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일 동화IT산업대학교 부설연구소 팀장
4월부터 지상파 UHD 실험방송이 시작된다. 우선 보편적 미디어 플랫폼의 조속한 등장을 촉구했던 입장으로서 상당히 반가운 일이다. 특히 지금까지 KBS가 추진했던 2차 UHD 실험방송이 말 그대로 KBS만의 단독 모델이었던 만큼, 지상파 방송 3사가 추진하는 실험방송은 사실상 시험방송에 가깝다고 본다. 2015년 지상파 UHD 본방송을 위해서라도 의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요소가 있다는 것은 부담이다. 이 부분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일단 지상파 MMS(편집자의 요청에 따라 용어를 지상파 MMS로 통일합니다)와 같이 지상파 UHD 실험방송을 일반 시청자가 시청하기 어렵게 한 점은 아쉽다. 일반 시청자가 이번 UHDTV 실험방송을 시청하려면 기본적으로 DVB-T2방식을 수신할 수 있는 튜너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까지 유럽에서 출시된 DVB-T2 튜너들은 대다수가 HD방송용이다. 그래서 지금 추진되는 UHD 실험방송의 대역폭을 수용하지 못한다. 이에 각 지상파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역에 UHDTV를 설치해 실험방송을 실시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는 지상파 MMS에 비해 커버리지 측면에서 많이 아쉽다. 물론 기술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넘어갈 수 있지만 만약 일반 시청자들도 UHDTV를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면 향후 본격적인 정책추진에 상당한 도움이 되었으리라 본다.
또 다른 불안요소는 지상파 UHD 실험방송 기간이다. 물론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4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되는 실험방송의 기간이 다소 길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당장 4월부터 상용화에 돌입한다고 천명한 케이블 방송에 비해 지상파는 ‘이제야’ UHDTV 실험방송을 실시한다는 느낌을 줄 우려가 있다. 게다가 일각에서 700MHz 대역 주파수를 활용한 지상파 UHD 실험방송이 말 그대로 실험방송에 그칠 확률이 높다고 지적하는 만큼, 보다 확실한 로드맵을 세우기 위해 실험방송 기간을 단축하고 정합표준모델 제정에 집중하는 편이 어땠을까 상상해 본다. 물론 정합표준모델의 경우 작년 TTA에서 기술 보고서로 누락시키긴 했지만 최문기 미래부 장관이 조속한 처리를 약속한 만큼 최대한 빠른 시일안에 이뤄진다고 본다. 그러나 케이블과 위성의 UHD 정합표준모델이 이미 확정되었기에 지상파는 더욱 서두를 필요가 있다.
2014년은 굵직굵직한 이벤트의 해다. 이미 지났지만 소치 동계 올림픽이 있었으며 앞으로 브라질 월드컵과 인천 아시안 게임이 있다.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앞두면 디스플레이 시장부터 요동을 치며 TV의 질적-양적 발전도 자연스럽게 화학작용을 일으킨다. 그렇기 때문에 지상파 UHD 실험방송이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통해 급물살을 탄다면 추후 등장할 다른 스포츠 이벤트 정국에서 지상파 UHD는 상당한 영향력을 확보할 것이다. 물론 개인적으로 이번 스포츠 이벤트도 지상파 UHD로 보고 싶지만 서두에서 밝힌대로 이는 어렵게 되었다. 1990년대 스포츠 이벤트를 즐기던 시민들이 역에 모여 환호성을 지르는 역사를 반복하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보편적 UHD의 가능성에 대한 진정한 실험대인 것이다.
그리고 스포츠 이벤트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아마 브라질 월드컵과 인천 아시안 게임의 경우 중계권의 문제로 인해 지상파 외 방송 플랫폼에서는 실시간 중계가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UHD의 감동을 느끼기 위해 지상파 UHD 실험방송에 대한 정보를 찾을 것이며, 이는 자연스럽게 호감도 상승으로 이어질 개연성을 가진다. 물론 지상파의 채널편성이 어떻게 구성될지는 미지수이지만, 최소한 확률이 있는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