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시대, 방송 미디어가 준비할 일

[칼럼] 자율주행 시대, 방송 미디어가 준비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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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박성환 박사, EBS 연구위원] 인간 생활의 편리함을 향한 기술 발전은 언제나 우리의 예상보다 저만큼 앞서간다. 5G 통신환경과 전기자동차, 센서 및 인공지능 기술의 등장으로 자율주행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2018년 12월 5일, 알파벳의 자율주행 사업부 웨이모가 웨이모 원(Waymo One)이라는 최초의 ‘자율주행 라이드 셰어링 서비스(Autonomous Ride-sharing)’를 론칭 했다. 당시에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주변 도시로 운행을 제한하고 운전자가 동승하는 조건이었지만, 이들의 완전 무인 차량 운행 목표는 2025년이다. 이후 2019년 1월에는 호주의 리오 틴토라는 철광석 개발 기업이 완전 자율주행 철도를 발표하면서 산업에도 적용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초의 완전 자율주행·장거리·화물철도 네트워크’라는 포부를 드러낸 획기적 시도였다. 이후 세계적인 가전 전시회인 CES를 통해서도 자율주행차의 변신 모델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현재 자율주행은 로드맵상 어느 수준에 있을까? 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기업인 현대자동차를 중심으로 알아보자. 운전자가 도로 상황을 파악하고 운전하는 일반 차량의 상태를 0단계로 부른다. 1단계는 자동 브레이크로 차간 거리, 속도 조절 수준이다. 자율주행이라는 이름표를 붙이려면 3단계부터이다. 3단계는 안전 기능이 작동해 지정된 조건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하지만, 시스템이 요구할 시 운전자가 운전해야 하는 ‘부분 자율주행’ 단계를 말한다. 4단계는 3단계보다는 진전된 조건부 자율주행이다. 시스템이 모든 조건을 인식해서 운전하는 ‘완전 자율주행’을 5단계의 무인 주행 시스템이라 한다. 이처럼 총 여섯 단계로 구분한다. 현재 국내 기술은 3단계 수준을 넘어가고 있다. 위험 상황에 시스템이 요청하면 운전자가 대응하는 수준이다. 현대자동차의 목표는 2021년까지 도심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한 고도 자동화 단계를 달성하고, 2030년까지 완전 자율주행을 상용화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자동차는 가끔 부의 상징이 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생활에 필수 불가결한 편리한 교통수단이다. 이제 ‘자동차가 없던 시절에는 어떻게 살았을까? 하던 시대가 지나가고, ‘자율주행차가 안 나왔다면 이 편한 세상이 가능할까?’라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이처럼 미디어도 자율주행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자율주행차의 예고편은 전기자동차였다. 미디어 시장의 전기자동차는 스마트폰에 해당하며, 지금의 모바일 소셜미디어 시대를 자율주행 3단계라고 비유할 수 있겠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등장으로 미래 미디어 시장에도 변혁이라는 신호를 보내오고 있다. 그렇다면 방송 미디어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미래 자동차는 ‘달리는 스마트폰’, ‘움직이는 사무 공간’, ‘도로 위의 쇼핑몰’이라고 한다. 결국, 인간을 더 편하게 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예고편보다 더 짜릿한 본편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방송·미디어 몫이다. 자율주행차는 더 이상 교통수단이 아니다. 연결을 통한 모빌리티(Mobility) 개념의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술적으로 자율주행차는 IoT(Internet of Things) 기반의 초저지연 고속 인터넷과 결합한다. 이것은 방송망 서비스 입장에서 새로운 위기이며 도전이다. 그래서 미디어 시장은 큰 변혁의 밑그림을 지금 그려야 한다. 자율주행으로 운전자의 손과 발, 눈과 귀는 자유를 얻는다. 차 안에서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진다. 당신이라면 남는 시간에 무엇을 하겠는가? 업무를 할까? 휴식을 취할까? 엔터테인먼트를 즐길까? 자율주행은 미디어 소비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와 같은 TV 시청, 영화 보기, 음악 감상, 게임 등의 이용에 만족할까? 자연스럽게 비대면 업무가 늘어나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당길 것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직업군이 많아질 것이다. 미디어 산업은 그 중심에 있다.

가상현실· 증강현실· 혼합현실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접목하는 기술이다. 그래서 방송·미디어는 서둘러 ‘메타버스’에 올라타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자연스럽게 현재 미디어 소비의 중심에 있는 유튜브와 같은 OTT, 1인 미디어도 빠르게 진화할 것이다. 1인 방송 채널을 운영하는 셀럽들은 이미 아마추어가 아니다. 이들은 콘텐츠의 생산 능력과 품질, 미디어 소비 변화의 열쇠를 쥐고 있다. 이들이 진정한 소셜미디어 시대의 영향력을 가진 생산자인 동시에 소비자이다. 이러한 점에서 필자는 자율주행차의 등장으로 차세대 미디어의 중심으로 개인 플랫폼이 발전할 것으로 예측한다.

1인 방송 채널의 폭발적 발전이 예상되는 미래에 방송 미디어는 무엇을 대비해야 하나? 시간이 별로 없다. 방송사는 ‘방송 중심’의 서비스 모델을 뛰어넘는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무선 중심의 방송, 대형 스크린 중심의 콘텐츠 기획에서, 개별 소비자 중심의 콘텐츠와 서비스를 동시에 개발해야 한다. 누가 자율주행 플랫폼의 주인이 될까? 자동차 제조사와 방송사의 협력은 필수 불가결 요소이다. 방송망과 IoT망을 연계한 고급 서비스 모델을 만들자. 변화에 적응하려면 익숙하지만 낡은 ‘방송’이라는 옷을 먼저 벗어야 한다. 그래야 그 자리에 ‘소셜’이라는 디자이너의 옷으로 갈아입을 수 있다. 건축에 비유하자면, 미디어 서비스도 택지 개발이나 적어도 재개발 정도는 해서 신도시를 만드는 수준으로 해야 한다. 2007년 아이폰이 출시됐을 때, 마이크로소프트의 전 CEO ‘스티브 발머’의 주장 같은 전철을 밟지 말자. “아이폰이 유의미한 시장 점유율을 차지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라고 단언했다가 후폭풍에 시달린 MS의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