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기 인공지능과 미디어의 진화

[칼럼] 제4기 인공지능과 미디어의 진화

888

[방송기술저널=서영우 KBS수석연구원/공학박사] 며칠 전 애들을 데리고 통신사 대리점에 방문한 적이 있다. 창구에 앉아서 일을 보고 있는데 초등학교 1학년인 둘째가 큰소리로 스피커에게 무언가 얘기를 한다.
“최신 음악 들려줘.”
   “7번 틀어줘.”
   “타이머 1분 시작.”
신기하게도 스피커에게 뭔가를 척척 시키고 또 스피커는 하라는 대로 대응을 해주고 있다.

우리 세대가 마우스와 키보드로 기계와 대화했다면, 저렇게 음성으로 손짓으로 기계에게 지시하는 모습은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또 다른 세상일 것이다. 이렇게 아이도 쉽게 쓸 수 있는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는 친숙한 캐릭터 스피커의 모습으로 대중화되고 있다. 겉모습은 단순한 스피커일지 몰라도 사실은 거대한 데이터의 세계로 이끌어 주는 중요한 인터페이스인 것이다.

새로운 UI와 새로운 지능! 4차 산업혁명이 제시하고 있는 정보통신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점점 더 고성능화되어가는 스마트 단말기와 사물인터넷 그리고 인공지능은 어느새 우리 옆에 다가와 있다. 과연 방송 미디어 산업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지금까지 서비스되거나 준비 중인 인공지능 기반의 미디어 서비스 중 대표적인 것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인공지능 미디어 생성 서비스로, 대표적인 것은 지난 선거 때 SBS 뉴스에서 선보인 인공지능 뉴스 기자 ‘나리’다.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각종 선거 개표 데이터를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뉴스로 만들어주는 흥미로운 서비스였고 실제 결과물도 사람이 작성한 것과 유사하게 잘 만들어 냈다. 이렇게 데이터의 전달을 기반으로 하는 틀에 박힌(?) 리포트는 인공지능이 가장 잘 만들어낼 수 있는 뉴스의 소재다. 스포츠 결과 정리, 일기예보 등 패턴이 정해져 있는 형식의 뉴스 역시 기자의 리포트 스타일을 학습시키면 유사한 기사를 자동으로 얼마든지 생성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던 유소년 축구리그나 동네에 특화된 일기예보 뉴스도 얼마든지 자동으로 생성되고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소비될 수 있다.

두 번째는 미디어 요약 서비스다. 뉴스의 요약이나 영화나 드라마 요약 서비스 등이 시도되고 있다. 뉴스의 경우 유통 플랫폼에 따라 길게도 짧게도 제공이 돼야 하는데, 같은 소재에 대해서 긴 형식의 뉴스, 짧은 형식의 뉴스 등 기사의 패턴을 학습하게 되면, 하나의 기사에 대해 각 플랫폼에서 요구하는 길이로 길이 조절이 가능하다. 이는 전 세계에 뉴스를 공급해야 하는 BBC 등에서 개발돼 서비스되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의 요약은 IBM이나 AMAZON과 같은 미디어 클라우드를 제공하는 회사에서 주로 선보인 바 있다. 수많은 영상물에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기 위한 예고편이나 요약 및 하이라이트 서비스 등을 콘텐츠 제공자의 의도에 의해 제공할 수 있다.

세 번째는 미디어에 다양한 정보를 넣는 메타데이터 생성이다. 비디오 및 오디오를 인식해서 인물, 사물, 자막, 키워드 등의 데이터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서비스 개발이 한창이다. 이를 통해 제작자 및 서비스 공급자는 콘텐츠의 검색이나 부가 사업을 용이하게 하는 데이터를 삽입할 수 있고 전용 플레이어를 통해 서비스 동영상에 연관된 쇼핑, 광고 등 다양한 부가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미디어 추천 서비스다.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에서 소비자의 기호 및 관심도를 측정할 수 있는 수단을 적용하면 소비자가 선호하는 또는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추천할 수 있다. 이른바 시청자 맞춤형 서비스로서 소비자의 성별, 나이 등 사전 정보를 기준으로 즐겨보는 프로그램 및 콘텐츠 등을 분석해 소비자 본인도 정확히 모르는(?) 선호 장르, 선호 인물, 선호 프로그램 유형 등을 분석한다. 수많은 유사 사례를 분석해 콘텐츠별 연관성을 분석한 후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찾아내고 제작사가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모션을 적절히 가미해서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이미 넷플릭스, 유튜브 등 동영상 포털에서는 이런 기술을 통해 지속적 비디오 시청 및 콘텐츠의 관심을 유발해 내고 있다.

이밖에도 인공지능 자체가 콘텐츠의 주인공이 되는 경우도 있는데, 대표적인 경우가 바둑 및 e-스포츠 등이다. 이미 인간의 수준을 넘어선 종목도 있으며 새로운 방식의 게임 전개 방식을 선보이기도 하였다. 이처럼 인공지능은 이미 미디어 서비스의 많은 부분에서 적지 않은 활약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욱 새로운 시도가 이뤄질 것이다.

이번 정부의 주요 과제 중 하나가 ‘인간 중심의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한다. 인공지능이 은행원을 대량 감축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뉴스 기사를 보며 과연 인간 중심의 인공지능에 기대하는 모델은 어떤 모습일지, 미디어 업계에서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관계가 경쟁이 될지 아니면 소비자의 미디어 선택권 확대가 될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자.

댓글 없음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