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전국 시대의 OTT

[칼럼] 춘추 전국 시대의 O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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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모정훈 연세대학교 교수] OTT의 춘추전국시대다. 넷플릭스, 디즈니+, 애플TV, 유튜브, 웨이브, 티빙, 쿠팡플레이, 왓차, 시즌, U+TV 등 다수의 국내/국외 OTT가 경쟁하고 있다. 다수의 경쟁 기업과 높은 혁신 강도는 기술 도입의 초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자동차 산업의 태동기인 1900년대 초, 미국 자동차 회사의 수는 2800여 개였다. 안정화가 된 2000년대 초에는 이 숫자가 20개로 줄었다. OTT 시장도 향후 경쟁을 통하여 안정화 단계로 진행할 것이다.

OTT 플랫폼이 중요한 이유는 향후 유료방송을 대체할 콘텐츠 플랫폼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젊은층이 선호하는 OTT가 시간이 지나면서 유료방송 플랫폼을 대체할 것으로 생각된다. OTT서비스의 전송 품질은 이미 유료방송과 차이가 없어졌고, 서비스 커버리지 측면에서도 실시간 방송, VOD, 영화, 드라마 등 유료방송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대부분 커버하고 있어서 현재 유료방송 플랫폼은 OTT 등의 콘텐츠 플랫폼으로 진화 혹은 흡수될 것이다. 유료방송 플랫폼 경쟁에서 승리한 IPTV 3사를 비롯한 OTT 사업자는 다음 전장인 OTT 경쟁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OTT 플랫폼의 경쟁은 빗장이 내려진 글로벌 경쟁이라는 점에서 IPTV/CATV 사이의 유료방송 플랫폼 경쟁과 차이가 있다. 언어 장벽, 규제 장벽이라는 빗장이 자동 번역/캡션 기술의 발전과 해외에 있는 서버를 통한 서비스로 사라지면서 콘텐츠 시장에서 기존 유료방송 시장과 다르게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글로벌/로컬 경쟁이라는 점에서 VISA/MASTER와 BC카드가 경쟁한 신용카드 플랫폼 경쟁, MS-Word와 아래한글 사이의 워드프로세서 경쟁, 페이스북과 싸이월드 사이의 SNS 경쟁과 오히려 비슷하다.

글로벌 OTT 사업자가 앞서 나가고 있고 국내 OTT가 추격하고 있는 모양이다. 유튜브는 2018년부터 네이버와 카카오톡을 제치고 사용시간 1위 애플리케이션으로 광고 기반 OTT 시장을 장악했다. 넷플릭스는 유료 구독자가 500만이 넘은 국내 1위의 가입 기반 OTT로 글로벌 가입자 수는 2억 명이 넘는다. 이러한 글로벌 OTT와 비교했을 때 국내 OTT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웨이브의 가입자 수는 1천만이고 티빙의 가입자 수는 2백만으로 넷플릭스에 비하면 이십분의 일, 백분의 일 수준이다. 웨이브의 무료/할인 가입자를 제외하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다. 바라지는 않지만 모든 국내dj OTT들이 경쟁력 약화로 사라지는 모습이 결과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플랫폼 경쟁은 망 효과로 인하여 승자독식 효과가 크다. PC 플랫폼의 MS사의 윈도우즈 독식, 스마트폰 플랫폼의 안드로이드, iOS 과점, SNS 시장의 페이스북 등을 보면 글로벌 플랫폼이 시장을 지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빗장이 풀린 OTT 플랫폼에서도 글로벌 사업자로서의 쏠림이 발생할 것인가?

대한민국은 특이한 나라이다. MS-Word라는 문서작성기 플랫폼이 시장을 독식하지 못한 전 세계에 몇 안 되는 나라이다. 구글 검색 엔진이 시장점유율이 90%가 안 되는 몇 안 되는 나라이다. 아래한글과 네이버 검색이 독점 상황을 막고 있다. OTT 시장에서 이러한 모습이 재현될 수 있을까?

향후, 많은 다윗들은 생존을 위하여 이합집산할 것이다. 힘이 약한 신라가 글로벌 세력인 당나라와 연합하여 고구려와 백제를 물리친 것처럼 국내 열위 사업자들은 해외 사업자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서 생존을 도모할 것이다. IMF 시절 대우가 무너지는 것을 목도한 LG의 생존전략도 이것이었다. LG노텔, LG필립스디스플레이, LG히타치 등은 이러한 합작의 결과였다. 고품질의 국내 콘텐츠에 욕심이 많은 글로벌 OTT와 글로벌로 확장하고 싶은 국내 업체 간의 제휴는 다윗들의 주요 전략일 것이다. 넷플릭스는 U+와 제휴를 통하여 국내에 진입하였고 얼마 전 티빙은 KT계열의 시즌과 합병하고 굴지의 영화배급사계열인 파라마운트+와 제휴하였다. 공격적인 쿠팡플레이가 아마존 프라임과 내일 제휴한다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

OTT 시장은 중요한 미래 콘텐츠 플랫폼이다. 1970년대 국내 영화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스크린쿼터제를 시행하였고 이는 국내 콘텐츠 산업의 발전과 번영에 지대한 역할을 하였다. 적절한 진흥 정책이 필요할 수 있다. 진흥 정책이 어렵다면 최소한 다윗과 골리앗 싸움에서 다윗만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는 정리되어야 할 것이다. 규제당국은 이러한 경쟁이 공평한 환경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고민과 실행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