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환 교수
종합편성채널은 국내 방송산업의 구조 개편을 초래할 전망이다. 물론 새로운 방송산업 구조의 등장이 현재의 구조보다 훨씬 경제적이고 효율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종합편성채널의 등장이 미칠 파장은 신문과 방송의 겸영이라는 매체 및 여론 집중에 대한 비판에 머물지 않고 지역성과 다양성을 기반으로 서비스가 지속되어온 무료 지상파방송의 전통을 와해시킨다는 점에서 경각심이 요구된다.
종합편성채널이 실제로 방송서비스를 시작하는 데 있어 가장 뜨거운 이슈는 채널 번호 할당이다. 종합편성채널사업자와 케이블SO협회의 잠정 합의로써 표면적으로는 종합편성채널의 채널 배정 문제는 일단락된 것처럼 보이지만 완전히 문제가 해결됐다고 보기는 아직 힘들다. 오히려 심각한 진짜 문제는 손조차 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같은 20번대 이내라도 지상파방송과 가까운 채널번호가 선호되기 때문에 개국까지 과연 어떤 종합편성채널사업자가 더 좋은 번호를 부여받을 것인가를 놓고 종편채널사업자들 사이에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만약 방송통신위원회가 조정에 나선다면 기존의 지상파방송사업자의 채널 배정에 있어서도 SBS와 같은 경우 SO에 따라 채널 배정이 들쭉날쭉했다는 점을 상기하면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채널 번호 지정은 규제의 형평성에서 크게 어긋난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또한 법적으로도 종합편성채널의 채널 번호 지정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2011년 7월 14일 공표하고 2012년 1월 15일부터 시행될 예정인 방송법 제85조의2 금지행위에 따르면 방송사업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채널·프로그램의 제공 또는 다른 방송사업자등의 서비스 제공에 필수적인 설비에 대한 접근을 거부·중단·제한하거나 채널 편성을 변경하는 행위”나 “부당하게 다른 방송사업자등의 방송시청을 방해하거나 서비스 제공계약의 체결을 방해하는 행위”를 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하게 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했다.
방송발전기금 징수 부분도 논란의 대상이다. 통신위원회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제25조에 따라 방송사업자로부터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징수한다. 현재 방송통신발전기금의 징수대상은 지상파방송사업자, SO, 위성방송사업자, IPTV사업자, 종합편성채널사업자, 보도전문채널사업자, 홈쇼핑채널사업자다. 그러나 실제 방송통신발전기금의 부과기준은 방송사업자에 따라 제각각이다. 사업자에 따라 방송광고매출액이 부과기준이 되기도 하고 방송서비스매출액이 기준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지상파방송사보다 훨씬 대자본력을 지닌 통신사업자의 자회사인 IPTV사업자는 방송통신발전기금을 2011년 9월까지 유예받았다. IPTV 사업자들이 신규진입에 따른 막대한 투자비와 일정 수준의 가입자 확보까지는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인 결과다.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은 방송광고매출액을 기준으로 6% 징수율 상한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IPTV와 동일하게 유예될 전망이다. 반면 지상파방송사들은 영업이익이 아니라 방송광고매출액에서 징수함으로써 영업이익이 적자일지라도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납부한다. 반면, 상품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홈쇼핑채널사업자는 방송통신의 공공성이 낮고 수익성이 높음에도 불구고 방송서비스매출액이 부과기준이 아니라 방송사업관련 결산상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부과한다. 이러한 방송통신발전기금의 부과기준의 적용은 사업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형평성에 어긋난다. IPTV사업자들에게 적자를 이유로 면제해준다면 앞으로도 적자를 기록하는 방송사업자들에게 동일한 잣대로 방송통신발전기금의 징수를 유예할 수 있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부과기준의 차이로 인해 지상파방송사업자는 영업적자와 무관하게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납부하는 상황이 이어질 전망이다.
광고 역시 지상파방송으로서는 종합편성채널과의 차별적 규제를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종합편성채널과 지상파방송의 가장 큰 차이는 광고판매를 미디어렙을 통해서 하는가 아니면 자체판매가 가능한가라는 점이다. 미디어렙의 통한 위탁판매와 직접영업의 차이는 단순히 광고판매방식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다. 향후 종합편성채널이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납부 시 납부 기준이 방송광고매출액이라는 점에서 방송광고매출액의 객관적 검증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미디어렙은 일종의 필터장치의 기능을 수행한다. 실제로 미디어렙과 같은 외부 검증통로를 통하지 않고 신문과 방송을 겸영하는 종합편성채널사업자가 자체적인 직접 판매로 광고를 수주하면 크로스판매를 통해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납부하지 않는 신문의 광고비를 과다계상하고 종합편성채널의 방송광고비를 과소계상하는 방법으로 방송통신발전기금 납부액을 축소시킬 가능성도 있다. 미디어렙을 통한 판매방식을 거치지 않게 되면 이러한 부분에 대한 객관적 검증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광고품목에 대한 차별도 문제다. 현행법 상 지상파방송의 광고가 금지된 품목인 먹는 샘물, 전문의약품, 병원, 변호사 등에 관한 광고금지 완화 논의는 별도로 하더라도 전국민의 90%가 유료매체를 통해서 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지상파방송과 종합편성채널의 광고품목을 달리하는 것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따라서 지상파방송과 동일하게 종합편성채널의 광고품목을 규제하던지 아니면 지상파방송의 광고품목을 종합편성채널처럼 완화하는 식으로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내 방송시장은 불필요한 규제로 인해 엄청난 내홍을 겪었다. 종합편성채널의 등장으로 국내 방송산업이 한 단계 진일보할지 아니면 미디어 산업 전체의 공멸을 초래할 것인지는 멀지 않은 장래에 결과가 밝혀진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시장의 순리나 사회적 필요성이 아니라 단지 정치적 이해득실이나 특정한 이해집단의 자의적인 판단 따라 경쟁력 없는 사업자를 지원하고 과도한 특혜를 베푸는 불공정한 경쟁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시장의 왜곡을 초래하는 일이 일어난다면 국내방송산업은 엄청난 혼란이 휩싸인다는 점이다. 비록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규제 당국은 지상파방송채널과 채널 성격이 동일한 종합편성채널의 방송규제 적용에 있어 동일서비스 동일규제라는 원칙에 따라 종합편성채널과 지상파방송 간의 비대칭적이고 불합리한 규제 조항의 개정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