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2016년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한 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는 움직임이 가파르다. 국내 방송가 역시 지난 한 해를 차분하게 돌아보고 2017년을 맞이할 준비가 한창이다. 지난 1년간 국내 방송가는 다양한 화제로 떠들썩했다. 상반기는 SKT와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 지상파방송의 VOD 공급 중단, UHD 방송표준 및 2017년 본방송 확정이 화두였다면 하반기는 단연 한한령(중국의 한류 콘텐츠 불매), 리우올림픽, 지상파 재전송 가이드라인 제정 등이 화제의 중심이었다.
SKT-CJ헬로비전 인수합병 무산
올 한 해 국내 방송가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SKT와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 성사 여부였다. 2015년 말 갑작스럽게 발표된 SKT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선언은 국내 1위 케이블TV MSO와 1위 이동통신 사업자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왔다. 만약 이들 2개의 사업자가 인수합병에 성공한다면 말 그대로 국내 최대 규모의 거대 방송 사업자 탄생으로 국내 방송계의 판도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세간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방송업계, 정부 부처, 학계, 언론계까지 찬반으로 진영을 나눠 논쟁에 뛰어들면서 2016년 상반기 내내 SKT-CJ헬로비전 인수합병 이슈가 방송가를 지배했다. 하지만 큰 관심에도 불구하고 SKT-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인수합병 불허를 선언하면서 다소 싱겁게 결론이 났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이 내려지면 본격적인 인수합병 심사를 논의하려고 기다렸던 미래창조과학부는 손써볼 틈도 없이 논의가 종결되는 사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SKT와 CJ헬로비전의 방송권역을 지역별 시장으로 획정하고 CJ헬로비전의 23개 방송권역 중 SK텔레콤과의 결합 후 시장점유율 합계가 1위인 지역이 21개가 된다는 판단에 따라 방송권역별 유료방송 시장에서 경쟁이 제한될 우려가 높다는 이유로 SKT-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을 불허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양사의 인수합병 불허를 결정함에 따라 유료방송 담당부처인 미래부도 유료방송발전연구반을 개최하고 향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유료방송발전연구반에서는 케이블TV와 IPTV 등 유료방송플랫폼의 산업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 공정경쟁 환경 조성(허가 체계, 소유 겸영, 사업 권역, 결합상품, 대가 분쟁), 시청자 후생 제고(디지털 전환, 지역성 강화), 산업적 성장 지원(요금 구조 개선, 서비스 혁신) 등에 관한 다양한 제언이 이뤄졌다. 비록 SKT와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은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에 의해 무산됐지만 통합방송법의 제정이나 유료방송발전연구반의 제언 등에 따라 소유 겸영에 관한 규제 완화가 추진될 경우 언제라도 케이블TV와 IPTV의 인수합병이 재시도될 가능성이 높다. 유료방송의 인수합병 문제는 언제라도 재점화가 가능한 폭발력 있는 이슈로 한동안 이목의 대상이다.
<태양의 후예>의 인기와 한한령
<태양의 후예>가 공전의 인기를 끌면서 지난 상반기 한류는 상종가를 맞이했다. 중국 내 한류 인기로 방송 콘텐츠 수출이 호황을 맞았다. 하지만 이러한 중국 내 한류의 인기몰이는 정부가 사드 배치를 결정한 이후 중국 정부가 우리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보복으로 한류 콘텐츠 유통 금지령이라는 소위 ‘한한령’(限韓令)을 들고 나오면서 적신호가 켜졌다.
물론 한한령을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다. 하지만 중국 언론들이 한류 금지령인 ‘한한령’을 기정사실화하고 대대적인 보도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실제로 중국 광고에 등장하던 한국의 인기스타들이 줄줄이 광고에서 하차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상반기는 한국 연예인의 중국 프로그램 출연 자체를 금지했다거나 방송 허가가 난 프로그램의 경우는 출연 장면을 편집하거나 인터넷으로만 방송하라는 결정이 내려졌다는 식의 소문만이 무성했지만, 하반기는 아예 한류 콘텐츠의 사전 심의를 신청했지만 아직 통과한 작품이 없는 실정이다. 또한 중국과의 방송 제작 교류가 중단되거나 미뤄지는 사태도 줄을 잇고 있다. 업계에서는 사드 배치에 대해 중국 정부가 보복할 것이라는 소문이 소문에 머물지 않고 현실화되고 있음을 체감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아직 공식적인 지침을 내렸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점에서 사드 배치에 따른 일시적인 한류 콘텐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의 확산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미디어 총괄기구인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 한국 스타들의 중국 공연과 한국 영화의 중국 상영을 승인치 않고, 유쿠(優酷), 아이치이(愛奇藝)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업체에 한국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등에 대한 신규 업로드를 자제하라는 협조통지를 내린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한령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중화 문예 부흥 선언을 하면서 2017년 한한류의 강도는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UHD 방송 기술 표준 및 2017년 본방송 확정
논란을 이어오던 지상파 UHD 방송의 표준 방식이 정해졌다. 지난 9월 미래부는 지상파 UHD 방송 표준 방식과 기술 기준을 정한 ‘방송 표준 방식 및 방송 업무용 무선 설비의 기술 기준’을 북미식(ATSC 3.0) 방송 표준 방식으로 확정했다. 북미식 방송 표준 방식은 지상파 UHD 방송 표준 방식 협의회에서 유럽식 표준(DVB-T2)과 비교 검토해 국내 환경에 보다 적합하다고 미래부에 건의한 것이다. 북미식이 유럽식보다 전송 성능이 더 우수하고, 인터넷(IP) 기반 통신과 융합된 방송 서비스를 활성화할 수 있으며, TV 이외에 다양한 단말기 및 글로벌 장비 시장 확보 측면에서 유리하다.
