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에 선보인 한국 ICT 기술

[칼럼] 평창에 선보인 한국 ICT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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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서영우 KBS수석연구원/공학박사] 공항철도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역에 내리면 개찰구를 나오자마자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바로 ‘평창 ICT 올림픽’ 홍보관이다. 제법 큰 규모로 다양한 기술이 여행객의 관심을 끌고 있는 이 전시관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정부가 추진한 프로젝트 중의 하나다.

정보통신 각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기술력을 보여줄 수 있는 시연 아이템을 찾기 위해 전문가들이 모여 논의를 했었다. 2017년 UHD 본방송을 앞두고 있던 방송사는 UHD 방송 및 부가 서비스를 보여주겠다고 했고, 공식 스폰서인 KT에서는 5G 미디어 서비스를 제안했다. 그밖에도 4차 산업혁명 미디어 기술을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아이템이 거론됐다. 아무래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전시를 하다 보니 너무 전문적이거나 기술적인 내용은 배제됐다. 선정된 아이템은 차근차근 준비돼 2017 IBC에서 처음으로 방송 분야 전시 내용을 일부 시연했으며, 2017년 11월 1일 인천공항 전시관을 시작으로 평창 그리고 강릉 지역에 ICT 전시관이 만들어져서 올림픽과 함께 일반인들에게 공개됐다.

전시관을 들어서면 입구에 로봇 안내원이 서 있다. 세계 여러 나라말로 실시간 통역을 해주는 인공지능(AI) 통역 로봇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벽을 가득 메우고 있는 파노라마 스크린이다. UWV(Ultra Wide View)라고 불리는 기술로 가상현실(VR) 장비가 360도 영상을 보여준다면 약 120도의 시야각을 갖는 곡면형 스크린을 연출해 HMD(Head Mounted Display) 없이도 실감 나는 영상을 즐길 수 있다. 마침 쇼트트랙 경기를 보여주는데 입체 음향의 효과음을 통해 마치 경기장 관중석에 앉아있는 듯한 느낌으로 경기를 즐길 수 있었다. 관람객들에게 인기 있는 또 다른 기술은 VR 서비스 코너이다. 아기자기한 인형의 세상에 레일을 깔고 장난감 롤러코스터가 정신없이 지나가는데 거기에 카메라를 달아서 실시간으로 그 영상을 즐기는 4D 롤러코스터관, 봅슬레이, 스노보드 등을 즐길 수 있는 코너 등도 있다. 특히 롤러코스터 코너에서는 실제로 그 인형의 세상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할 수 있는데 향후 미디어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로 여겨진다.

지상파 방송사는 UHD 본방송 서비스, 홈포탈 TIVIVA 서비스 등을 중심에 전시하며, SBS에서는 개인 맞춤형 콘텐츠 서비스, MBC에서는 휴대폰으로 함께 보는 세컨드 스크린 기술 그리고 KBS에서는 VR 단말기를 통한 VR 부가 서비스를 시연했다. 인기 있는 아이돌 가수의 뮤직뱅크 녹화 스튜디오에 VR 카메라를 설치해 제작한 콘텐츠는 외국의 젊은 관람객들에게도 많은 인기였다. 또한, 올림픽 기간 UHD 방송 신호에 모바일 UHD 신호도 결합해 송출하는데, 강릉부터 평창까지 약 30분의 거리를 운행하는 셔틀버스 중 하나를 모바일 UHD 시연 버스로 제작해 좌석마다 설치된 태블릿 단말기를 통해서 끊김 없는 고화질 영상을 관람할 수 있다.

올림픽 공식 스폰서인 KT는 5G 기술을 이용한 다양한 미디어 서비스를 시연했다. 선수의 헬멧에 카메라를 설치해서 선수 시점에서 즐기는 영상, 체육관에 카메라를 일정 간격으로 설치해 다양한 시점에서 피겨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기술 그리고 드론을 통해 하늘에서 선수를 따라가며 관람할 수 있는 기술 등 기가비트 무선 네트워크를 활용해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선보였다.

그 밖에 관람객들을 위한 이벤트로는 관람객들의 모습과 증강현실(AR) 합성을 통해 재미있는 기념사진을 만들 수 있는 코너가 있고 시상식 무대에 서거나 뉴스 진행을 체험할 수 있는 체험 코너 등이 있었다.

다만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결과적으로 아쉬운 것은 방송 분야의 전시 항목이 축소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점이다. 애초 기획할 때는 UHD 방송을 우리 손으로 만든다는 선언적 목표가 있어 국산 방송 장비 업체가 많이 참여해서 카메라부터 방송 송출까지 UHD 기술로 시연할 수 있도록 준비했으나 전시장 규모가 축소되고 또 IOC 협약 사항에 의해 개별 브랜드나 장비를 홍보할 수 없는 제약 사항이 겹치면서 아쉽게도 관람객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없게 됐다.

이번 평창 ICT 전시관을 통해서 각 방송사는 UHD 방송의 미래를 조망해 보고 있다. 얼마 전 TIVIVA 2.0 공식 서비스 개시를 알리는 이벤트도 진행했지만 UHD 방송의 미래는 아직 해야 할 일도 많고 갈 길도 멀다. 평창 전시 행사를 통해 증명했듯이 UHD 방송은 고화질뿐 아니라 홈포탈, VR, 모바일 수신 등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한 새로운 플랫폼이며, 미국에서는 재난 핵심 매체로 추진되는 등 재난 방송 서비스에 최적의 매체이기도 하다. 어마어마한 예산이 들어갈 UHD 방송은 미래 방송의 플랫폼으로서 제 역할을 해야 하며 공공 서비스로서의 인프라 구축의 책임이 방송사에만 지워져서는 안 된다. 올림픽에 앞서 UHD 본방송이 조급하게 추진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차세대 UHD 방송이 올림픽 이벤트로만 끝나지 않고 제대로 시청자에게 서비스되고 공공 미디어의 역할을 할 수 있으려면 UHD 특별법과 같은 관련 법령의 정비와 함께 재난망의 구축, UHD 국산 장비 지원 사업 등 지속적인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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