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일 오전 특별상임위를 열고 MBC 김재철 사장을 증인으로 출석시키려 했지만 김 사장이 베트남 출장을 이유로 불참하자 자동적으로 ‘MBC 장기 파업과 관련한 청문회 실시의 건’을 상정 및 처리했다. 그리고 환노위 상임위원장인 신계륜 의원은 국회의 출석 요구에 매번 불응한 김 사장을 강도 높게 비난한 다음 “청문회를 통해 모든 것이 확실해질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국회 환노위가 김재철 사장 청문회를 의결하는 과정은 순탄하지 못했다. 또 앞으로도 그럴 공산이 크다.
사실 처음에는 MBC 파업의 원흉이라 지목받는 김재철 사장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는 국회 차원의 청문회 가능성까지 열어두며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170여 일이나 이어진 파업 사태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가 거세게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여야는 파행을 빚던 국회 원구성을 합의하며 동시에 국회 차원의 김재철 사장 청문회를 시사하는 문구를 삽입했다.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큰 고비’를 넘긴 여당은 돌연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국회 차원의 김재철 사장 청문회를 거부하기 시작한 것이다. 동시에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한 때 국회 차원이 아니라면 국정감사 기간에 맞추어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차원에서의 청문회를 열자는 목소리는 있었지만, 이마저도 여당의 반대에 직면한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여당의 시간 끌기 작전이 주효했으며 야당의 정책 타이밍 실수도 한몫했다는 평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차원의 청문회 가능성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부터 청문회는 아니었다. 국감 증인 출석을 비롯해 야당이 다양한 각도로 시도한 ‘김재철 사장 유도작전’이 ‘해외 출장’이라는 명목으로 빈번히 막히자 여야는 잠정 합의안을 도출해냈고, 이에 전격적으로 환노위 차원의 청문회가 성사된 것이다. 물론 그 와중에도 정수장학회 및 기타 김재철 사장에 대한 여론도 급격하게 나빠졌다.
하지만 어렵게 성사된 환노위 차원의 김재철 사장 청문회도 불안요소가 산적해 있다. 앞서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야당 추천 이사가 제출한 사장 해임안이 빈번히 좌초되면서, 이는 역으로 김 사장의 뻔뻔한 입지가 더욱 공고해졌다는 지적을 받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재의 미묘한 대선정국의 특성상 여야가 단순한 정치공학적 원리로 김재철 사장 퇴진에 접근할 경우 사안은 더욱 복잡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 단적인 예가 2일 환노위에서 야당 위원들이 김재철 사장의 불출석 소식을 듣고 잠정안대로 ‘김재철 청문회’를 의결하자 집단으로 퇴장해버린 야당 의원들의 행동에서 드러난다.
이에 전문가들은 “방문진 이사회의를 통한 사태 해결이 가장 훌륭한 방안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이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어차피 환노위에서 해당 사안을 처리하고자 마음먹은 것은 이미 MBC 파업을 공정방송의 차원이 아니라 노-사 관계의 패러다임 안에서 논의를 하고 싶어하는 여당과 김 사장의 노림수에 말려든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그들은 “8일 방문진 회의 결과를 살피며 정수장학회가 가지고 있는 파급력을 극적으로 끌어올린 다음 예정된 청문회에 김재철 사장을 효과적으로 불러내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생각하기 쉬운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될 것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