2015년 지상파 UHD 방송 도입이 결정된 이후, 2016년 미래부는 700㎒ 주파수 대역의 지상파 할당을 승인하고 2017년 수도권 지상파 UHD 방송을 필두로 전국적인 지상파 UHD 방송 서비스 제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상파 UHD 방송은 2017년 2월 수도권 지역을 필두로 순차적으로 개시된다. 수도권의 경우 2017년 2월부터 KBS, MBC, SBS가 세계 최초로 지상파 UHD 본방송을 시작한다. EBS는 일산 신사옥 이전 이후인 2017년 9월부터 지상파 UHD 본방송을 시작한다.
광역시권(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과 평창 동계올림픽이 개최되는 평창과 강릉 지역은 2017년 12월부터 지상파 UHD 방송이 제공된다. 시․군 지역은 2021년까지는 지상파 UHD 전국 방송을 시작한다. 지상파 UHD 도입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지상파 UHD 본방송이 시작된 10년 뒤인 2027년에는 현재의 HD 방송이 종료될 전망이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지상파 UHD 방송의 활성화를 위해 지상파 방송사들도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우선 지상파 방송사들은 ‘UHD코리아’를 설립해 UHD 방송의 활성화에 전력을 다하기로 했다. UHD코리아에서는 지상파 UHD 방송의 직접 수신이 가능한 환경 조성을 위해 가전사가 UHD에 안테나를 내장할 수 있도록 정부 정책을 이끌어 내고 있다.
지상파 재전송 가이드라인 제정과 지상파 VOD 공급 중단 사태
새해 벽두부터 지상파방송의 VOD 공급을 놓고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TV가 격돌했다. 양사는 2015년 말부터 지상파 VOD의 대가 산정 방식 등을 두고 의견이 엇갈려 합의점을 찾지 못하다가 2016년 1월 1일부터 케이블TV가 지상파 VOD 서비스 중단을 선언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상파 3사와 케이블TV 업계는 VOD 가격 인상, 가입자당 대가(CPS) 도입 여부, 지역 케이블TV에 VOD 공급 여부 등을 놓고 협상을 벌여왔는데 VOD 대가 지급 방식으로 기존의 정액제 지불 방식을 가입자 수에 기반한 CPS 도입 방식으로 변경하는 것과 지역 케이블TV에 VOD 공급 여부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지상파 VOD 이용료 협상과 관련해 케이블TV 업계는 가격 인상 요구에 대해서는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한편 모든 가입자가 VOD를 이용하는 것도 아닌데 무조건 가입자 수를 바탕으로 가격을 책정할 수는 없다는 논리를 내세워 지상파 콘텐츠에 대한 TV 다시 보기 VOD 서비스를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2016년 고질적인 국내 방송가의 분쟁 거리였던 재전송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지상파 재전송 가이드라인 제정과 방송유지명령권을 처음 발동하는 고무적인 성과도 있었다. 우선 매년 반복되고 있는 지상파방송 재전송료 분쟁의 해결을 위해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부가 공동으로 지상파 재전송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섰다. 지상파 재전송 가이드라인은 지상파 재전송 협상의 양 주체인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 방송사 간의 원만한 협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협상 절차에 관한 내용을 주로 담고 있다. 지상파 재전송 가이드라인 마련으로 향후 재전송 협상 과정에서 일방의 협상 거절이나 미온적 협상 태도로 인해 분쟁이 발생할 시 소송 등으로 해결하던 방식을 개선하고 사전에 관련 부처가 협상을 중재하고 관여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지상파 재전송료 분쟁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또한 지난 10월에는 MBC가 재송신료 갈등을 빚고 있는 스카이라이프에 대해 내달 4일 채널 공급 중단을 예고하고 나서자 방통위가 방송유지명령권을 발동했다. 방송유지명령권은 채널 공급 중단이 임박하거나 실제 중단될 경우 방통위에서 방송 유지 또는 재개 명령권을 발동하는 것으로 지난해 개정한 방송법 제91조의 7(방송의 유지‧재개 명령)에 의거해 방통위는 지상파 방송 채널의 공급 또는 송출이 중단되거나 중단될 것으로 사업자 또는 시청자에 통보된 경우 30일 이내의 범위에서 방송 채널의 공급 또는 송출의 유지‧재개를 명령할 수 있다. 명령은 한 차례, 30일간 연장 가능하다. 이번 방송유지명령권의 발동은 재송신 관련 분쟁으로 인해 방송이 중단되는 등 시청자 피해를 막기 위해 방송의 유지‧재개 명령 제도를 도입한 이후 처음이다.
리우올림픽 광고 판매액 저조-런던올림픽 대비 40%
월드컵과 더불어 세계적 스포츠 이벤트인 올림픽이 리우에서 개최됐지만 시차와 성적 부진으로 광고 판매액이 런던올림픽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판매액을 기록했다.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의 리우올림픽 중계방송 광고 판매량은 사별로 평균 80억 원가량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광고 판매액이 부진했던 것은 리우올림픽이 12시간의 시차로 인해 주요 경기가 주로 심야나 새벽 시간대에 열렸기 때문에 시청률이 낮았고 기대에 못 미치는 선수단의 성적으로 인해 국민들의 관심도가 낮았기 때문이다. 과거 지상파 방송사들은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같은 대형 국제 스포츠 이벤트가 개최될 때마다 광고 특수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얻었지만 이번 리우 올림픽의 경우 기대 이하의 광고 수익을 거두면서 더 이상 대형 국제 스포츠 이벤트의 광고 특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