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BA 리뷰

[칼럼] KOBA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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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오건식 SBS 인사팀부 국장] 2차례에 걸친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개최 등 굵직굵직한 이벤트로 인해 지난 5월의 ‘KOBA 2018’은 이미 흘러간 강물이 된 것 같다. 여기에 시기적으로 지방 선거와 월드컵까지 겹쳐서 KOBA는 이미 ‘원스 어폰 어 타임’ 스토리가 돼버렸다.

그러나 방송기술인들의 가장 큰 축제인 KOBA를 필자가 안 챙기면 누가 챙기랴 하는 쓸데없는 역사적 사명감으로 KOBA 2018 리뷰를 쓰려고 한다. 개막식 이틀 후 COEX KOBA 전시장을 찾았다. VIP들이 거의 다 다녀가고 진정한 ‘꾼’들만이 찾을 만한 3번째 날에. 전시자 입장에서는 개막식 날 12시만 지나면 전체 전시 행사의 절반은 소화한 듯한 분위기였다. 지금은 이렇게 VIP 위주로 준비한 점 크게 반성하고 있다. 이전에 10년 정도 KOBA 전시회에 전시 목적으로 참여했지만 KOBA 전시를 하지 않게 된 지금 관람객의 신분으로 KOBA를 찾는 기분은 좀 야릇하다. 의무감으로 꼭 갈 필요가 없는데, 그리고 이제는 전시장에 눈에 익은 도우미도 없는데 이게 왠 사서 고생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문제 하나. 우리나라에서 가장 힘든 직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필자는 도서관에서 근무하시는 사서라고 생각한다. 사서 고생.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전시관 입구에 도착.

올해도 KOBA 전시의 대세는 아직은 UHDTV였다. HDR은 그 장점을 보여주는 단계를 넘어서 이제는 거의 기본 기능화됐음을 보여줬다. UHDTV의 Full HD급 Mobile 방송은 기술적으로는 완성 단계라고 할 수 있다. UHDTV Workflow가 12G인가 IP인가 하는 점은 올해도 결론을 내지 못한 것 같다. 이는 이미 4~5년 전부터 NAB나 IBC를 비롯한 방송 장비 전시회의 뜨거운 주제였다. 궁극적으로는 IP로 간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KOBA에서도 전체적인 느낌은 아직 IP가 12G에 비해서 힘이 부치는 것 같다. 몇 년째 똑같은 화두인 ‘12G vs. IP’를 제시하지만, 내년 전시회에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한 번 재탕 삼탕을 할 것 같다. 수년째 똑같은 ‘삐끼’에 당하는 느낌.

전시품 중에는 인공지능(AI)을 접목한 기기나 서비스들이 다수 출품돼 있었다. 예를 들어 K 본부의 뉴스 분석 시스템은 전 세계의 보도 콘텐츠를 빅데이터화하고 AI를 통해 뉴스의 비중을 정해주는 재미진 서비스였다. 이를 활용하면 뉴스 제작 부문에서 최소한 낙종의 비극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 같다.

올해도 방송 장비의 영역으로 넣어도 되는가 하는 분야가 많이 선보였다. 마치 Water Screen같이 투명한 화면에 영상을 보여주는 투명 LED 전광판 장비가 대거 등장했다. 명동의 L 백화점 건물 외벽에 디스플레이 돼있는 것과 유사한 영상 장비로, 오프라인의 증강현실(AR) 같은 기능을 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이벤트성의 방송용 세트에 활용되면 좋을 것 같은 서비스다. 그리고 Hologram을 보는 듯한 영상 서비스인 Hyper Vision은 앞으로 방송 및 광고 분야에서 각광을 받을 것 같다.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이 모여서 주목을 끈 서비스의 하나다. Hyper Vision은 이미 옥내외 광고 분야에서 유행을 선도하고 있으며 조만간 방송 제작에도 적용될 것 같다. 꼭 해당 업체 관계자를 필자가 잘 알아서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인 S 전자도 Portable SSD를 가지고 전시 참여를 한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그리고 해당 전시관에서 KOBA 기간에 세일을 하는 점은 더욱 흥미로웠다. 마치 일부 참여 중소 업체가 전시회 기간 중에 전시장에서 상품을 파는 것처럼. 하지만 예를 들어 14만 원인 SSD를 KOBA 2018 특가라고 하면서 관람객에게 12만9천 원에 파는 것이 글로벌 캡 울트라 기업인 S 전자가 할 Stance인가 하는 데는 의문이 들었다. 요사이 유행어 중의 하나가 ‘통 크게’인데, S 전자가 생각보다는 어려운 것 같다.

이번 KOBA에서 역점을 둔 전시 아이템인 1인 방송 미디어 특별관은 관심을 가지고 참관할 계획이었으나 지인을 만나서 신변잡기 이야기를 생각보다 좀 길게 하느라 못 가본 것이 매우 아쉽다. 필자는 못 가본 것은 못 가봤다고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담백한 성품을 가지고 있다.

전시장을 나서면서 전반적으로 KOBA는 진화하고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AI를 접목한 서비스 전시 등은 KOBA가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이다. 마치 CES가 자동차를 품은 것처럼. 이 점에서 KOBA를 주관한 방송기술인연합회와 전시 업체들의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 꾸벅~. 하지만 미래에는 트렌드 전시도 중요하지만 스토리가 있는 KOBA를 기획해주시기 바란다. 트렌드만 생각하면 IT 관련 전시회를 따라가기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실제로 주위에 KOBA에 참석하지 않는 방송기술 엔지니어들이 늘고 있다. KOBA가 스토리가 풍부한 전시회라면 전시장에 가면서 ‘사서 고생’이란 느낌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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