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시대 지역방송의 활로는 무엇인가

[기고] 종편 시대 지역방송의 활로는 무엇인가

778

영산대 신문방송학과 이진로 교수

지상파 방송을 비롯해 케이블방송, 위성방송, DMB와 IPTV 등이 경쟁하는 방송시장에서 다시 4개의 종합편성채널 채널이 추가될 경우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가. 방송인과 방송학자, 시민단체 등은 방송산업의 경쟁이 지금보다도 더욱 심화되는 가운데 방송 저널리즘에서 여론 다양성의 악화, 콘텐츠의 선정주의 강화 그리고 지역방송과 종교방송 같은 취약매체의 약화 등 세 가지 점에서 우려한다. 이들 문제점을 특히 지역의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방송저널리즘에서 여론 다양성의 악화와 서울 지역 위주의 보도, 그리고 광고주의 요구에 민감한 보도 추세 증가가 예상된다. 먼저 종합편성채널이 겸영하는 신문과 방송의 논조가 기존의 한나라당 편향의 보수적 주장을 확산시키는 점에서 여론의 다양성을 저해할 것으로 우려된다. 신문은 미디어 시장에서 의제를 제기하고 확산시키는데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신문 시장을 지배하는 3대 메이저 신문의 방송진출은 신문의 논조를 방송에서 재생산함으로써 여론의 독과점 현상을 강화시킬 수 있다. 다음에 종편에 진출한 신문은 서울과 지역의 이해가 관련된 ‘수도권 규제완화’ 관련 보도에서 주로 서울의 입장에서 수도권 규제 완화에 긍정적인 보도 경향을 보였다. 필자의 2008년 연구에서 조선, 중앙, 동아 등 메이저 신문의 경우 소유주가 뚜렷한 구조에서 상대적으로 상업적 가치를 추구하고, 수도권 소재 구매력이 높은 독자와 대기업 광고주를 의식한 보도로 인해 수도권 규제완화 논조가 우세했다. 반면에 경향, 한겨레 등 마이너 신문의 경우 독립적 소유 구조에서 상대적으로 공익적 가치를 추구하고, 수도권과 더불어 지역의 시민과 사회단체의 활동 보도에 개방적이고, 서울 지역과 전국 지역의 균형 발전 논조를 내세우고,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종합편성채널이 상호간 및 지상파와 경쟁하며 매출액을 높이는 과정에서 광고 확보 경쟁이 치열하게 나타나고, 이때 광고주가 보도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 증가하게 된다. 이는 종합편성채널이 미디어렙을 통하지 않고 직접 광고를 판매할 때 더욱 두드러진다.
둘째, 종합편성채널이 제작하는 콘텐츠가 한편으로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선정적인 내용이 강화되고, 다른 한편으로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저가의 프로그램을 제작하거나 구매하는 과정에서 프로그램이 질적으로 저하되는 현상이 우려된다. 우리나라의 방송광고 매출액이 비교적 완만하게 성장하고, 광고 집행 규모가 경기 부진 등 외부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황에서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유익한 내용보다는 시청자의 저급한 취향을 자극하는 선정적 내용에 호소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와 함께 종합편성채널의 광고 매출액이 적정 규모 이하일 경우 제작비 지출 규모의 축소로 대응하게 되고, 이로 인해 프로그램의 질적 하락도 우려된다. 덧붙여 종합편성채널로 인해 방송의 양은 증가하지만 종합편성채널이 지역 관련 보도를 수행하지 못할 경우 전체 방송에서 차지하는 지역보도의 비중은 줄어들고 지역사회의 위상은 저하될 것이다.
셋째, 지역방송과 종교방송의 경우 종합편성채널 등장 이후 방송시장의 경쟁 심화로 인한 광고매출액 감소 추세가 지속될 경우 경영 위기에 직면하고, 지역방송인의 처우와 복지가 크게 낮아짐은 물론 심지어 지역방송의 존립과 운영도 어려워진다.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의 영향으로 광고 매출액이 급감하면서 일부 지역MBC와 지역민방의 경우 제작 인력을 크게 줄였다. 현재의 광고수입 중 지역방송의 경우 20% 내외가 그리고 종교방송의 경우 70% 내외가 각각 한국방송광고공사의 연계판매에 따른 것인데, 향후 민영 미디어렙의 등장으로 인해 이러한 관행이 축소될 경우 지역방송 광고 매출액 감소의 폭은 더욱 커지게 된다.

이처럼 지역의 입장에서 볼 때, 종합편성채널의 등장으로 지역사회와 지역방송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책 방향에서 지역사회와 지역방송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은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오히려 종합편성채널의 출범 이후 경영을 지원하기 위해 KBS의 수신료 인상시 광고비를 축소하여 감소액 만큼 광고비가 이전되도록 하고, 광고총량제와 의료광고를 허용하고, 방송발전기금을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보도 내용이 전해지는 상황이다. 이러한 정책은 지역방송에게 더욱 절실한 내용이다. 지역방송 발전을 위해 수신료의 50%를 배분하고, 광고 규제완화를 우선 적용하고, 광고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보장하도록 광고판매 할당제를 실시하고, 방송발전기금의 면제와 지원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지역사회와 지역방송을 외면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행보가 계속될 경우 스스로 ‘서울지역방송통신위원회’라는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과 다름이 없다. 현재의 방송통신위원회 구조 하에서 지역사회와 지역방송의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서울 지역을 제외한 방송권역을 행정대상으로 분리하여 ‘전국지역방송통신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방송은 정보와 오락의 소통을 통해 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지역방송은 지역시민의 삶을 표현하고 풍부하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전체 방송정책에서 차지하는 지역방송 정책의 우선순위를 획기적으로 높여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