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무인기 통신 네트워크 국제표준 4건 제정
“드론 간 충돌방지 및 대규모 드론의 동시 운용 가능 길 열어”
[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드론 제조사마다 공통된 통신 규격이 없어 충돌 등의 위험이 있었던 드론 시장에 드디어 국제표준이 마련됐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지난달 22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최된 국제표준화기구(ISO) 회의에서 ‘무인기 통신 네트워크’ 관련 4건의 기고서가 국제표준으로 제정되는 쾌거를 이루었다고 4월 4일 밝혔다.
이번에 ETRI가 국제표준으로 견인한 기술은 드론(무인기) 비행 시 드론 간 충돌 위험을 방지하고 수백 대의 드론을 동시 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드론 분산 통신 표준 기술이다.
이번에 제정된 국제표준은 무인기 통신 네트워크(UAAN)에 대한 표준으로 △무인기 통신 모델 및 요구사항 △공유 통신 △제어 통신 △영상 통신 등 총 4개 세부 기술이다.
ETRI는 “드론 분산 통신 기술이 국제표준으로 확정됨에 따라 향후 개발된 기술들이 대량 국제표준특허로 이어질 예정이라 시장전망도 밝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이번 드론 통신 국제표준의 핵심기술은 ‘진화된 무선 애드혹 네트워크 (EVAN)’기술이다. EVAN 기술은 미래사회를 이끌 초연결 원천기술 중 하나다. ETRI 관계자는 “EVAN 기술의 드론 분야 적용으로 드론 간 정보 공유와 이를 토대로 한 대규모 드론 간 충돌 방지 및 지상 이동 장애물과의 충돌 방지가 가능해졌다”면서 “본 표준의 인식 서비스 통신 거리는 약 5km로 드론들은 물론 드론과 헬기도 상호 인식할 수 있어, 유인기와 무인기의 비행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서로 다른 제조사의 드론이 넓은 농지에 농약을 동시에 살포하기 위해 비행하거나 대형 화재 발생 시 여러 대의 드론이 화재지역 상공을 동시 비행하기 어려웠는데 이를 해결한 셈이다.
ETRI는 “특히, 무겁고 고가인 드론 인식 레이더에 비해 ‘무인기 통신 네트워크’ 표준의 통신 모뎀은 수만 원대로 저렴하고 가볍게 제작될 수 있어 드론 인식 서비스에 매우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ETRI는 이 표준기술로 무인기는 물론, 관련 장치들까지 상호연결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즉, 드론 제어와 드론 영상 전송은 물론, 드론 간 상호인식, 자율 충돌 회피, 불법 드론 검출, 이동 장애물 인식, 이착륙장과의 통신 등의 드론 관련 서비스들을 하나의 통합 통신 플랫폼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무인기 통신 네트워크’ 국제 표준과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의 ‘저고도 무인기 탐지 및 회피 응용 계층 기술’ 표준을 함께 활용하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드론 간 자율 충돌 회피가 가능한 곳이 된다. 또한, 지도에 표시되지 않는 이동 장애물에 본 표준의 통신모뎀을 장착하면, 드론 자율 비행 시에 큰 도움이 된다.
그 외에도 드론 택시 이착륙장인 버티포트(Vertiport)와 직접 통신, 교각의 유지 보수나 건축물의 측량 시 비행 우선권 제공(동적 지오펜싱) 등의 서비스도 지원하며, 국방 드론에 적용될 경우 북한의 전파방해도 극복할 수 있다.
ETRI 연구진은 “드론은 각 신호 송신마다 변화하는 비밀번호(신뢰필드)를 함께 전송하기 때문에, 해당 드론이 합법 드론인지 불법 드론인지를 지상에서 자동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ETRI가 개발한 ‘무인기 통신 네트워크’ 표준은 드론 택시 같은 PAV(Personal Air Vehicle)용 통신에도 사용될 수 있다. 지상에서와는 달리 공중에서는 이동통신망의 끊김 현상이 매우 빈번한데, 이 표준은 이를 보완하는 통신규격으로도 매우 적합하다.
임채덕 ETRI 에어모빌리티연구본부장은 “이번 국제표준 제정은 상용 드론을 서비스하는데 필수적인 드론 운용 안정성 확보는 물론, 그 핵심인 에반(EVAN)은 LTE, 5G 등 이동통신 및 와이파이에 비해 적응형 통신망 구성이 용이하고 전송 효율이 높아, 향후 빠르고 편리한 미래 에어 모빌리티 서비스를 선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