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푸드 같은 방송을 찾아

[칼럼] 컬러 푸드 같은 방송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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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박성환 박사, EBS 수석연구위원] 우리의 가장 큰 소망 중 하나는 건강하게 사는 것이다. 그래서 ‘웰빙’이라는 단어는 고귀하고 품격 있게 느껴진다.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먹는 ‘음식’과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의학의 아버지라는 히포크라테스도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약으로도 고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음식은 건강한 신체 활동을 유지하는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음식을 먹지 않고 살 수 없듯이, 미디어를 접하지 않고는 살 수 없다. 그래서 생활 속 방송 미디어를 ‘음식’에 비유해도 닮은 점이 많다. 사람은 생체 화학 반응을 멈추면 죽는다. 생명 유지 화학 반응은 생명의 불꽃이라 불리는 효소의 작용이다. 그래서 인간의 수명은 잠재 효소의 양과 효소 보충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한다. 요즘 인스턴트식, 가공식품 등의 먹거리로 효소가 부족해 질환을 유발하듯이, 도를 넘는 유해 방송도 사회문제 유발에 일조한다. 그래서 인체 건강에 필수 요소인 효소를 공급하는 컬러 푸드처럼, 건강한 인격 형성에 촉매 역할을 하는 방송이 절실한 시대이다.

컬러 푸드란 무엇인가? 바로 천연의 빛깔을 가진 식품이다. 주로 녹색, 빨강, 노랑, 자주색 등 자연의 색을 띤다. 컬러 푸드는 항산화물질을 함유하여, 세포손상을 억제하고 면역을 강화하는 작용을 한다. 파이토케미컬(식물을 뜻하는 파이토(phyto)와 화학물질을 의미하는 케미컬(chemical)의 합성어) 성분을 함유했기 때문이다. 방송 미디어는 사람에게 정신적·신체적으로 건강한 생활을 돕는 유익한 미디어로 출발했다. 하지만 지금은 넘쳐나는 채널, 개인 방송 등이 쏟아내는 콘텐츠로, 유해한 인스턴트 가공식품 먹거리처럼 혼탁하다. 식품 역사에 비유하자면 1908년 이케다 박사가 찾아낸 감칠맛을 내는 화학조미료가 인류의 식단을 바꾸었던 시절과 비슷하다. 단맛, 신맛, 쓴맛, 짠맛에 이어 제5의 맛으로 인정받은 감칠맛 조미료는 먹거리의 신세계를 열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MSG(MonoSodium Glutamate) 유해성 논란으로 천연 조미료에 밀려났다. 지금 방송계에도 MSG처럼 자극적인 콘텐츠가 넘쳐난다.

어떤 방송이 컬러 푸드 같은 방송일까? 컬러 푸드의 특징은 햇빛이라는 자연의 축복을 받고 자라서 다양한 영양소를 머금은 건강한 재료라는 것이다. 그래서 컬러 푸드는 보기 좋고, 맛있고, 몸에도 좋다. 이런 방송 채널, 콘텐츠를 컬러 푸드 같은 방송이라고 칭하고 싶다. 비유컨대 시금치, 깻잎 같은 녹색을 띤 그린 푸드가 간세포 재생에 좋은 성분이나, 눈 건강에 좋은 성분을 함유하고 있듯이, 그런 유형의 평생교육 채널도 가능하다. 그리고 사과, 토마토 같은 붉은색 채소나 과일은 항암 효과에 좋다고 한다. 라이코펜 성분, 유해산소를 제거하는 안토시아닌 성분 등이 몸에 좋은 역할을 하듯이 이러한 청소년 교육 방송도 필요하다.

그리고 한국이 자랑하는 항암제라는 마늘, 양파, 더덕, 도라지, 무 같은 흰색 음식은 균과 바이러스 저항성에 강하다고 한다. 심장 질환과 암을 예방하는 안토잔틴 성분이 함유되어 인기가 높은 화이트 푸드처럼 지구 환경을 먼저 생각하는 정보·건강 채널도 생각난다. 이외에도 가지, 자색 고구마 같은 자색 계열과 검은콩, 블랙베리, 흑미 등 검은색 식품도 항산화, 항노화 등에 좋은 성분이다. 자주색 푸드 같은 예체능 방송, 검은색 푸드를 보며 미래희망·과학기술 채널을 그려볼 수도 있다.

이처럼 매일 먹는 ‘음식’과 매일 보는 ‘방송’은 닮은꼴이다. 둘은 모두 유행에 민감하며 사회에 빠르게 영향을 준다. 어떤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 온라인 시청·조회 수는 실시간으로 치솟는다. 인생 맛집의 경우는 또 어떤가? 정보 전파에 맞춰 예약률이 올라가고, 온라인 검색도 증가한다. 조회 수를 올리려는 먹방 채널에 더하여, 일반인도 너도나도 먼저 가보려고 조바심이 생긴다. 인간 심리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방송에 드라마가 도입(초기 드라마는 생방송이었다.)되던 시기는 어땠는가? 드라마에서의 배역과 배우의 성격을 동일시하며 시청자는 특정 배우를 흠모하거나 증오하곤 했다. ‘방송’에 나왔다고 하면 자신도 모르게 믿음의 아이콘이 되었다. 70~80년대 방송 이야기다. 방송의 힘은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아 심리 변화에 지대한 영향을 초래하기에 ‘베르테르 효과’와 ‘파파게노 효과’로 나타나기도 한다.

‘유명인이나 존경하던 인물이 자살할 경우, 그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해서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인 ‘베르테르 효과’가 있다. 미국의 자살 연구학자인 필립스가 유명인의 자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일반인의 자살이 급증하는 패턴을 발견하고 붙인 이름이다. 바로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유래한 용어이다. 반대로 자살에 대한 언론보도 자제를 통해 모방 자살을 예방할 수 있다는 긍정적 효과도 나왔다. ‘파파게노 효과’이다. 파파게노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파파게노가 이루지 못할 사랑을 비관해 자살을 시도할 때, 세 명의 요정이 나타나 희망의 노래를 전하면서 죽음의 유혹에서 벗어난다는 긍정적 스토리다.

‘음식’도 ‘방송’도 우리 생활의 일부이다. 생명 유지를 위해서 음식을 먹지만 ‘맛’이라는 유혹에 과식, 폭식, 오염식단으로 병을 얻고 후회하곤 한다. 자극적인 방송에 시간을 빼앗기고, 정신이 피폐하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 이제 자연의 축복으로 생명 유지 효소를 품고 자란, 컬러 푸드로 건강 식단을 차릴 시대이다. 또한, 인류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서는 효소를 보충하는 컬러 푸드 같은 역할을 하는 방송 콘텐츠가 더 필요한 때이다. 컬러 푸드 같은 방송 채널이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 콘텐츠로 비단길을 펼쳐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