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방송 콘텐츠 사업자들이 콘텐츠 생산의 다양성을 높이고 실험적이며 재미있는 콘텐츠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도록 광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광고 매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방송 시장의 위기를 광고 규제 완화로 대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범수 한양대 교수는 3월 11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언론학회 주최로 열린 ‘방송 콘텐츠 산업의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책 및 전략’ 세미나에서 “방송 시장의 수익 구조를 크게 보면 광고 시장과 가입자 시장으로 나눌 수 있는데 최근 광고 시장의 수익분이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시장이 가입자 지불 모델로 전환되면 전체 콘텐츠 생산에 그리 좋지 않기 때문에 광고 규제 완화 등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최근 지상파 방송사들과 유료방송 간 재송신 갈등이 광고 감소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광고 매출이 감소한 지상파 방송사들이 광고비 감소분을 메우기 위해 콘텐츠 이용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상파 방송사 입장에서 보면 하락하는 광고비 비중을 상쇄하기 위해선 유료방송에서 이뤄지는 실시간 그리고 주문형 비디오(VOD) 이용 요금을 통제할 수밖에 없다”며 “광고 시장의 하락세를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흡수해야 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콘텐츠 경쟁력을 늘리기 위해선 안정적으로 콘텐츠 투자가 가능하도록 광고 시장과 가입자 시장이 균형적으로 유지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광고비 확보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 대신 콘텐츠 이용 대가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게 되면 비즈니스 불확실성이나 거래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며 “광고와 가입자 시장의 균형을 유지해 콘텐츠 사업자들이 광고 수익을 바탕으로 과감하고 다양한 콘텐츠 투자, 이를 바탕으로 VOD와 해외 시장에서의 유통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무규 부경대 교수는 “시장을 규제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며 “콘텐츠 유통에서의 수익이 콘텐츠 제작으로 이어지지 않는 게 문제라면 규제를 완화해 광고 시장을 활성화해도 마찬가지 아니겠느냐”고 광고 규제 완화에 반대의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전 교수는 “결론적으로 방송 콘텐츠의 수익성은 광고 시장의 활성화로부터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콘텐츠 유통에서 일차적으로 결정되기는 쉽지 않다”며 “광고 시장이 활성화돼야 양질의 콘텐츠가 생산되고 이를 다양한 후속 플랫폼에 유통시켜 추가 수익을 산출하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고 답했다.
은혜정 서강대 교수는 “넷플릭스의 ‘하우스 오브 카드’를 보면 한 장면 한 장면이 다 광고와 연결돼 있다. 경기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이 시점에 우리나라도 좀 더 다양한 광고를 마련하고 새로운 광고들이 시장에 빨리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유연한 대응을 해야 하지 않겠냐”면서 규제 완화 쪽에 공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