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6월 8일 3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던 고삼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이 닷새만에 다시 방통위 상임위원으로 임명됐다.
문재인 정부는 6월 13일 대통령 임명 몫인 방통위 상임위원에 고 위원을 임명한다고 밝혔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고 상임위원은) 방송통신 분야의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전문가로서 방통위 상임위원 재임 시 위원회 내부의 여러 난제들을 탁월하게 해결해온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고 상임위원은 중앙대 대학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뒤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객원강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 국회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 자문위원, 사단법인 미디어미래연구소 미디어역량증진센터 원장 등을 역임했다.
또한 퇴임 전까지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았던 인물로 지난 3기 방통위 상임위원 당시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민주언론시민연합 등의 폭 넓은 지지를 받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디어 정책 전문가로 전문성도 인정받고 있으며 이번 위원장 직무대행도 문제 없이 잘 해냈다는 평을 받고 있어 방통위원에 적합하다는 의견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고 상임위원이 4기 방통위에 합류함에 따라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 ‘방송 공공성 강화’ 등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작업들이 속도를 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고 상임위원은 다수의 자리에서 공영방송의 공정성 문제를 언급한 바 있으며, 문재인 대통령 역시 대선 공약으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및 해직 언론 노동자 복직 등을 강조해왔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은 이미 몇 년 전부터 학계와 업계에서 합의된 사항이었는데 그동안 여야 간 갈등으로 진행되지 못했던 부분”이라며 “사회 다수가 문제를 느끼고 있고, 해결 방안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이번에는 꼭 반영됐음 한다”고 말했다.
고 상임위원이 임명됐지만 방통위는 여전히 개점휴업 상태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방통위 회의는 2인 이상 위원의 요구가 있을 때 위원장이 소집하고, 재적 인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방통위원 2명만 있는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 직속 합의제 행정기구인 방통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5명으로 구성되는데 대통령이 위원장을 포함한 2명을 지명하고, 나머지 3명 중 1명은 여당, 2명은 야당의 추천을 받아 임명한다. 현재 방통위는 대통령‧여당 추천 2명과 야당 추천 1명의 상임위원 인선을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이다.
한편 국민의당은 앞서 고영신 한양대 특임교수를 국회 추천 방통위 상임위원 후보로 내정한다고 발표했지만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끊이지 않자 이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언론과의 통화를 통해 “지난 심사 때 확인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추가 의혹 제기가 있는 것 같아 시간을 갖고 천천히 결정하기로 했다”며 “제기된 문제에 대해 고 특임교수에 답변 자료를 요청하고 해명을 하는 부분에 대해서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이 고 특임교수를 방통위 상임위원으로 내정했다고 발표하자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고영신은 종편의 대표적 막말 출연자이자, 지역 민방 이사를 그만 둔 지 채 3년이 되지 않은 방통위 무자격자로 애초 후보로 나와선 안 될 인물”이라며 “국민이 한 목소리로 방송 개혁을 외치는 이때, 이를 수행할 방통위 상임위원에 국민의당이 개혁 대상을 앉히려 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언론노조 관계자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의 제10조(결격사유) 1항 2호에선 ‘방송·통신 관련 사업에 종사하거나 위원 임명 전 3년 이내에 종사하였던 사람’은 방통위원으로 임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며 “이해 관계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이 조항의 취지대로라면 고영신은 애초 후보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