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성 있는 구매시스템을 도입하자

현실성 있는 구매시스템을 도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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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성 있는 구매시스템을 도입하자
 


방송장비 국산화 정책의 일환으로 지식경제부에서는 지난달 방송장비 수요자 연계형 연구개발 지원과제 사업 25개를 확정 발표했다. 국내 업체가 개발을 주도하고 방송사 등이 개발과정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되며 추후에 구매까지 보장하여 준다. 이를 통해 세계 수준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는 방송장비 기술 수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국산화 비율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추진이 되고 있는 사업이다. 구매자의 입장에서는 환율의 영향 없이 안정적인 가격에 고품질의 장비를 구매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방송장비 환경에도 활력을 불어 넣어 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할 수 있다.


현재 방송장비는 외산장비의 비율이 굉장히 높다. 구매자의 입장에서 보면 다년간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뢰성과 안정성이 검증이 된 외산장비를 찾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국내 제품 현황을 보면 대기업의 경우는 디지털 TV등 일부 품목에만 국한되어 있고, 방송사에서 필요로 하는 분야는 소수의 업체만이 소규모 자본을 가지고 자체 개발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새로운 국산장비를 개발한다고 하더라도 신뢰성과 안정성을 최우선시 하는 구매자의 입장에서 보면 쉽게 그 제품을 도입하기란 쉽지가 않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국내업체와 방송사가 같이 개발과정에 참여해서 개발을 한다면 신뢰성과 안정성에 어느 정도는 담보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현재 방송사들은 방송장비를 구매하는데 어느 정도 방식의 차이는 있겠지만 최저가 입찰을 선호한다. 구매자의 입장에서 보면 적은 금액으로 품질이 우수한 제품을 구매하는 데에는 더 없이 좋은 입찰방식이다. 하지만 약간의 문제점은 항상 내포하고 있다. 최저가 입찰을 지향하다보니 기대 이하의 제품이 들어올 경우도 있고, 그 외적인 부분에서도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장비는 VTR 기반의 방송시스템 환경에서 탈피해서 서버를 기반으로 하는 파일기반 솔루션 장비들이 많이 도입되고 있다. 단순히 제품의 신호품질을 판단할 것이 아니라 제반 다른 장비와의 연계성 및 호환성도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되었다. 또한 장비를 설치하고 사용하는데 있어서 일정기간 안정성이 담보될 때까지 업체의 기술지원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장비 도입시 이러한 점은 항상 고려되어야 한다. 단순히 장비 스펙뿐 아니라 장비를 설치하고 추후라도 발생될 문제점에 대해서 업체에서 얼마만큼 기술지원을 해줄 수 있는 지, 업체의 기술력 또한 판단되어져야 한다. 단순히 제품을 저가에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댓가를 지불하더라도 원하는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지원받는 것이 구매자의 입장에서는 훨씬 나을 것이다. 국내의 유명한 통신회사에서는 얼마 전에 구매제도 개선안을 발표하였다. 최저 낙찰가로 단가를 맞추던 관행에서 벗어나 차상위 가격도 인정해 주는 것과 품질확인이 가능한 품목은 품질과 가격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낙찰자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선정 한다고 한다. 최저가에만 치우쳐 품질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함과 동시에 업체들간의 과당경쟁을 방지하고 적절한 이윤을 거둘 수 있도록 지원해 주기위해 마련한 제도라고 한다.


2013년까지 지상파 아날로그 TV를 디지털로 전환하는데 필요한 소요예산은 대략 2.9조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거기에다 Cable TV의 디지털 전환을 포함할 경우 그 액수는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이 사업을 통해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는 지켜봐야 되지만 무엇보다도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정책이 수반되어야 하며, 국내 개발업체도 선진국 수준의 기술력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에 더 많은 노력과 투자를 하여야 할 것이다. 방송사도 만찬가지로 현재의 구매시스템에서 탈피하여 현실성 있는 장비 구매시스템을 도입하여 어느 업체든 기술력으로 승부를 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개발하여야 할 것이다.


윤현철 EBS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