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매체 이해 우선 아닌 수용자/국민에게 필요한
공공서비스방송 부문 집중적으로 유지해야
노영란(매체비평우리스스로 사무국장)
공익과 산업이라는 서로 다른 이념과 정책목표를 가지고 성장해 온 방송과 통신의 융합현상은 미디어 환경 변화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이로 인해 엄청난 난 수의 방송채널과 새로운 미디어들이 속속 늘고 있다. 기술의 발전은 우리 삶에 풍요로움을 주기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반대로 풍요로움과 기회를 오히려 박탈하는 존재로 자리잡는 듯한 우려가 있다.
방송은 우리 사회를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공공적, 공익적 가치 실현이라는 책무를 요구받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방송의 중요한 가치는 남녀노소 누구나, 빈부의 차를 가리지 않고 비용부담 없이 정보와 재미를 습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특별한 문화적 소구 능력이 없는 수용자들에게 라디오, TV가 사회와의 소통 수단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옛말이 되어 가고 있다. 케이블, 위성뿐만 아니라 휴대폰, 인터넷으로까지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고 밑바탕에 유료시청이라는 현실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기술은 유료방송 시장을 점점 확대시키고 있다. 유료방송 초기 채널 중심에서 이제는 채널 뿐만 아니라 개별 콘텐츠까지 유료화되고 있다.
일례로 IPTV의 본격적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메가TV는 초기 500원 정도의 요금을 책정하다 1000원, 1800원 얼마 전부터는 3500원짜리 유료콘텐츠가 등장하였다. 그나마 사전 예고도 제대로 하지 않는 채…어떻게 요금이 책정되는지를 묻자, “특별한 기준은 없고, 배급사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 답만 들었다. 도대체 얼마까지 올라갈까? 맘에 들지 않으면 보지 말라는 이야기와 같지 않는가. 수많은 콘텐츠가 올라와있지만 정작 원하는 콘텐츠를 볼 수 없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공영방송 수신료의 4배를 능가하는 기본요금을 내면서도.
새로운 방식의 TV보기 서비스로 “시청자가 자신이 편리한 시간에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볼 수 있어 자신만의 맞춤 편성이 가능하다”며 유혹하는 IPTV. 그러나 서비스 기능이 좋아졌을 지는 모르겠지만 시청자의 실질적인 선택권은 늘었다 누가 자신할 수 있는가. 정보격차가 커질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지켜보는 수용자, 기분 좋을 수 없다.
이명박정권이 타는 수용자의 마음에 기름을 붓고 있다. 방송의 사회문화적 가치보다는 산업적 가치를 더욱 중요하게 여기는 이명박정부가 집권하면서 방송환경의 퇴보하고 있다. 대기업의 방송진출 기반마련을 위한 자산기준 완화 등 사업자를 위한 각종 규제완화, 시장친화적 정책으로 유료시장에 날개를 달아주려한다. 공공서비스 방송에 대해서는 각종 공권력을 동원하여 흔들고 장악하려 치밀하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의 정치적독립성 마저 위기로 내몰고 있다. 수용자와 방송의 사회문화적 가치에는 관심도 없다는 태도다. 오히려 다매체 다채널로 인한 수용자들의 파편화 현상이 가속화 되고 있으니 수용자들에게 주인 자리를 내놓으라 한다. 제작환경이 변했고 수신환경이 변했으니 수용자 너희들의 지위도 변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은 모양이다.
이는 방송의 공공/공익적 서비스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문제다. 정치적 독립과 소수자배려, 지역성, 다양성, 질적 수준을 보장할 수 있는 공공서비스를 오히려 더 강화해야 하는 시점에 역행하는 처사는 용납될 수 없을 것이다. 디지털 미디어시대의 특징은 방송을 전반적으로 상업화 방향으로 이끌려 한다. 이 속에서 공적서비스를 통한 커뮤니케이션만이 우리 사회의 다원적 사고를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무료보편적 서비스가 가능한 지상파방송을 통한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이를 통해 빈부격차, 교육격차로 인한 정보격차를 줄일 수 있도록 사회는 필요한 부분에 한하여 집중적으로 공적서비스 부문을 유지해야만 할 것이다. 때문에 공영방송을 비롯한 지상파방송의 안정적 운영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방송통신융합, 디지털시대에 적어도 국가가 해주어야 할 일은 국민 누구나 무료지상파 방송서비스를 아무런 어려움이 없이 볼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어 국민이 안심하고 방송을 시청할 수 있도록 난시청해소를 위한 수신환경 개선에 적극 나서는 것이 우선이다. 유료방송 사업자들의 불만해소가 먼저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지상파채널을 마음대로 바꾸고, 그 사이에 비싼 홈쇼핑채널을 편성하는 등 시청자편의를 무시한 케이블TV의 편법적 운영의 문제, 지상파콘텐츠의 유료화문제, IPTV의 사활을 건 지상파재전송 문제도 모두 수용자/국민의 안정적 시청기반 마련과 격차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서 함께 고민되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