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의 불편한 진실과 오픈AI 쿠데타 사건

[칼럼] 챗GPT의 불편한 진실과 오픈AI 쿠데타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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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박성환 박사, EBS 수석연구위원] 챗GPT 공개 1주년을 맞이하여 놀라운 사실 2가지를 마주했다. 하나는 챗GPT가 예상보다 빠르게 세상의 기술 지형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오픈AI 이사회에서 샘 올트먼 CEO를 파면했다는 뉴스이다. 세상을 바꾸는 기술의 정점에서 오픈AI는 왜 핵심 창업 멤버를 축출한 것일까?

인간의 전유물로 생각하던 출판·미술·음악 등의 콘텐츠 제작이라는 창작의 영역을 위협하는 능력 때문일까? 아니면 기술 영역 밖의 ‘AI 윤리’ 때문일까? 이미지 인식 기능과 텍스트를 음성으로 구현하는 TTS(Text To Speech) 기능을 추가하며 ‘보고 듣고 말하는 AI’ 기능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까? 쿠데타 와중에 구글이 발표한 ‘멀티모달 AI’인 제미나이(Gemini)가 텍스트·이미지·음성·영상의 더 자유로운 상호작용으로 비즈니스를 주도할 것이라는 위기를 예견했기 때문일까?

의문의 핵심은 이사회 내부의 임원 갈등양상으로 풀이된다. 적어도 외형적으로 권력 다툼 쿠데타인 것이다. 그 이유는 미국 혁신 기업의 특징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 벤처기업에는 이런 문화가 있다. 창업 이후 새로운 개발 방향을 두고, 난상 토론이 빈번하며, 그렇게 해도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아랫사람은 “나는 너의 의견에 공감하지는 않지만, 회사나 CEO의 결정에 따르겠다.”라는 묵시적 규칙이 그것이다. 이런 점에서 하루아침에 CEO 샘 올트먼을 쫒아내려는 행동은 미국 혁신 기업의 특징을 무시한 내부 싸움으로 해석된다.

하루아침에 쫓겨난 샘 올트먼은 SNS에 ‘게스트 방문증’을 든 셀카 사진을 올리며, 세상을 향해서 일갈했다. “다시는 이 신분증을 들고 오지는 않을 것이다.” 이 인증 샷의 숨은 의미는 오직 샘 올트먼 자신만 알겠지만, 사진 한 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세상은 경악했고, 투자자는 즉각 경고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기다렸다는 듯 영입을 추진했다. 더 놀라운 것은 370명의 직원 중 338명이 샘 올트먼이 없다면 나도 그만 두겠다고 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쿠데타는 5일 만에 싱겁게 끝났다. 사임 의사를 밝힌 이사도, 신규 이사회 후보들도 “샘 올트먼이 다시 오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에 서명한 것이다.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는 이 쿠데타를 주도한 일리야 수츠케버도 12번째로 서명했다. 샘 올트먼의 승리가 확실해지는 순간이다.

이들 쿠데타 이면에는 어떤 상황이 숨어있는 것일까? 6명의 이사회 구성원 면면을 보면, 인공 지능 기술 발전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부류가 많았다. 3명의 사내 이사 중 CEO인 샘 올트먼과 그레그 브록만 2명만이 부머 성향으로 분류된다. 3명의 사외이사를 규합해서 쿠데타를 일으킨 일리야 수츠케버는 대표적인 두머로 분류된다. 여기서 부머(Boomer)는 AI 기술이 인류를 발전시킬 것이라는 긍정론자를, 두머(Doomer)는 AI 기술의 발달이 일자리를 빼앗고 재앙이 될지도 모른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위험논자를 의미한다.

샘 올트먼은 누구인가? 2005년 스탠포드대학교를 중퇴하고 위치기반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벤처기업인 로프트(Loopt)를 설립했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매각한 이력이 있다. 이후에 Y콤비네이터라는 투자회사로 자리를 옮겨 2010년대에 소셜미디어 시대가 열리면서 핀터레스트, 에어비앤비, 레딧 등의 회사에 투자하면서 대박 신화를 이뤘다. 당시에 30세 이하 최고의 투자자로 선정된 바 있다. 2015년 일론 머스크, 일리야 수츠케버와 함께 비영리 인공지능연구소인 오픈AI를 설립했다. 샘 올트먼과 같은 생각을 가진 대표적인 부머 진영에는 스탠포드대학교의 앤드류 응 교수, 메타의 수석과학자인 얀 르쿤 뉴욕대 교수가 있다.

반면 불행한 결말을 뜻하는 둠(doom)에서 따온 두머 진영에는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 오픈AI의 수석 과학자이며 사내 이사 중 1인인 일리야 수츠케버, 수츠케버의 스승인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가 있다. 평소 행동과 달리 일론 머스크가 두머로 분류되는 것은 의아하기도 하다.

쿠데타의 주역인 일리야 수츠케버는 어떤 인물인가? 이미지 인식 경진대회에서 딥러닝 기반의 ‘알렉스넷’이라는 획기적인 성능의 AI로 단숨에 유명해진 인물이다. 물론 그의 뒤에는 딥러닝의 아버지라 불리는 제프리 힌튼 교수가 있었다. 이 유명세를 안고 제프리 힌튼 교수와 일리야 수츠케버가 벤처기업을 설립했더니, 기다렸다는 듯 구글이 매입해 버렸다. 그래서 알파고, 텐서플로 개발 등에 참여했으며, 오픈AI의 창업 멤버가 되었다. 하지만 일리야 수츠케버는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와 함께 대표적인 두머로 챗GPT의 급격한 성장에 우려를 표한다.

오픈AI 쿠데타 사태가 보여준 AI 개발의 방향과 속도 전쟁의 1차 승자는 부머이다. 하지만 생성형AI의 진정한 승자는 누가 될 것인지 속단은 어렵다. 인공지능이 미래 세상을 이롭게 할 것이라는 부머 진영도, 걱정과 두려움으로 경계 대상이라는 두머 진영도 달리면서 진로보정 중이기 때문이다.

구글의 제미나이(Gemini) 발표 이외에도, 2024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IBM, xAI 등에서 다양한 형태의 초거대 AI 모델을 출시하며 본격 경쟁이 예상된다. 사람의 능력을 넘어선 인공지능이 인류를 파괴할 ‘킬러 로봇’이 될지, 인류의 안전과 평화를 위한 이타적인 ‘횃불’이 될 지는 인류의 선택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