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방송 콘텐츠 요금 정상화 과정을 거쳐야

[칼럼] 저렴한 방송 콘텐츠 요금 정상화 과정을 거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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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모정훈 연세대학교 교수] 한국의 콘텐츠 산업이 ‘K-Contents’라는 브랜드로 세계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블랙핑크와 BTS의 음악이, 드라마 ‘오징어 게임’, 영화 ‘기생충’, ‘미나리’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이러한 선전에 힘입어 콘텐츠 시장의 규모는 커지고 수출은 증가하고 있다. 또, 한국의 콘텐츠 시장 순위는 미국, 중국, 일본, 독일, 영국, 그리고 프랑스에 이어 전 세계에서 7번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백서에 의하면 한국 방송 콘텐츠는 약 20.8조의 규모로, 주요 콘텐츠, 출판, 방송, 게임, 캐릭터, 음악, 그리고 영화 중에서 약 24%의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방송 콘텐츠의 점유 비중은 12,140억 달러 중 4,906억 달러로 약 39%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야기가 다르다. 방송 콘텐츠의 비중이 글로벌 대비 15%나 작다.

방송 콘텐츠 비중이 적은 이유 중의 하나는 높은 게임 비중이다. 글로벌 시장의 게임 비중은 10% 정도이지만 한국 시장의 게임 비중은 18%로 대한민국이 게임강국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게임 비중의 8% 차이가 방송 콘텐츠 시장의 약세를 모두 설명해 주지 못한다.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한국 방송 콘텐츠 가격이 세계 시장 대비 매우 저렴하기 때문이다.

대표적 공영방송 콘텐츠 가격인 수신료는 저렴하다. 월 2,500원으로 1년에 3만 원이다. 공영방송의 대명사인 영국 BBC의 경우 연 159파운드로 약 25만 원 수준이다. 우리의 8배이다. 일본의 경우는 연 14,470엔으로 14만 원 정도이다. 우리의 5배이다. 저렴한 수신료는 교통 요금과 함께 대한민국에서 사는 좋은 점이다. 수신료가 저렴한 이유는 40년 동안 한 푼도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1981년에 결정된 이 금액은 그대로이다. 한국통계청에 의하면 소비자 물가지수는 5배 정도 올랐고 1인당 GDP는 1980년 1,714달러에서 2021년 35,000달러로 20배 정도 올랐다.

수신료뿐 아니라 유료방송 구독료도 저렴하다. 유료방송 IPTV의 월평균 요금(ARPU)은 12,000원 정도이다. 케이블TV의 경우는 이보다 훨씬 낮아서 월 4,400원 정도이다. 미국에서 케이블TV 요금이 월 50불 정도이니 한국 IPTV 요금 대비 5배 정도이다. 이 요금은 ESPN 같은 스포츠 채널을 포함하지 않은 요금제이고 만약 인기 스포츠 채널을 추가하면 요금이 100달러를 훌쩍 넘어선다. 이런 비싼 요금제는 미국 시장에서 넷플릭스 가입자가 빠르게 느는 데 일조하였다.

저렴한 방송 콘텐츠 요금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장점이지만 콘텐츠 수출 시장에서는 단점일 수 있다. 저렴하게 형성된 가격 때문에 팔릴 때 제값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오징어 게임의 편당 제작비는 28억 원 정도로 알려졌다. 기존 한국 드라마의 제작비보다는 4~5배 수준으로 높아졌지만 미국 드라마 제작비보다는 낮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에 와서 일하면 본국보다는 10배 이상의 임금을 받지만 한국 기준으로 저렴한 인건비를 받는 경우와 비슷하다.

저렴한 한국 방송 콘텐츠가 값싼 외국인 노동자 대접을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본국에서의 대접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콘텐츠의 가격을 어느 정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콘텐츠의 계약 관행도 이차 판권과 지식재산권을 인정해서 콘텐츠 제작사의 권리가 보장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랬을 때 해외사업자들의 계약 관행도 바뀔 수 있을 것이다. 방송사들이 외주 제작업자에게 했던 계약 관행이 그대로 해외업자들이 한국의 제작업자에게 관행으로 되돌아오지 않도록 바꿀 필요가 있다. 지식재산권과 콘텐츠 제작 계약 부분의 정상화 과정이 자력이 아닌 타력으로 강제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방송사들이 먼저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정부가 이를 지원할 때 해외사업자들도 우리 콘텐츠를 제값을 주는 상황으로 바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