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가 내란의 여파로 또다시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의 ‘계엄 생방송’에 박장범 사장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 의혹은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의 폭로에 이어 MBC 보도로 더욱 커지고 있다. 의혹의 뿌리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진술이다. 이 전 장관은 12·3 내란 당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22시 KBS 생방송이 이미 확정됐다”고 말하며 계엄을 강행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KBS ‘뉴스9’ 종료 시간대에 맞춘 사전 준비를 암시한다.
이에 방송 현업단체들은 이번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진상 규명을 촉구한다. 우리는 공영방송 KBS가 사전에 알고 ‘계엄 생방송’을 준비했다면, 윤석열 집권 이후 지속된 방송 장악의 결과로 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특검과 경찰 수사는 최재혁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박장범 사장, 최재현 보도국장 등 당시 관계자들 사이에 어떤 연락이 오갔는지 명확히 밝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수사 당국은 대통령실과 KBS 간에 어떤 소통이 있었는지, 그 결과 ‘내란의 밤’ KBS가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종합적으로 규명해야 한다.
박장범 사장은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제기된 의혹에 대해 명확히 답해야 한다. “사실과 다르다”는 애매한 해명이 아니라, 내란 당일 누구와 통화했고 무슨 내용을 주고받았는지 구체적으로 밝힐 책임이 있다. KBS 역시 감사실과 이사회를 통한 자체 조사에 신속히 나서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내란에 공영방송이 동원됐다는 의혹을 이대로 두는 것은 KBS의 존립 기반을 흔드는 일이다.
아울러 이번 사안은 더 큰 틀, 즉 윤석열 정권이 KBS를 순치시켜려 한 일련의 시도 속에서 접근해야 한다. 공영방송 사장 자리가 윤석열의 ‘술친구’로 지목돼 온 박민에게, 다시 ‘파우치 박’에게 논공행상하듯 돌아간 점, 자사 보도를 ‘불공정 보도’로 낙인찍고 매도한 점, 수신료 분리 징수를 통해 재정 위기를 초래한 점, 노조를 분열·약화시키기 위해 조직적인 갈라치기에 나선 점을 들여다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국회 차원에서도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2026년 1월 28일
방송기자연합회·한국PD연합회·한국영상기자협회·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