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IT 시장, 역차별 해소될까? ...

기울어진 IT 시장, 역차별 해소될까?
한국미디어경영학회, ‘미디어 산업의 미래를 논하다’ 토크 콘서트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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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전숙희 기자] ‘인터넷상생발전협의회’ 출범과 ‘뉴노멀법’ 발의로 IT 시장에서 국내외 기업 간 역차별 문제에 대한 논의가 더 활발해진 가운데, 문제의 원인은 무엇이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해결해 갈 수 있을지 자유롭게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미디어경영학회는 ‘미디어 산업 미래를 논하다’라는 토크 콘서트를 개최했다. 지난 3월 9일 오후 4시 서울 광화문 KT 올레스퀘어 드림홀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의 주제는 ‘IT 시장에서의 역차별 논란과 디지털 주권,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였다.

이번 토크콘서트는 김성철 고려대 교수의 사회로, 곽규태 순천향대 교수, 김성옥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박사, 김성진 SK브로드밴드 신장, 박주연 한국외대 교수, 정준희 중앙대 겸임교수 등 총 5명의 토론자가 주제를 놓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눴다.

박주연 교수는 “(IT 시장의 역차별 문제가) 작년 국감으로 많은 이슈가 됐지만 작년만의 문제가 아니며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다”라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2000년대부터 유럽 시장에서 글로벌 IT 기업 시장 지배력 확대와 함께 반독점 문제가 제기돼 왔으며, 글로벌 IT 기업의 조세와 망 사용료 회피도 지속해서 지적돼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김성진 실장은 “망 사용료 관점에서 보자면, 네이버 등에서 동영상을 시청할 때 화질을 선택할 수 있게 돼 있는 것을 보았을 것”이라며 “국외 기업은 망 사용료에 대한 부담이 없어 초고화질 영상 제공이 가능하나 국내 기업은 망 사용료에 대한 부담이 있으니 화질을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의 원인은 무엇일까. 김성옥 박사는 “플랫폼을 중심으로 하는 국경 간 이동이 모호해지고 시장 획정이 어려워져 발생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터넷 서비스의 특성상 국가 간 경계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우며 우리 국경 안에서 발생하는 매출을 획정하기도 힘들다. 이를 이용해 글로벌 IT 기업이 조세와 망 사용료를 회피하고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가지고도 사회적 의무는 다하지 않는 것이 핵심 문제라는 것이다.

최근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기 위해 몇 가지 대책이 발표됐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국내외 기업과 소비자·시민단체, 관련 전문가가 모두 참여하는 공론화 기구인 ‘인터넷상생발전협의회’를 출범했다. 국회에서는 일명 ‘뉴노멀법’으로 불리는 ‘정보통신망법ㆍ전기통신사업법ㆍ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러한 해결책에 대한 평가는 토론자마다 갈렸다. 우선, 인터넷상생발전협의회에 대해 박주연 교수는 “실질적 문제 해결의 효과성을 떠나 국내에서 논의의 장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평했다. 정준희 겸임교수는 “일단 상생이라는 이름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상생은 실제 문제 해결의 수단이 아니다”라며 협의회를 통해 실질적 문제 해결이 이뤄질지 회의적 입장을 드러냈다.

다음으로 뉴노멀법에 대해 김성옥 박사는 “뉴노멀법을 공개하고 난 후 많은 논란이 있고 국내 기업을 더 옥죄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 중문으로 보인다”며 “문제는 법의 공백을 잘 활용하기 때문이지 법이 부족해서가 아닌데 공허한 법안인 것 같다”고 오히려 국내 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것을 우려했다.

박주연 교수 역시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문제 제기가 취지라면 기울어진 부분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낮춰 규제의 융통성을 확보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며 규제를 강화하는 개정안의 취지를 아쉬워했다. 또, “규제 내용도 상당히 문제다. 사전적으로 규제한다는 것 자체가 글로벌 트렌드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은 앞으로 상당 부분이 자율 규제로 가야 하며,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룰을 만들어주는 것을 취지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김성진 실장은 뉴노멀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실장은 “국외 기업에 어떻게 국내법을 적용할 것이냐 고민에 앞서 현재 법 체계가 현재와 미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조인가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며 “현재 법 체계는 과거 네트워크 중심으로, 지금 인터넷과 디지털 중심 이슈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차원에서 정책을 어떻게 바꿔나가야 할 것인가 고민이 필요하며, 이런 차원에서 뉴노멀법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한편, 박주연 교수는 “모바일과 인터넷이 일상화되면서 유튜브가 지배력을 보이는 것은 시장 점유율보다 문화적 영향력”이라고 지적하며 “글로벌 IT 기업의 일상화와 독점 속에서 디지털 주권의 행사를 각성하고 어떤 규제 공백을 메워야 할지 이용자 후생과 관련해 논의를 확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