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백선하)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추진된 국가직무능력표준(National Competency Standards, 이하 NCS)이 밀실에서 졸속으로 처리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제3차 ‘국가직무능력표준 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원회)’는 지난 6월 20일 NCS 분류 체계 중 방송 기술에 관한 세분류 857개를 확정했다. 문제는 이날 확정된 분류 체계가 앞서 2월 10일 관련 전문가 타당성 검토를 거친 분류 체계와 다르다는 점이다.
이날 확정된 분류 체계에 따르면 지난 2월 분류 체계에서 ‘대분류 20(정보 통신 관련직), 중분류 방송 기술 , 소분류 방송 제작 기술’에 포함돼 있던 촬영, 조명, 음향, 편집 등이 ‘대분류 08(문화․예술․디자인․방송 관련직), 중분류 문화 콘텐츠, 소분류 영상 제작’으로 변경됐다.
앞서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이하 연합회)와 한국전파진흥협회(이하 RAPA)는 지난해 철저한 직무 조사와 광범위한 심층 분석을 통해 중분류 방송 기술을 기준으로 방송 제작 기술, 방송 송출․송신 기술, 방송 시스템 기술, 방송 기술 운용 기획 등의 소분류를 정리했고, 연합회와 RAPA의 의견이 반영돼 올해 2월 방송 기술에 관한 분류안이 마련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국산업인력공단(이하 공단) 관계자는 “지난 2월에 분류 체계가 정리된 것은 맞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교육부, 국무조정실,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등의 부처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방송 기술 부분을 대분류 20(정보 통신)이 아닌 대분류 08(문화, 예술, 디자인, 방송 관련직)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결정해 최종안이 변경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운영위원회가 확정한 방송 기술에 관한 분류 체계가 산업 현장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부분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산업 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지식과 기술 등을 국가가 산업 부문별, 수준별로 체계화한 것이 NCS인데 이번 확정안은 직무 자체를 더 모호하게 분류해 오히려 산업 현장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전문가는 “먼저 대분류 08이 문화․예술․디자인․방송 관련직으로 되어 있는데 세분류에서 방송을 찾아볼 수 없고, 대분류 20 정보 통신 관련직의 소분류 방송 제작 기술을 보면 방송 중계, 방송 품질 관리만 포함돼 있어 사실상 제작이 빠져 있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한 전형적인 탁상공론의 결과물”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고용노동부 김용주 사무관은 “NCS 분류 체계는 한국고용직업분류(KECO)를 기반으로 정비하게 되어 있어 이를 바탕으로 방송 기술 분류 체계가 확정된 것”이라고 답변한 뒤 “운영위원회에서 각 부처 특히 문화체육관광부와 방송통신위원회 간 협의를 바탕으로 진행된 만큼 현장의 목소리도 반영한 것으로 일방적으로 변경되거나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방송 기술 전문가들도 운영위원회의 결정에 끊임없이 의문을 표하고 있어 정부가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무리하게 NCS 분류 체계를 추진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