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대 신문방송학과 김동민 강사
대통령의 멘토이자 대통령 형님의 친구라는 최시중. 동아일보 기자로 평생을 보내고 말년에 방송정책을 좌지우지하는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3년 임기동안 한 일은 조중동방송의 탄생으로 집약된다. KBS 사장의 교체나 수신료 인상 등 모든 길은 조중동방송으로 모아졌다. 그 공로인지 연임을 보장받았다고 한다. 개인에게는 가문의 영광일지 몰라도(역사는 그렇게 기록되지 않겠지만) 방송과 국민에게는 불행한 일이다.
박재완 집권 초기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KBS는 정부 산하기관”이기 때문에 정부 산하기관인 KBS 사장은 “새 정부의 국정철학과 기조를 적극적으로 구현할 의지가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면서 “정부 산하기관이 정부와 국정 철학을 달리하면” 곤란하다는 취지의 얘기를 했다(한겨레, 2008년 7월 19일자). 정연주 사장을 교체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에 앞서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3월 2일 방송통신위원회 초대 위원장으로 ‘새 정부의 국정철학과 기조를 적극적으로 구현할 의지가’ 충만한 언론특보 출신 최시중을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그리고 최시중 위원장은 방송장악 차원에서 정연주 사장 해임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김금수 이사장을 물러나게 만들고, 신태섭 이사를 학교에서 해직시키게 한 후 해임하고,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까지 동원하는 올코트 프레싱이었다.
그 후 최시중 위원장은 정정길 대통령실장,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김회선 국정원 제2차장, 나경원 의원, 유재천 이사장 등과 회동하여 후임 사장 인선에 관해 논의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경향신문, 2008년 8월 23일자). 결국 이병순 KBS 비즈니스 사장이 KBS 사장으로 임명되었다. 이병순 사장은 김용진 탐사보도팀장을 부산총국으로 전보 조치하는 등 95명의 기자 프로듀서들을 한직으로 발령하고, 양승동 ‘KBS 사원행동’ 대표와 대변인 김현석 기자를 파면하는 등 인사보복을 단행했다. 개혁적 양심적 기자, PD 등 ‘저널리스트’들을 말 잘 듣는 ‘샐러리맨’으로 교체하는 작업이었다. YTN과 MBC 사장도 노조와 시민사회단체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친정부 인사로 교체했다.
그리고 잔여임기를 마친 이병순 사장을 특보 출신 김인규로 교체하고 수신료 인상을 추진했다. 최시중 위원장은 수신료를 6,500원 수준으로 올리고 KBS에서 광고를 폐지하는 목표를 제시했다. 여기서 생기는 8,000~9,000억 원을 종편PP 광고시장으로 이동시켜 조중동방송을 먹여 살리겠다는 복안이었다. 그 계획은 차질이 생겼지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 계획은 미디어법의 개정이 필수적이었다. 한나라당은 총대를 멨고, 민주당도 동의를 해주었다. 2009년 3월 2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6월에 미디어법을 표결처리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정부의 방송장악 의지와 한나라당의 용병역할의 대척점에는 민주당과 언론운동진영이 있다. 어느 한편의 의지만으로 일방적으로 추진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미디어법의 개정에 동의해주었고, 일부 언론운동진영도 부화뇌동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결과가 뻔히 예상되는 표결처리를 합의해주었고, 의원들은 표결을 저지하려 행동했다. 결국 미디어법이 통과된 후 민주당은 언론노조 및 언개연과 함께 거리로 나갔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겠다는 식이 아닐 수 없다. 언론노조와 언개연은 앞서 이 정부가 정연주 사장의 퇴진을 압박할 때 어용 KBS 노조에 동조한 전력이 있다. 언론노조는 합의한 후 오래 지나지 않아 KBS 노조를 제명했으니 스스로 잘못을 인정한 꼴이 됐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언개연 사무총장을 방통위원으로 추천하는 논공행상의 의리를 과시하기도 했다. 향후 대응을 위해서라도 정부의 잘못만을 비난할 게 아니라 민주당과 일부 언론운동진영의 과오에 대해 성찰해야 한다.
이제 조중동방송의 출현은 기정사실이 되었다. 이 정부의 방송장악 시나리오가 완성되어 공영방송은 관영방송이 되었으며, 조중동은 방송의 날개를 달아 그 영향력을 지속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끝은 아니다. 새로운 전투의 시작을 준비해야 한다. 그것을 위해 지난했던 지난 전투의 과정을 돌아보며 바뀐 상황에 대한 판단을 정확하게 하면서 전략과 전술을 짜야 한다.
이 정부의 방송장악은 단순히 반민주 독재정권이 습관적으로 저지르는 종류의 그런 단순한 선택이 아니다. 21세기 대한민국식 십자군 전쟁을 치름으로써 반공 · 반민족 · 숭미 사대주의 · 비민주 · 냉전 · 한미일 안보동맹의 사회를 구축하여 장기집권을 획책하는 구상의 일환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들 기득권세력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완벽하게 장악한 방송의 지원을 받아 치르려 할 것이다. 특히 조중동은 종편PP방송을 안착시키기 위해 필요로 하는 황금채널 확보와 광고시장 확대 등 각종 특혜와 제도적 지원을 위해 2012년 총선과 대선에 노골적으로 개입할 것이다. 저들의 이러한 기도를 저지하지 못한다면 방송의 공공성은 물론이고 민주주의와 민생경제 및 한반도 평화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후퇴하게 될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민언련과 언론노조 및 언개연은 각기 연대기구를 구성하여 대응태세를 갖추고 있다. 조중동 종편PP를 저지하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한계가 있다. 모두들 이 운동을 언론운동의 틀에서 보는 것이다. 조중동은 정치행위를 하고 있는데, 시민단체는 언론운동 차원에서 제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운동도 변증법적으로 변해야 한다. 대상에 대한 냉철한 분석을 한 후 전술을 수정해야 한다.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