형의 자원으로서 통신, 방송, 군사, 우주 등에 필수적인 수단이며 공공성과 국제성 그리고 제한성을 지닌다. 불과 120년 전에 발견된 전파는 전자공학의 발전과 통신기술의 개발로 인하여 처음에 가장 낮은 대역인 장파를 시작으로 주파수가 부족하자 중파, 단파, 초단파(VHF), 극초단파(UHF), 마이크로웨이브의 순서로 기술을 발전시켜 점차 높은 주파수대로 이전해왔던 것이 전파공학의 역사이다. 현대에 들어서 주파수 부족사태가 발생하였는데 특히 21세기에 들어서 휴대전화와 무선 인터넷의 보편화로 사용대역폭이 증가하고 통신량이 폭주해 주파수 고갈현상은 극심해 졌다. 현재의 전파기술로는 3~30GHz인 초극초단파(SHF: Super High Frequency)까지 실용화 되어 활발히 사용되는 높은 주파수 한계는 약 30GHz까지이다.

하지만 전파공학자들은 이보다 더 높은 미개척지인 30~300GHz 대역의 새로운 주파수 대역을 활용하고자 열심히 연구하고 있는데, 이 대역은 파장이 1mm~10mm 범위이므로 이를 밀리미터파(milli-meter wave) 또는 EHF(Extremely H.F.)라고 부르는데, 이는 인류의 가지고 있는 마지막 전파자산이다. 그보다 더 높은 주파수는 적외선, 가시광선, 자외선의 순으로 전파라기 보다는 이미 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밀리미터파는 그 주파수가 30GHz부터 300GHz까지로 폭이 무려 270GHz이나 되어, 인류가 지금까지 사용하던 장파부터 초극초단파까지의 전체 대역폭인 총 30GHz 넓이의 무려 9배가 되는 광대한 대역으로 도로로 친다면 수퍼 하이웨이인 셈이다.

여기서 결론을 먼저 말한다면, 새롭게 생기는 TV 화이트 스페이스의 황금대역 700MHz는 이동통신 같은 통신용으로 할당하기 보다는, 협대역으로 가능한 국가안전 및 재난통신용 일부를 제외하고는 UHDTV의 전국방송용으로 우선배정 해야 한다. 이동통신 가입자수는 이미 포화상태이어서 작년도에 이미 세계 인구보다 많은 휴대전화 71억대가 보급되었고, 우리나라 가입자수도 금년도에 인구보다 많은 5600만대로 포화상태인 반면, 국내 인구는 정체 또는 감소추세이므로 더 이상의 주파수 할당을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더구나 현재의 이동통신 전송특성은 4세대 LTE-A로 최상의 수준에 진입했으며 서비스 품질도 만족할 수준이다.

게다가 더욱 중요한 사실은 현재 국제적으로 개발중인 5세대 이동통신은 앞서 언급한 밀리미터파 주파수인 약 30GHz를 사용할 예정이며 불과 수년 후인 2020년도 실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얼마 전 삼성전자도 이미 5G 휴대전화 시제품을 개발했다는 발표도 있었다. 5세대 이동통신이 본격화 하면 현재 셀루라용으로 할당된 800MHzPCS용 등으로 할당되어 있는 2GHz대 주파수까지도 회수되어 밀리미터파로 통합해야 할 가능성도 크다.

5세대의 밀리미터파 이동통신이 되면 영화 한 편을 1초에 다운받는 꿈의 이동통신이 될 것이며 주파수가 극히 높고 파장이 짧아 현재의 기지국 셀(cell) 크기보다 작은 마이크로 셀로 촘촘해져 기지국 수는 증가하겠지만 전파의 도, 감청이 어려워 보안성이 향상되고 주파수 재사용(reuse)이나 빔(beam) 다중화 등이 가능해져 효율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곧 도래할 밀리미터파는 개인 휴대전화나 개인 근거리통신망(PAN) 등에는 적격이지만, 광활한 지역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보편적인 방송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UHDTV에는 절대로 부적합하다. 그러므로 이동통신은 밀리미터파에, TVWS 주파수는 방송용과 일부 공공통신용으로 할당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올바른 결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