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제훈 방통융합전략연구소 2팀장
정부 조직 개편안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대치가 끝을 모르는 가운데, 방송정책 이관 문제가 차기 정부의 국정 난맥을 야기하고 있다는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이런 파국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여론은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커다란 기대를 품고 새롭게 시작하는 대한민국을 기대했던 모두의 열망이 식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반응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당장 정부 조직 개편안이 처리가 되어야 차기 정부가 보여줄 수 있는 미래 청사진이 그려질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실망하는 국민의 반응은 지극히 당연한 리액션이다.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든다. 대한민국 정치환경에서 방송정책이 이렇게 중요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적이 있었는가. 작년 방송업계를 관통했던 방송사 총파업 당시에도 정치권은 철저한 외면에 외면을 거듭했다. 특히 여당의 경우 방송사 파업을 정치파업이라 규정하는가 하면 노-사의 관계로 풀어야 한다는 아전인수격 해석을 서슴치 않았던 전례가 있다. 그런데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의 정부 조직 개편안을 바라보면 어쩔 수 없이 묘한 기분이 든다. 방송정책의 이관에 대해 첨예하게 대립하는 와중에 대한민국의 정부 조직 법안이 표류하는 상황이 올 줄이야. 철저하게 방송정책을 외면했던 여당은 새로운 정부의 아젠다에 발이 묶여 운신의 폭이 좁은 상황에서 끊임없는 고집을 부리고 있고, 야당은 방송장악의 폐혜를 온 몸으로 겪은 만큼 발작적으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다. 어쩌면 지난 5년의 경험이 이러한 정부 조직 개편안 협상 표류를 야기시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런데 여야의 정부 조직 개편안 협상을 찬찬히 살펴보면 의문이 든다. 살펴보자. 22일 국회 관계자는 “여야가 정부 조직 개편안과 관련해 비공식 채널을 통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결국 합의를 보지 못했다”며 “22일 오전 서울 모처에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이한구 원내대표,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 민주통합당에 문희상 비대위원장, 박기춘 원내대표,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여야 6자 회동을 열고 막판 협상 타결을 노렸지만 끝내 결렬되었다”고 전했다. 동시에 많은 전문가들은 이러한 협상 추이가 1차적 타결 무산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다시 한번 상황을 살피자. 당시 여야가 22일까지 정부 조직 개편안을 두고 끝내 협상 타결을 하지 못한 근본적인 원인은 미래창조과학부의 방송정책 관할 여부다. 방송통신 정책을 두고 여당인 새누리당은 관련된 모든 정책을 미과부로 이관하고 방통위에는 규제 정책만 남기자고 했지만, 민주통합당은 진흥 정책이 독임제인 미과부로 이관되면 정부가 방송을 장악하는 ‘공보처의 부활’이라고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팩트다.
여기에 구 정보통신부 출신의 방송통신위원회 관료들의 입김이 개입하며 상황은 꼬여갔다. 이들은 현재 “미과부가 통신은 물론 대부분의 방송정책을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하며 정부 조직 개편안 협상에 임하는 새누리당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구 정통부 출신의 방통위 관료들이 주장하는 이러한 논리가 공리적인 부분을 감안한 것이 아니라 신설되는 미과부의 기능을 비대하게 만들어 자신들의 입지를 탄탄하게 만들려는 사익에서 비롯되었다는 비판이 거셌다. 동시에 이러한 일부 관료들의 ‘이기심’이 여야의 정부 조직 개편 협상 자체를 파국으로 몰고 갔다는 비판도 나왔다. 물론 상황은 계속되어 양측의 협상 타결안이 순차적으로 나왔고, 그 와중에 주파수 정책도 엮이는 모양새가 연출되었다.
여기서도 역시 불씨가 문제였다. 바로 주파수 정책과 광고정책의 미과부 및 방통위 관장 여부다. 이전 협상에서 방통위가 중앙행정위원회의 법적 지위를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지만 주파수 정책과 방송정책을 미과부와 방통위 중 어디가 담당하느냐를 두고 여야가 치열하게 격돌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일각에서는 여야가 방송광고와 주파수 정책을 미과부나 방통위에 몰아주는 방안을 도출할 가능성도 높다는 의견과 함께 방송정책을 방통위에, 주파수 정책을 미과부가 관장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물론 가장 가능성이 높은 협상 결론은 방통위 법적 지위 유지 아래 미과부의 주파수 정책 관장, 방통위의 방송광고 정책 관장이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민주통합당이 주파수 정책의 이원화를 협상안으로 제시하며 문제는 꼬였다. 특히 광고정책의 진흥을 방통위에 존속시키는 방안을 새누리당의 양보로 이해했던 기존의 관념이 철저히 깨지면서 주파수 정책은 잘해야 이원화, 못하면 미과부 이전으로 정리되어 버렸다. 즉, 민주통합당이 주파수 이원화 정책을 타협안으로 제시하며 자연스럽게 주파수 정책은 방송용과 통신용으로 나뉘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러한 개념정리는 위험하다. 우선 통신과 방송용 주파수를 나눌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당장 주파수 경매 이야기가 나오는 1.8/2.6GHz 대역 주파수야 그렇다고 쳐도, 700MHz 대역 주파수를 어떻게 규정지을 것인가. 게다가 주파수는 자원이다. 당연히 부족할 여지가 있는데 만약 방송용 주파수가 부족하다면 그때는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UHDTV용 주파수가 부족하다면 방통위가 미과부에 협조 공문이라도 보낼 것인가? 당연히 부처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사태가 파국을 맞을 확률이 높다.
그래서 민주통합당의 주파수 정책 이원화는 문제가 많다. 이렇게 물러나며 방송광고 정책을 얻겠다는 복안이었겠지만 그 마저도 무산위기다. 그렇기 때문에 협상의 1차적 결렬을 인정하고 방송광고 정책의 논의를 원점으로 돌리고, 주파수 정책 이원화를 포기해야 한다. 불씨는 불씨일 뿐이다. 협상에 임하는 민주통합당의 결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