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사건, 진실뒤에 숨은 언론

[기고] 장자연 사건, 진실뒤에 숨은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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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우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다시 햇볕을 보려던 사건이 다시 묻혀지고 있다.검찰은 장씨의 전 소속사 대표 등 달랑 2명만 불구속 기소했다.이들에게도 ‘접대 강요’는 제외한 채 폭행과 명예훼손 혐의만 적용됐다. 핵심의혹인 성 접대는 그냥 덮혀버렸다.
언론은 의혹을 추적하여 진실을 파헤치기는커녕 경찰 발표만 따라 보도를 하다가 금세 잊어버렸다.사회적 추문은 언론으로서는 아주 좋은 먹잇감이다.대중들의 관음증을 이용하여 돈벌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특히 기득권층의 탈법과 반인륜적 행위 그리고 성파문은 대중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적당히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자극하면 오랫동안 울궈먹을 수 있는 장사거리란 말이다.그런데 그런 탐스런 재료를 상업적 잇속에 밝은 언론들이 외면했다.
2년전에는 조선일보가 언론들이 제대로 보도하지 못하게 막았다.명예훼손 등을 운운하며 으름장을 놓았다.겁을 먹은 것인지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이 사건을 다루는 것은 매우 부담스러워했다.장씨가 편지에서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시민단체가 성명서에서 조선일보 사장이라고 분명히 밝혔는데도 각 언론들은 조선일보라고 감히 말 못하고 유력 언론사 등으로 보도하며 눈치를 살폈다. 국민들의 알권리 보다는 그 유력 언론의 겁박이 두려웠던 까닭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만약 그 명단에 나오는 인물이 신문사 사장이 아니었다면 언론들이 그토록 몸을 사리지는 않았을 것이다.단순히 동업자 봐주기 차원만으로는 해석되지 않는다.그 덕분에 리스트에 오른 다른 사람들도 실명이 공개되는 망신은 좀 면했다. 물론 누리꾼들이 진실을 추적하여 어지간한 사람은 다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영향력이 있는 주요언론에서 거론되는 것과는 다를 것이다. 이번에 신정아씨의 자서전에서 거론된 정운찬 전총리 관련 보도와는 사뭇 비교된다.신씨의 일방적 주장일 뿐 사실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흥밋거리로 각 언론들은 잇달아서 보도했다.일반적으로 유서는 다른 어떤 자백보도도 더 증거능력이 크다고 한다. 그렇다면 장씨의 편지는 신씨의 자서전 보다는 훨씬 믿을 만한 정보라는 의미다.그런데 장씨의 편지에 나온 사람은 철저히 감추고 신씨의 자서전에 나온 인물과 행적은 온전히 까발리는 기준은 무엇인지 모르겠다.정씨는 공인이니까 국민의 알권리가 사생활보호보다 앞선다고는 할 수 있겠다.그러나 스스로 일등 신문이라 주장하는 신문사의 사장이 동반 성장 위원장보다 사회적 영향력이 적다고 믿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동반 성장위원장은 임기가 짧은 자리이지만 언론사 사주는 사실상 임기가 없다는 점이서도 그렇다.
SBS는 장자연씨의 편지를 입수하였다고 보도하여 덮혀진 듯 하던 장씨 사건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비추었다.편지는 가짜라는 결론을 내렸지만 편지의 내용마저 가짜는 아니다.2년전 확인된 장씨 친필에서 나온 내용이 이번에 좀더 자세히 다시 나온 것 뿐이다.경찰은 편지가 진짜냐 아니냐로 초점을 몰아갔고 대부분 언론들도 덩달아 경찰발표에 따라 편지 조작여부나 필적 감정 결과를 중심으로 보도하는데 머물렀다. 진실이 얼마나 밝혀졌으며 의혹은 어떤 것들이 여전히 남아있는지 그리고 여성 연예인들의 인권실태가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경찰과 검찰이 의혹을 제대로 밝히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 등은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이번 SBS보도가 나오자 가장 당황했던 것은 역시 조선일보인 듯하다.2년전에는 발뺌하고 아예 보도를 못하게 틀어막던 자세에서 이번에는 오히려 적극적 해명에 나섰다.페이스 북이나 트위트 등이 중요한 정보 확산의 통로 구실을 하는 마당에 침묵하고 있으면 의혹도 커질 뿐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편지에 나오는 조선일보 사장은 조선일보가 아니라 스포츠 조선사장이라고 주장하고 부실 수사를 한 경찰을 비판하면서 재수사를 해야 한다는 사설을 싣기도 했다.그렇다면 재수사의 계기를 만든 SBS의 보도에 오히려 적극 힘을 실어주어야 하는 것이 일관된 입장일 것이다.그 의혹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적극적인 취재를 해야 마땅하다.이번 보도가 조선일보를 악의적으로 공격하기 위한 것으로 발뺌 할 것이 아니라 진실을 추적하여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그런데 조선은 SBS의 무책임한 보도를 비난하는 기사를 여러차례 내보냈다.일부에서는 SBS의 지주회사와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서 취재를 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도무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겉으로는 재수사를 촉구하는 듯 하면서 2년전에 보도를 못하게 다른 언론사를 겁박했던 것을 실행에 옮긴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다른 언론사도 이 사건을 다시 들추어 내지 못하게 하여 사건을 덮어 버리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이에 맞장구치듯 SBS는 보도 국장 등을 서둘러 보직 해임하며 중징계했다.오보였다손 치더라도 이토록 신속하게 중징계를 내린 배경이 궁금하다. 현실적인 악의가 없고 공익을 위한 것이며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결과적으로 오보가 되었을지라도 명예 훼손조차 되지 않는다.이 편지는 진짜라고 믿을 만한 여러 가지 근거가 있었다.분량이나 내용 등으로 볼 때 가짜라고 판단하기 어려웠으며 보도하기 전에 필적 감정도 거쳤다고 한다.그런데도 신속한 징계를 내리는 것은 이번 보도가 경영진의 뜻이 아니었다는 것을 외부에 의도적으로 보여주려 했던 것 아닌가하는 의혹이 들 수도 있다.SBS는 특별취재팀을 구성하고 후속보도를 하겠다고 했다.그것이 시민사회나 국민들의 기대나 내부 기자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쇼에 그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언론이 침묵하면 힘있는 자들의 파렴치한 범죄는 덮혀버리고 진실과 정의는 더욱 요원해진다.조선일보는 <사건 뒤에 숨은 어둠의 세력 밝혀내라>는 사설을 통해 재수사를 촉구했다.그 사설이 구차한 진실숨기기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다면 탐사보도 팀이라도 구성하여 진실을 규명하고 의혹을 파헤치려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다른 언론들도 냄비 끓듯이 요란을 떨다가 슬그머니 잊어버리는 보도태도를 되풀이 하지 않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