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백선하) 2014년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 주최국 특별행사인 ‘글로벌 ICT 프리미어 포럼’이 10월 27일부터 28일까지 양일간 부산 벡스코에서 열렸다. 국내외 정보통신기술(ICT) 리더들이 3C(Creative Government, Creative Enterprise, Creative User)를 주제로 ICT 현안과 미래 비전에 대해 강연하고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21세기는 맥락의 시대”
이날 개회식에 참석한 무랏 손메즈 세계경제포럼(WEF) 경영이사는 기조연설을 통해 맥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무랏 손메즈 경영이사는 “20세기가 콘텐츠에 중심을 둔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콘텐츠와 같은 특정한 지식뿐 아니라 특정 상황에 맞춰 지식을 결합하는 이른바 문맥이나 맥락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며 특정 상황에 맞춰 솔루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후 무랏 손메즈 경영이사는 인간, 공공정책, 비즈니스 모델, 문화, (과학) 기술 등 5가지 요소에 초점을 맞춰 ‘창조경제의 기회와 전망’에 대해 이야기했다.
“창조경제는 새로운 혁신 패러다임”
첫 번째 ‘창조적 정부’ 세션 강연자로는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이 나섰다. 윤 차관은 새로운 혁신 패러다임인 창조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선 ICT 토양부터 제대로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차관은 “많은 사람들이 창조경제를 박근혜 정부의 정책이라고 하는데 창조경제는 정책을 넘어선 하나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창조경제의 개념을 정립한 뒤 “농업과 마찬가지로 창조경제도 적절한 토양과 훌륭한 씨앗인 ICT 인프라가 필요하다”며 강연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한국이 천연자원 100%‧식량 8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분단 상황에서 국방비도 많이 소요하고 있음을 설명한 뒤 이 같은 비용이 국내총생산(GDP)의 25%에 달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창조경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1950년대 서울과 오늘날 서울의 비교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한국전쟁 이후 한국의 발전을 ‘한강의 기적’이라고 말하지만 저는 혁신의 결과라고 생각한다”면서 “현재 ICT 분야가 GDP의 9%를 차지하고 있지만 GDP 성장률에 대한 ICT 기여도는 거의 16%에 달하는 만큼 ICT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 차관은 운전하는 직원의 ‘기가 박스’라는 아이디어로 바닥에서 다시 재기에 성공한 인텔의 예를 설명하며 “(ICT 인프라 구축에 따른) 혁신은 어렵지 않다”고 말한 뒤 상상력, 창의력을 기를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미래부가 앞장서고 있음을 언급했다.
미래부가 올해 초부터 운영하고 있는 무한상상실이 바로 그 중 하나다. 윤 차관은 “현재 한국 인구의 1%만 연구개발(R&D)에 종사하고 있는데 앞으로 무한상상실 등을 통해 R&D를 넘어 상상개발(I&D)에 종사하는 사람 수를 늘려갈 것”이라며 미래부는 앞으로도 여러 가지 틀을 이용해 창조경제 실현에 나설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IoT와 IoE가 창조경제”
두 번째 ‘창조적 기업’ 세션의 연사로는 로버트 페퍼 시스코시스템즈 부사장이 나섰다. 그는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이하 IoT)과 만물인터넷(Internet of Everything, 이하 IoE)이 바로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창조경제라고 해석했다.
이날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기회와 도전’이라는 주제로 강단에 오른 로버트 페퍼 부사장은 “차세대 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단연 IoT와 IoE”라며 “데이터를 분석해 통찰력으로 바꾸는 IoT와 IoE가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기회인 동시에 도전이고, 이것이야말로 창조경제”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 발전 단계를 4단계로 나눠 초기 인터넷이 단순히 ‘연결’만 해준 1단계였다면 2단계는 전자상거래를 가능하게 한 ‘네트워크 경제’, 3단계는 SNS를 통한 ‘몰입경험’을 제공하고 있는 인터넷이라고 분석한 뒤 앞으로 4단계의 인터넷은 IoT와 IoE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버트 페퍼 부사장은 “지금 인터넷에 연결된 전 세계 사물은 1%에 머물고 있어 남은 99%가 잠재적 시장”이라고 말한 뒤 “IoT의 가치는 민간과 공공 분문에서 각각 14조4천억 달러, 4조6천억 달러에 달한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시장 상황에 시스코뿐 아니라 전 세계 글로벌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IoT를 도입해 비용을 줄이고 매출은 높인 ‘할리데이비슨’, ‘네트워크레일’ 등의 기업 사례와 스마트시티를 도입해 일자리와 세수를 늘리고 교통체증은 줄인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예를 들어 기업과 정부가 IoT 도입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IoT와 IoE 시장이 더 성장하기 위해선 해결해야만 하는 당면 과제들도 남아 있다. 로버트 페퍼 부사장은 마지막으로 “IoT와 IoE 시장의 성장을 위해선 기술적으로 신뢰성 등이 회복돼야 하고, (각 국가마다)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 있다”며 기업과 정부를 이 같은 과제 해결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네이버’ VS ‘다음카카오’ … 상반된 분위기
마지막 ‘유비쿼터스 세상의 중심’ 세션에는 김상헌 네이버 대표와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가 나와 국내 양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와 다음의 플랫폼 전략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먼저 김 대표는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정보를 생산하던 권력과 소비하던 대중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졌다”며 앞으로 대중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인터넷 플랫폼이 다양하게 확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네이버가 2002년부터 시작한 ‘지식iN’과 블로그 서비스 역시 대중의 관심 이동을 적극 반영한 것으로 앞으로 네이버는 ‘웹소설’,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크리에이터스 마켓’ 등 대중이 정보 생산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서비스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카카오 이 대표는 앞서 다음카카오 공식 출범에서 밝혔던 ‘모바일 라이프 플랫폼’ 구축에 대한 부분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기존에 쌓아왔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발전된 형태의 연결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김상헌 네이버 대표와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의 강연은 표정과 분위기가 대조돼 더 많은 관심을 받았다. 글로벌 메신저 라인을 기반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네이버와 최근 불거진 감청‧검열 논란에 서있는 카카오톡의 상반된 입장이 이날 강연장까지 이어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