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10월 31일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문화진흥회,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KBS, EBS 등에 대한 종합 감사를 시작했지만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의 발언과 태도를 놓고 격돌하면서 정회를 거듭했다.
자유한국당 “신경민 의원 사과하라”
신경민 의원 “고영주 이사장은 10년 동안 공영방송 추행하고 강간한 인물”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국감에 ‘공영방송’이라고 적힌 근조 리본을 달고 등장해 시작부터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자유한국당 간사인 박대출 의원은 시작부터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신경민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10월 27일 방문진 국감 당시 보이콧으로 국감 현장에 없었던 박 의원은 신 의원이 당시 고 이사장의 태도를 지적한 것을 두고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고 이사장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 참석했고, 그 사실이 알려지자 과방위원장 대행을 맡고 있던 신 의원은 “(방문진 이사장으로서) 처신과 발언에 조심하셔야 한다”며 “국감을 거부하고 있는 정당에 연사로 출연한 것이 제대로 된 처신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어 고 이사장은 “증인이 거기에 가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느냐”고 되물은 뒤 신 의원을 향해 “똑바로 하세요 진짜로. 지금 증인에게 그런 식의 말투가 어디 있느냐”고 되받아쳤다.
신 의원은 “(고 위원장이) 저한테 오히려 똑바로 하라고 했다”며 “대통령도 장관도 국감장에 오면 위원장의 말을 들어야 한다”고 분개했다. 신 의원은 이어 고 이사장을 향해 “지난 10년 동안 공영방송을 추행하고 강간해 오늘날의 상황을 만든 인물”이라고 비난했다.
신 의원의 강도 높은 발언에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반발하며 정회를 요구했다. 30분 만에 속개된 뒤 박 의원은 “신 의원의 막말을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다”며 “당 명의로 제소할 수 있도록 과방위 전원이 원내지도부에 건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신 의원이 격하게 표현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한국당에서 신 의원의 발언을 문제 삼아 윤리위 제소를 검토하겠다면 우리도 그런 부분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대응했다.
자유한국당 방통위원들 향해 “통신 기록 제출하라”
허욱 방통위 부위원장 “사생활에 해당해” 자료 제출 거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법에 따르면 통화 기록과 문자 메시지 제출 안 해도 돼”
이어진 국감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효성 방통위원장을 압박했다. 김정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 위원장을 향해 “10월 26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방통위에 갔을 때 방통위원장께서는 분명 “나나 여권 의원들이 압력을 받았다”고 말했고, ‘누구로부터 받았느냐’는 질문에 “여러분도 짐작하시지 않느냐”고 말했다“며 ”우리가 짐작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질의했다.
이 위원장은 “저를 아끼는 방송계 사람들”이라며 “특정한 정치인은 없었다”고 답했고, 허욱 방통위 부위원장은 “정치인들로부터 전화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과 허 부위원장의 답변에 김 의원은 다시 한 번 똑같은 질문을 반복했고, 둘 다 똑같은 답변을 하자 “전화가 온 적이 없다고 하셨는데 당당하시면 자료를 제출해달라”며 이 위원장과 허 부위원장의 통신 기록 제출을 요구했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도 “이 위원장께 압력을 행사한 사람이 누구인지 다들 궁금해한다”며 “10월 20일부터 26일까지 일주일 동안 이 위원장과 허 부위원장, 고삼석 상임위원, 표철수 상임위원, 김석진 상임위원 등 방통위원의 통화 내역과 문자 내용 등을 다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민 의원은 이어 KBS 1TV ‘김정은의 두 얼굴’편을 언급했다. “이 위원장은 ‘김정은의 두 얼굴’ 방송을 보셨냐”며 “KBS가 김정은을 ‘재치 있고, 틀을 깨며, 위험을 감수하는 혁명가’로 ‘생각보다 저평가된 지도자’라고 했는데 공영방송인 KBS가 이런 방송을 하는 게 옳으냐”고 질의했다. 이 위원장은 “해당 방송에 대한 심의는 방심위에서 진행 중”이라고 말한 뒤 “김정은을 꼭 찬양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적도 잘 알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일반적인 생각과는 다른 측면에서 하지 않았나 싶다”고 답했다. 이 위원장의 답변에 신상진 과방위원장은 “일반적인 생각이 어떤 것이냐, 뭐가 편파적인 것이냐, 이게 안 좋은 것이냐”고 물었고 이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신 위원장의 질문에 유도성이 반영돼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두고 여야 의원들이 언쟁을 벌이자 신 위원장은 다시 정회를 선언했다.
국감은 20여 분 뒤에 다시 속개됐지만 자료 제출을 놓고는 여야의 시각이 엇갈렸다.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민경욱 의원이 요구한 자료는 국감이 파행까지 빚은 원인을 제공한 사건에 대해서 진상규명을 하자는 것”이라며 “당시 과방위원을 포함해 원내대표단이 같이 가서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이효성 방통위원장이 분명 외압을 시인하는 발언을 했고, 외압 실체를 규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전제 하에서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생활은 자료 제출 거부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사생활 때문이라면 전화번호 등을 삭제하고 제출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원칙적으로 자료 제출을 요구하면 제출하는 게 맞지만 해당 법안에 따르면 통화 기록과 문자 메시지 등은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으로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제출하지 않아도 되고, 통화 기록은 법원의 영장을 받아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열람을 요청해야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이은권 자유한국당 의원은 “통신 사실 확인 자료는 통화 내역과 위치가 다 나오는 것으로 영장을 발부받아야 하는데 통화 자료는 본인이 신청만 하면 바로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