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빠진 주파수 경매…이틀 만에 종료 ...

거품 빠진 주파수 경매…이틀 만에 종료
낙찰가 2조 1,106억 원에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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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3사 건물 사진[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쩐(錢)의 전쟁’으로 불렸던 주파수 경매가 8라운드에 조기 종료됐다. 최저 경쟁 가격이 2조 5,779억 원에 달해 과열 경매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됐으나 경매 시작 이틀 만에 최종 낙찰자가 결정돼 싱겁게 마무리됐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경매 이틀째인 5월 2일 △B블록(1.8GHz대역 20MHz폭)은 KT △C블록(2.1GHz대역 20MHz폭)은 LG유플러스 △D블록(2.6GHz대역 40MHz폭)과 △E블록(2.6GHz대역 20MHz폭)은 SK텔레콤이 최종 낙찰자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유일한 저주파 대역인 A블록(700MHz대역 40MHz폭)은 유찰됐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이번 주파수 경매 결과에 만족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5세대(5G) 진입을 앞두고 이동통신 3사 모두 합리적인 가격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먼저 SK텔레콤은 광대역 주파수인 2.6GHz대역 40MHz폭을 9,500억 원에 확보했으며, 동일 대역인 E블록을 최저 경쟁 가격인 3,277억 원에 가져갔다. 총 1조 2,777억 원을 투자해 얼핏 보면 가장 많은 금액을 쓴 것으로 보이나 가장 많은 주파수 량을 확보했기 때문에 MHz 당 가격으로 따지면 최저 가격으로 낙찰받았다.

SK텔레콤은 “이번 주파수 경매로 2.6GHz 광대역 및 협대역 주파수 총 60MHz폭을 1MHz당 가장 낮은 낙찰가인 106억 원(KT 113억 원, LG유플러스 191억 원)으로 확보해 투자의 효율성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2.6GHz대역은 2.1GHz대역과 마찬가지로 이미 전 세계적으로 롱텀에벌루션(LTE) 용도로 쓰이고 있어 장비나 단말기 수급에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따라 업계 전문가들은 SK텔레콤이 비용 대비 최대 주파수를 확보함으로써 더욱 빠르고 안정적인 서비스가 가능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찍이 1.8GHz대역으로 방향을 확정한 KT는 1.8GHz대역 20MHz폭을 최저 경쟁가인 4,513억 원에 낙찰받았다.

KT는 “이번 경매를 통해 주력 광대역망인 1.8GHz 인접 대역을 추가 확보함에 따라 국내 최초로 초광대역 전국망 LTE를 즉시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1.8GHz대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는 LTE 주파수로 고객들의 체감 품질 향상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동통신 3사 중 유일하게 2.1GHz대역을 확보하지 못했던 LG유플러스는 2.1GHz대역 20MHz폭을 3,816억 원에 가져갔다. 다만 2.1GHz대역은 이용 기간이 다른 대역의 절반에 불과해 1MHz당 낙찰가는 191억 원으로 가장 높았다.

2.1GHz대역은 SK텔레콤이 사용한 대역이었기 때문에 경매 전 치열한 배팅이 예상됐으나 실전은 달랐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KT나 LG유플러스보다 주파수가 부족했기 때문에 2.1GHz에 투자를 했었다면 2.6GHz대역을 가져가지 못했을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모두가 윈윈한 경매였다”고 평가했다.

LG유플러스는 “2.1GHz대역을 최저가에 확보했다”며 “기존에 보유한 동일 대역 주파수 20MHz폭과 묶어 올해 말부터 광대역 서비스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이번 경매로 기존 2.6GHz 광대역과 함께 최대 375Mbps속도의 듀얼 광대역(2.1GHz+2.6GHz) 3밴드 CA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3밴드 CA 서비스가 제공되면 평균 속도가 30% 정도 빨라지게 된다.

LG유플러스는 이뿐 아니라 4×4미모(MIMO), 256쾀(QAM) 등 차세대 LTE 기술을 적용해 기가급 서비스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LG유플러스는 “초광대역 서비스를 통해 LG유플러스가 그동안 제공해왔던 고화질의 모바일 초고화질(UHD), 가상현실(VR)은 물론 사물인터넷(IoT) 서비스 품질과 서비스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성배 미래부 전파정책국장은 “이번 경매는 과거 두 차례 경매에서 제기됐던 과열 경쟁이나 경쟁사에 대한 견제 없이 원만하게 진행됐다”며 “각사에 필요한 주파수가 시장원리에 따라 합리적으로 공급됐다”고 말했다.

또 전 국장은 “올 하반기에는 이동통신뿐 아니라 공공, 신사업 등 다른 영역까지 포괄하는 중장기 주파수 공급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며 “모바일 트래픽 급증과 5G 이동통신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주파수가 적기에 공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또 다른 관심거리였던 700MHz대역은 유찰됐다. 황금 주파수로 불리는 700MHz대역은 먼 곳까지 전파가 도달하고 음영지역이 적은 등 주파수 효율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아 왔다. 최근에는 UHD급 모바일 TV 서비스까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재난안전통신망 시범 사업자인 SK텔레콤과 KT가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미래창조과학부가 무선마이크 단속을 2020년 12월까지 미루기로 하면서 간섭 문제가 떠오르자 결국 후순위로 밀렸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지난 2010년 900MHz 주파수를 할당받았던 KT는 간섭 문제로 주파수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바 있어 이번에 700MHz대역을 선택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당시 KT는 900MHz 주파수를 2,500억 원에 할당받았으나 해당 대역에 LTE 기지국을 설치하자 RFID(전자태그), 고출력무선전화기(코드리스폰, 900MHz 맥슨 무선전화기) 등과 혼신을 일으켜 기지국 설치를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