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로저스 방송국 방문기

[기고] 캐나다 로저스 방송국 방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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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김준수 CBS 기술국 송출기술부 엔지니어] 9월 중순, 가을의 초입에 방송기술교육원에서 주관하는 ‘글로벌 IP 신기술 표준 전문 탐구 과정’에 참가했다. 캐나다의 IP 방송 장비 선도 기업인 ‘Evertz’의 교육을 받는 일정이었는데, 교육 과정 중에 IP 시스템을 적용한 토론토의 통신사이자 미디어 방송사인 ‘Rogers Communications’의 방문 기회가 있었다. 짧은 방문이었지만 인상 깊었던 로저스 커뮤니케이션즈를 지금부터 소개해본다.

로저스 커뮤니케이션즈는 캐나다 3대 통신사 중 하나로 인터넷, 이동통신, TV, 라디오, 출판 등 다채로운 사업을 하고 있다. 특히 자회사인 ‘Rogers Sports & Media’는 스포츠 분야에 활발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 2000년에는 현재 류현진 선수가 소속된 MLB 야구팀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인수했고, 그 홈구장인 스카이돔까지 인수해 로저스 센터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이후 밴쿠버 캐넉스 하키팀의 스폰서까지 맡으며 내셔널 하키 리그에도 발을 들였고, 2014-15 시즌부터는 독점적인 전국 미디어 방송 권리까지 획득했다. 이렇게 확장을 이어가던 로저스는 현재 54개의 라디오 방송국, 지상파 TV, 케이블 채널,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로저스 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시내에 위치한 로저스 커뮤니케이션즈의 로저스 빌딩의 앞에 서니 건물 규모가 상당했다. 길을 건너 이어진 또 다른 건물과 그 사이를 잇는 여러 터널에서 거대 기업의 면모가 보였다. 입구의 포토존을 지나 방문객 체크를 하고, 한 층을 오르니 사내 카페와 함께 유명 팝가수들의 흔적이 담긴 액자와 앨범, 그리고 악기가 진열돼 있었다. 또한, 삶을 고취하고 동기부여에 좋을 명언이 곳곳에 적혀있어 빈 벽이 심심하지 않았고, 로저스만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Rogers Sport & Media 소유의 스포츠넷 스튜디오였다. 이 스튜디오는 북미에서 규모가 가장 큰 종단 간 IP 기반 프로덕션 시스템을 적용했는데 2021년 11월, 로저스가 NHL 시즌을 앞두고 일궈낸 결과물이었다. 코로나 팬데믹의 어려움마저 극복하고 프로젝트를 완성했다고 하니 IP 방송 시스템에 대한 상당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로저스는 이 프로젝트에서 미래 지향적 방송 허브 도입을 위해 Evertz의 IP 라우팅 코어를 선택해 IP 표준인 SMPTE ST-2110 제품군을 중심으로 설계했다. 관련 정보에 따르면, 뉴욕 허드슨 야드의 매스미디어 기업인 WarnerMedia에 새로운 IP 기반 시설을 완공한 전력이 있는 Diversified사(솔루션 설계 및 구축하는 미디어 관련 통합 서비스 업체)의 협력이 있었다고 한다. 또한, IP로의 전환 도입부에서는 멀티벤더 환경으로 장비 간 통합을 직접 수행할지, 포괄적인 솔루션 스택을 사용할지를 두고 Evertz에 자문해 IP 라우팅 코어를 배치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Evertz와의 긴밀한 협력이 IP 시스템 전환의 큰 발돋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로저스 미디어는 SMPTE 2110 IP 표준의 비준 직후인 2016년에 NMOC(National Media Operations Center)와 함께 ST 2110 기반 시설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시기상조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들은 2020년까지 조금씩 성장을 이어오다 코로나의 변화 속에서 스포츠넷 스튜디오 프로젝트로 ALL-IP 시설의 발판을 마련했다. 꾸준히 IP 전환에 관심을 가져왔기에 코로나로 인해 타 방송 시설들이 새 장비 도입에 어려움을 겪을 때, 차질 없이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한다.

