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삼석 방송통신위원회 내정자 논란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방송법 개정안 중 노사동사 편성위원회 설치를 두고 거대 보수언론의 입김에 휘둘린 여당이 의사일정을 보이콧하고 야당이 이에 ‘야합’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이후, 극적으로 합의된 방송법 개정안 처리 도중 고삼석 상임위원 내정자 처리를 두고 파열음이 발생하고 있다.
당초 법사위는 상임위에서 검토해 통과시킨 법률에 대해 큰 이견 없이 법률 처리를 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방통위 상임위원 자격을 규정한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방통위 설치법)`에 여야간 이견이 발생하면서 법률 처리가 늦어졌다. 정리하자면, 법사위는 전체회의에서 방통위원 후보자의 경력 요건을 완화한 개정안을 상정했지만 일부 조항의 수정을 요구하는 야당 의원들과 특정인을 위한 법 개정을 반대하는 여당 의원들의 항의가 이어지며 계류됐다. 사실상 불발된 것이다.
문제는 고 내정자의 자격조건이 방통위 설치법을 통해 완화됐음에도, 일부 자격이 미달된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행 방통위 설치법에 따르면 방통위 상임위원 자격은 ▲대학 부교수 15년 이상 ▲방송 유관 직종 2급 이상 공무원 ▲언론 관련 단체ㆍ기관에 15년 근무 ▲방송 관련 보호 활동 15년 경력 등으로 규정돼 있으나 미방위는 여야 합의로 `각 항을 합산해 경력 15년 이상이면서 방송ㆍ통신 분야 전문성이 있는 자`라는 조항을 추가, 관련 경력을 합산해 15년 이상을 충족하면 되게끔 기준을 완화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준을 적용해도 고 내정자의 임명에 문제가 있다는 여당의 지적이 있었던 것이다.
야당이 방송법 처리 정국에서 야합이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여당의 개정안을 받아들인 이유는, 물론 지지부진한 법안 처리를 위함이지만 그 이면에는 고 내정자의 정식임명을 노리기 위한 정치적 노림수도 있다. 하지만 막상 방통위 설치법을 통해 상임위원의 자격조건을 완화했음에도 뒤늦게 자격미달 가능성을 ‘발견당한 것’은 책임있는 야당의 태도가 아니라는 비판이다. 게다가 여당은 국회가 정한 결론을 행정부의 판단에 뮤조건 맡겨버리고 뒤늦게 문제를 삼아 ‘전형적인 흔들기’라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한 사람을 위한 특정법안이라는 비웃음을 사는 와중에도 고 내정자 해법을 찾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하지 못한 야당과, 발목잡기와 여론전, 흔들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여당 모두 현 시국의 공범인 셈이다.
한편 법사위는 이 같은 여야 대립으로 오후 늦게까지 공방을 벌이다 방통위 설치법을 계류시키기로 최종결정하고 우선 단말기 유통법 등을 우선 처리해 본회의로 넘겼다. 방통위설치법은 사실상 처리가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