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직무능력표준(NCS) 불통행정 도마…‘업무 미루기’로 답변

국가직무능력표준(NCS) 불통행정 도마…‘업무 미루기’로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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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국가직무능력표준(National Competency Standards, 이하 NCS) 분류 체계가 확정된 가운데 방송기술에 대한 분류 체계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방송기술계는 현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밑어붙이고 있는 것에 대해 불통행정’, ‘성과주의식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NCS는 산업 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지식, 기술, 태도 등의 직무능력을 국가가 산업부문수준별로 체계화한 것이다. 이 가운데 방송기술 분야는 대분류 20 ‘정보통신으로 분류되며 방송제작기술 방송플랫폼기술 방송서비스 등 3개의 소분류로 나눠졌다. 또 각각의 소분류는 방송중계 방송품질관리, 라디오방송 지상파TV방송 지상파DMB 케이블방송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 유무선통합서비스 방송시스템운영 정보시스템운영 방송기술지원서비스 방송장비설치유지보수 등 12개의 세분류로 나뉜다. 이 같은 분류 체계는 지난해 620일 제3차 국가직무능력표준 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원회)가 확정한 것이다.

문제는 운영위원회가 확정한 방송기술 분류 체계가 방송기술 현장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앞서 지난해 210일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이하 연합회)와 한국전파진흥협회(이하 RAPA)는 방송기술에 대한 직무 조사를 통해 대분류 08 문화예술디자인방송 관련직중분류 문화 콘텐츠소분류 영상 제작에 포함돼 있던 촬영, 조명, 음향, 편집 등을 대분류 20 정보통신중분류 방송기술소분류 방송제작기술로 옮긴 바 있다.

당시 연합회와 RAPA는 현장 조사뿐 아니라 방송기술인들과 심층 면담을 통해 방송기술의 직무가 문화예술디자인방송 분야의 성격과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고, 직무에 맞는 세분류 개정이 필요하다는 데 합의했다.

그런데 운영위원회가 전문가 타당성 검토를 거친 연합회와 RAPA의 분류 체계를 다시 변경해 결국 촬영, 조명, 음향, 편집 등의 세분류가 대분류 08로 확정된 것이다.

KBS 관계자는 대분류 08-중분류 문화 콘텐츠소분류 영상 제작은 인문학적 의미가 강한데 반해 방송기술은 방송 장비 또는 정보통신설비를 활용하고 관리하는 기술적인 부분이 강조되고 있어 오히려 대분류 20 정보통신의 성격과 연결된다며 방송기술 분류 체계에 우려를 표했다.

한 음향기기업체 관계자 역시 연극이나 뮤지컬 무대와 방송 무대는 공간 자체가 다르고, 방송은 전송하고 송출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같은 작업이라고 볼 수 없다“NCS 분류 체계로 학습을 받는 사람들이 현장에 왔을 때 느끼는 괴리감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연합회는 방송기술 전문가들로 구성된 특별전담팀(TF)을 가동해 대분류 20-중분류 방송기술소분류 방송제작기술에 세분류 방송영상 방송음향 방송조명 방송편집 방송특수영상 라디오제작 부가방송제작기술을 신설하고, 소분류 방송플랫폼기술에 세분류 위성방송을 추가, 소분류 방송품질관리에 세분류 제작품질관리 송신품질관리 수신품질관리 송출품질관리 방송망보안품질관리 부가서비스품질관리 파일기반품질관리 등을 신설한 분류 체계를 마련해 한국산업인력공단에 전달했다.

이에 대해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운영위원회의 결정은 한국고용직업분류(KECO)’에 따른 것으로 연합회의 의견은 받아들일 수 없다이의가 있을 시 소관부처를 통해 고용부로 의견을 제출하라고 답했다.

하지만 본지 조사 결과 KECO 역시 방송과 영화, 연극 제작의 차이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 체계로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부와 방송통신위원회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고용부 담당자는 절차에 따라 방송기술 분야 소관부처인 방통위를 통해 의견을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반면 방통위 담당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방송기술 분류 체계에 대해) 잘 모른다. (연합회가) 고용부에 직접 제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답변했다. 고용부와 방통위가 서로 업무를 미루는 업무 핑퐁으로 행정 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잘못된 NCS 분류 체계가 구직자들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며 정부부처가 앞장서 방송기술 분류 체계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요 공공기관과 기업에서 NCS 기반 직무능력평가 및 채용 모델을 도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근간이 되는 NCS 분류 체계가 잘못될 경우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으면서까지 무리하게 NCS 분류 체계를 확정짓는 것을 두고 박근혜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이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형적인 눈치보기에다 성과주의식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NCS 개발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NCS를 만들려면 해당 직종에서 적어도 10년 이상의 경력이 있는 전문가들을 불러야 하는데 개발을 서두르다 보니 능력이 부족한 전문가를 섭외하는 경우도 있고 현장이 아닌 학계의 의견만 듣는 경우도 있다며 정부가 NCS 사업 추진을 너무 서두르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교육 훈련 및 능력을 개발하는 데 NCS 분류가 직접 적용되는 만큼 개발 단계에서부터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수렴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