도입한 IP 시스템을 살펴보면, 우선 IP 스위치(Evertz 패브릭 NAT-X, ST2110 지원)와 NMOS(방송 시스템 관리를 위한 표준)를 지원하지 않는 IP 장치 간 연결을 위해 내장 NAT(네트워크 주소 변환)를 사용했다. 또한, 멀티뷰어 솔루션은 SDI-to-IP(ST 2110) 게이트웨이와 ST 2110 모니터링에 사용했고, 미디어 프로세싱 솔루션(SCORPION)은 업/다운/크로스 전환, 지연, 비디오/오디오 및 HDR 프로세싱을 위해 사용했다. 오디오 서브 시스템으로는 Dante 오디오를 AES67 표준 기반의 ST 2110-30으로 연결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IP 시스템 전체를 총괄 운영하는 시스템에 MAGNUM(오케스트레이션 및 시스템 제어)과 VUE(소프트웨어 정의 터치패널)를 도입했다.

조정실은 UHD 및 ST 2110을 지원하는 2개의 스위처와 압축 신호 외에 ST 2110 흐름을 지원할 수 있는 멀티뷰어를 포함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다른 주요 장비로는 칼렉 오디오 콘솔, 시스코 라우터 및 스위처, 다중 디스플레이 그래픽 소프트웨어, 소니 레퍼런스 모니터도 있었는데, 장비마다 공급사가 다르기 때문에 상호 운용을 위해 타 장비 간 인식 및 연결 허용의 표준인 NMOS IS-04, IS-05를 사용했다. 신호는 1.5km의 비디오 케이블, 2.3km의 네트워크 케이블 및 1.7km의 오디오 케이블을 통해 건물 전체에 전송했다.

층을 이동해 주조정실에 도착하니 압도적인 규모의 모니터링 채널과 멀티뷰어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모니터링 규모도 특별했지만,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캐나다 지역 간 시차*였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인데, 캐나다는 6구간으로 시차 지역이 나뉘어 있었고 각 지역의 시각이 뷰어의 한 가운데를 점유하고 있었다.
* Pacific Time(밴쿠버), Mountain Time(캘거리), Central Time(위니펙), Eastern Time(토론토), Atlantic Time(헬리팩스), NFLD Time(세인트존스)

CityTV News의 경우, 각 지역의 뉴스 제작 시에 사용하는 통합 조정실은 밴쿠버에 있었다. 원격 제작 솔루션을 채택해 밴쿠버에서 타 지역 뉴스도 제작하는 것이다. 원격 솔루션은 Evertz의 다중 채널 인/디코더(570j2k 모듈)와 스케줄러, IRM(지능형 리소스 관리)을 사용해 다음에 제작할 지역의 모든 카메라 및 방송 장비를 밴쿠버 조정실과 연결하고 제어했다. 현재 밴쿠버의 PCR(Production Control Room)에서는 IP 원격 제작 솔루션을 통해 하루 8시간 분량의 뉴스를 제작하고 있다. 제작한 뉴스는 스케줄에 따라 각 지역에 방송한다.

원격 제작 솔루션을 직접 보니 시공간의 제약 탈피, 제작 인력 축소로 인한 비용 절감, 방송 장비 관리의 효율성 측면에서 굉장히 뛰어났다. IP를 도입할 앞으로의 제작 환경의 핵심 요소가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SDI에서 IP 시스템으로의 전환에 대한 현직 엔지니어들의 인식을 살펴볼 수 있었다. 기존 SDI 시스템이 익숙한 현직자들에게는 SDI 방식이 IP보다 직관적이라 ALL-IP 전환을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했다. IP 시스템의 복잡성이 높은 점, 과도기의 불안정성도 일부 있기에 인솔자도 인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차세대 IP 전환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었다. 오퍼레이터들도 아직은 생방송 제작 솔루션에서 익숙한 EVS를 선호한다고 하는데, 자꾸 접하다 보면 터치스크린 등의 인터페이스와 다양한 기능을 적용한 장비에 적응할 것이다. 앞으로 2~3년 후면 시스템에 많은 변화가 있지 않을까 싶다. 다만, SDI 세계에 익숙한 엔지니어의 인식을 IP 세계에 들여놓으려면 재훈련이 큰 숙제일 것이다.

현재 IP 방송 시스템은 상당 부분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LAN에서는 ST 2110으로, WAN에서는 ST 2022-6으로 송출한다. 아직 ST 2110으로 전환이 국한돼 있고 임베디드 신호에 익숙하지만 머지않아 전환기를 맞을 것이다. 한국의 방송사도 사마다 사정이 있겠지만, IP 전환에 대한 고민은 늘 함께하면 좋겠다. 로저스 커뮤니케이션즈 방문은 짧지만, 현장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