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지 말자, AI 시대

[칼럼] 쫄지 말자, AI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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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오건식 SBS 뉴미디어개발팀 부국장] 일본의 후코쿠 생명보험회사에서는 IBM의 Watson 인공지능(AI) 시스템을 활용해 기존 직원의 일부를 대체할 것이라고 한다. 말은 대체이지만 올 3월까지 34명이 해고될 것이다. 포레스터 리서치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2021년까지 전체 6%에 상당하는 인력이 AI나 로봇으로 대체될 전망이라고 한다.

올해 CES의 가장 큰 이슈는 아마존의 AI 음성인식 비서인 ‘알렉사’였다고 한다. 필자는 CES를 한 번도 안 가 보았기에(‘안 가’로 쓰고 ‘못 간’으로 읽는다) 어떤 제품이나 업체에 경도되지 않고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물론 NAB나 IBC 전시회 등에 가서는 업체 직원과 식사를 같이 한 적이 몇 번 있었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김영란법 시행 이전이었고 대부분 맥주 수준에서 끝났으므로 셀프 불기소 처분.

한때는 가정 내 IoT Hub로 스마트 TV의 미래를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스마트’란 단어가 AI와 동의어가 된 지금, 스마트 TV는 더 이상 스마트 TV라고 부르기 어렵게 될 것 같다. 기기들을 제어하기 위한 IoT Hub가 되려면 우선적으로 자연어 처리가 돼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음성인식 등의 분야에서 앞서가는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에서는 이통사들과 포털 등에서도 AI 비서 제품이나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CES를 안가 봐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생각해 보면, 보통의 사람들은 비서가 필요한 삶을 살고 있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은 스스로 주체하기 어려울 정도로 스케줄이 꼬이지는 않는다. 그리고 IoT 기기를 제어할 기회가 과연 하루 중에 몇 번이나 있을까? 심지어 주변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데 날고 긴다고 인정하는 사람도 스마트폰 기능의 절반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비서가 필요한 사람도 때로는 비서 모르게 사생활을 영위하고 싶은 때가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사생활 보호란 측면에서 사람이 아닌 AI 비서가 필요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가 아는바 AI 비서를 만든 회사는, 아니 그 회사 직원들은 지속적인 기능 개선을 해야만 월급이 나오는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그래서 이용 행태 분석을 위한 빅데이터가 필요할 것이고, AI 비서의 이용 행태는 당근 빅데이터의 일부분이 될 것이다. 어쩌면 AI 비서를 만든 회사가 원해서 Big Brother가 되는 것이 아니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일 것이다. 스마트폰 앱 하나 설치하려고 할 때도 별의별 동의를 다 구하는데, 이 의미를 속속들이 알고서 설치 여부를 결정하는 사용자가 얼마나 될 것인가? 이는 Stand Alone 형태가 아닌 Networking 돼 있는 기기를 이용하는 사용자들의 숙명이다. 제작사가 좀 더 효율적인 비서질을 위해서 사용 기록 등의 Log가 필요하다는데 어쩔 것인가? 보통 ARS 등에서도 서비스 품질 개선 등의 요상한 이유를 내세워서 녹음을 하지 않는가?

사생활 보호란 측면에서 상징적인 것의 하나가 영상 통화다. 휴대폰 통화 중 영상 통화의 비중은 그다지 크지 않다. 80, 90년대 과학 관련 전시회에 가보면 미래에는 모두 다 화상 전화로 통화를 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그 미래가 바로 지금이다. 아니 3G 통신이 시작된 이후이니 그 미래의 시작은 이미 10년 정도 지난 과거가 됐다. 그러나 스마트폰 조작을 잘못해서 한 것 이외에 마음먹고 영상 통화란 것을 언제 해봤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다. 그 이유는 비싼 통화 요금보다는 프라이버시 보호란 측면이 더욱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휴대폰 요금제에서 영상 통화 30분 정도는 보장을 해주고 있는데도 이용을 잘 안 한다는 점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방송에서는 몇 해 전부터 연예인들끼리 통화나, LTE를 활용한 MNG(Mobile News Gathering) 등에서 활용도가 높다. 즉 사적이지 않은 영역에서 영상 통화 기능을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첨단 기술도 심리학이라는 Filter를 거쳐야 완성이 된다.

이와 같이 미래 사회에서는 당근 첨단기술의 혜택과 사생활 보호란 개념이 더욱더 충돌할 것이다. 유사한 예로 자율주행차에서는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에 대한 법적·윤리적 조정이 쉽지 않을 것이다. 주당들에게는 안 좋은 소식이겠지만, 일반적인 자율주행차는 2030년에도 상용화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전반적인 AI 시대는 생각만큼 빨리 도래하지 않을 것이니 극단적으로 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방송 관련해서는 AI 기술이 방송기술 엔지니어를 대체한다는 뉴스는 아직 보지 못했다. 주조정실의 경우, 물론 자동화 레벨에 따른 조정은 있을 수 있으나 근본적으로 사고 발생 시 온전히 자동 송출 프로그램에 책임을 지우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본다. 제작 마무리 단계에서 예외적인(‘예외적’이라 쓰고 ‘지각 입고’라고 읽는다) 상황이 발생하는 현실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필자의 견해가 틀렸다면 성실하게 조사받겠습니다. 나중에는 조사 안 받겠다고 말 바꾸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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