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하 미래공공연구소 미디어 분과위원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MMS가 본격적으로 실현되기 위한 시동이 걸리는 것일까.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의 발언과 EBS를 통한 새로운 시도의 가능성. 그리고 이어지는 지상파 방송사의 기술협약 소식들. 사실 이러한 징조는 예전부터 있었다. 바로 작년에 KBS가 제주도에서 MMS 실험방송을 했다는 점.
작년 KBS는 방송통신위원회와 제주 전파관리소로부터 실험방송 허가를 극적으로 받아내고 3달 동안 제주시 일원 및 북제주군 등 제주도 일대를 대상으로 하는 MMS를 실시했다. 물론 KBS가 진행하는 것이니 KBS의 MMS인 ‘K뷰’를 말하는 것이다. 당시 실험방송은 HD 채널 1개, SD 채널 3개 등 총 4개 채널로 실험방송이 이루어졌으며 이는 전형적인 ‘K뷰 스타일’였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KBS 2TV로 7-1번, 7-2번, 7-3번, 7-4번 채널로 나뉘어 방송되며 7-1은 기존 KBS 2TV 채널, 7-2는 기상재난 채널, 7-3은 드라마, 7-4는 다큐멘터리 채널로 제공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작년 초 실험방송 당시 어업에 종사하는 분들에게 괜찮은 반응을 받았던 기상재난 채널은 KBS와 기상청이 공동으로 제작한 날씨와 해양 기상 재난 정보가 제공되어 큰 반향을 얻었다. 실질적인 주민복지 차원에서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실험방송이 진행되는 동안 KBS는 물론 타 방송사와 가전사도 참관했다.
그런데 이 MMS를 두고 요즘 또 말들이 많은 것 같다. 바로 지상파 독과점 부분이다. 물론 예전보다 많이 누그러지긴 했으나 역으로 MMS에 대한 유료 방송의 견제구는 더욱 많아지고 있다. 시민단체에 몸 담고 있는 입장에서 사실 지상파의 독과점 문제는 미묘한 문제다. 모든 것이 한 쪽으로 쏠리면 다양성을 잃어버리고 시름시름 앓아버리고 만다. 다채롭고 활발한 그 무언가가 사회 전 영역에서 용트림을 해야 그 사회가 건강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시끄럽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부의 배분에 있어 최소한의 공평성을 견지한다면, 독과점은 절대악에 가까운 개념이 된다. 하지만 지상파는 다르다. 지상파가 무엇인가. 말들이 많지만 어쨌든 사전적 의미로 ‘공적인 미디어 서비스’를 추구하는 곳이 아닌가. 그런데 독과점의 의미로 그들을 재단하면 기타 다른 플랫폼들은 모두 절대선이 되어버리는 맹점이 있다. 절대선의 가치를 져버릴 치명적인 실패의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은 주로 강력한 공공의 선악의 문제에서 더욱 극적으로 부각된다. 경제적인 의미의 독과점. 그리고 미디어적인 의미의 독과점.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다르겠지만 지상파의 독과점은 정치적인 사안으로 해석되어야 하고 지상파 플랫폼의 독과점은 공공의 영역에서 해석되어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견해다.
이런 생각에서 보자면 MMS는 그 자체는 거의 완벽하다. 하지만 100%는 아니다. 아직 모두 청산하지 못한 독과점의 문제도 남았고 어느 정도 우리 미디어 환경에서 힘을 써야하는 다양한 플랫폼에 대한 광범위한 사회적 함의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두 가지를 분리하면 어떨까? 싶다. MMS의 플랫폼 문제에서 정치적인 부분을 과감히 떼어내 버리고, 유료 매체 특유의 특수성을 더욱 살려 경쟁력으로 키우는 방법 말이다. 유료 매체는 지상파의 아류가 아니라는 것을 이 기회에 증명해 보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성택으로 보인다. 동시에 지상파도 플랫폼 강화에 따른 MMS로 더욱 공공의 영역에 모든 힘을 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러한 내용은 이경재 방통위원장의 생각에도 상당히 묻어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이 말은 쉽지 사실 엄청나게 어려운 부분이다. MMS라는 고착화된 플랫폼이 여러 요인으로 번져나가기 시작하면 그 자체가 하나의 미디어 권력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바로 지상파의 처신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첫 째, 지상파는 자신들을 지켜보는 많은 이들의 관심이 정치적인 사안에 머물지 않도록 치열한 자기고민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는 정부와 언론이 도와야 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에 있어 실망한 많은 이들이 방송 기술 플랫폼의 영역에까지 감정이 번지는 상황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제살 깎아먹기가 따로없다. 그리고 두 번째는 지상파 내부의 의견통일이다. MMS만 봐도 지상파 내부는 서로 다른 방식의 서비스를 검토하고 있을뿐 그에 따른 결정적인 의견 통일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지금 이대로는 어렵다. 그나마 KBS의 K뷰가 나서고 있는 현 상황에, 다른 방송사들도 발전적인 사안들을 빠르게 제시해야 할 것이다. K뷰가 절대적인 MMS의 기준은 아니다. 하나의 가능성일 뿐이다. MMS를 위한 다른 방송사의 기술적 제고를 촉구하는 바이다. 세 번째는 방송 기술의 선진화다. 지상파 방송 기술은 유독 늦는 감이 있다. 시대가 변하고 방통융합의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상파 방송사는 꽤 괜찮은 콘텐츠와는 별도로 이상하게 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가 적다. 도대체 왜 이럴까?라고 혼자 곰곰이 생각해 본 적도 있을 정도다. 여기에는 방송 기술에 대한 홀대도 어느 정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을 타파해야 한다.
특히 최근 미래창조과학부의 8VSB 논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러한 새로운 논란에 대처하는 지상파의 반응은 너무 미온적이다.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지방의 작은 시민단체 회원으로서, 그리고 미디어 분야의 모니터링을 전담하는 센터 요원으로서 MMS의 출현은 그 누구보다 반가울 따름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은 편이다. 유료 매체의 반발과 방통위의 지지부진함. 여기에 지상파 방송사 내부의 정치적인 불통과 통일되지 못한 주장들. 안타깝다. 사실상 이권이 걸리지 않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쌍수를 들고 반길만한 MMS가 실험방송이 아닌 실제적인 영국의 프리뷰처럼 될지는 이제 지상파 방송사 스스로의 처신에 달렸다. 난시청 해소라는 달콤한 말 하나와 다양한 채널을 무료로 본다는 주장만으로는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안좋은 추억들이 많다는 것을 반드시 인지하기를 바라며, 지역성의 위협을 최대한 고려한 MMS의 성공적인 현실화를 기대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