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식 지역미디어발전연대 활동가
지금까지 지상파 난시청 해소 방안을 둘러싸고 많은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러나 이에 대한 효과는 지극히 실망스럽다. 아직 난시청은 상당한 수준이며, 개선의 여지가 별로 보이지도 않는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전제로 하며 지상파 UHD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것도 개인적으로 슬픈일이다.
하지만 지상파 UHD는 국민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절대적인 사항이기에, 그리고 직접수신율을 끌어 올리는 기발한 방법이기에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어쩌면 지상파 UHD는 지상파 MMS와 더불어 가장 확실한 보편적 미디어 플랫폼을 구현할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제 정말 마지막 기회다. 우선 UHDTV 조기 확대를 위해서는 고품질의 지상파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하겠다. 시청자에게 가장 친근한 매체인 지상파 방송을 통한 새로운 서비스의 도입은 각 가정의 수상기를 교체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될 것이며 이를 통해 서비스의 조기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당연히 산업적인 부흥의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서비스의 조기 활성화는 수신기 판매 확대로 인한 가격인하로 이어지고, 이를 통해 보급이 확대된다면 결국 콘텐츠 제작이 활성화되는 선순환구조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결국, 관련 산업의 전반의 국제 경쟁력을 조기에 높이는 데에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이 우선순위에서 배제된 채 유료매체 우선하여 UHDTV 서비스를 도입하게 될 경우, 콘텐츠 활성화의 어려움과 시청자 접근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서비스 전반의 도입이 지연될 것이며 이는 결국, 디스플레이 장비, 수신기, 셋톱박스, 캠코더 등 관련 산업 제반에 대한 파급효과의 지연을 의미한다.
개인적으로 지상파 UHD 인프라에 있어 대한민국이 일본에게 밀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그저 디스플레이에만 집중한 UHD 전략이 주요 제조사를 통해 분출되면, 상대적으로 덜 화려한 인프라는 뒷전이다. 그렇다면 덜 화려한 인프라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실질적인 방송장비 내수시장을 선도하는 지상파가 빠지면 곤란하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로서의 방송 플랫폼의 선택에 앞서 시민으로서 취득해야할 사회적 정보의 제공이라는 측면에서 무료방송을 통한 우선 도입이 다른 플랫폼에 정책적으로 우선하여야 한다고 본다. 유료방송 위주의 차세대 방송 정책은 시청자의 비용지불이 추가적으로 발생한다는 측면에서 수용자의 정보격차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프리미엄 서비스로 고화질 뉴미디어 플랫폼의 가능성을 가두는 것은 위험하다. 발전의 여지를 축소시키고, 헌법적 가치에도 어긋난다. 유료방송에서는 UHD방송을 프리미엄 서비스로 제공하여 고가의 서비스에 가입한 시청자들만 시청 가능한 방송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뜻이다. 다만 DTV 전환과정에서 겪은 바와 같이 수신기 보급목표에 근거한 도입정책과 지원방안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불안하다.
각 관련 주체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추진하는 목표와 방향이 통일되지 못한 채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무슨 뜻이냐면, 지상파 UHD가 DTV의 전철을 따라가면 심각한 절차상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자세히 말하자면 차세대 방송 서비스 도입의 목표가 불확실하고 소관부처가 미래부, 방통위로 이원화되면서 체계적인 공조체제가 구축되지 못하고 진행되는 양상과 지상파 UHDTV 추진을 위한 첫 단추인 주파수 정책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책방안이 마련되지 않고 있어서 사업자들의 추진 의지를 저하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지상파 UHD는 국민의, 시민의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정부가 가로막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다분하다. 직수율의 제고만이 올바른 디지털 미디어 패러다임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