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에어 위에 온라인이 있다

[칼럼] 온에어 위에 온라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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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박성환 EBS 정보보호단 단장]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세계 최대 온라인 유료 공연 기록을 세웠다. 지난 6월 14일의 ‘방방콘 The Live’ 콘서트 이야기다. 최고 동시 접속자 수는 약 76만 명으로 90분간의 공연 수익은 25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 서비스는 라이브 스트리밍 기술과 클라우드 서버를 기반으로 구성됐다. 제공회사인 미국의 ‘키스위모바일(KisweMobile)’의 창업자는 한국인 김종훈 박사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동시 접속자 수 76만 명은 놀라운 숫자가 아니다. 코로나19 사태로 급하게 결정된 온라인 개학을 위한 ‘EBS 온라인 클래스’ 사이트의 동시 접속자 수 설계가 무려 300만 명이었다. 중·고등학생 수인 270여만 명을 동시에 수용하는 규모이다. 온라인 콘서트의 성공을 위해서 키스위모바일은 영상 서비스의 대역폭 문제와 접속 장애에 대비하느라 마음 졸였을 것이다.

만약 방송 서비스였더라면 어땠을까? 우리나라 오천만 전 국민이 동시에 시청해도 트래픽 걱정이 없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우리나라 TV 등록 대수는 2018년 기준으로 2500만 대이다) 다만, 전파 도달 범위에 TV 수상기가 존재해야 방송 수신이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전파의 도달거리라는 제약을 극복해 한국의 방송을 전 세계에 동시에 서비스하려면 올림픽 경기 중계처럼 국제방송센터 같은 전송 시설을 구축해서 세계로 보내야 하니 비용이 많이 든다. 반면 인터넷 서비스는 기존 인터넷망을 활용해서 망 비용 고민 없이 저렴하게 세계로 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구글은 열기구를 이용한 인터넷 서비스인 프로젝트 룬이나 태양광 드론을 사용한 타이탄을, 페이스북은 아퀼라 프로젝트 등을 시도했다. 하늘에 초고속 인터넷망을 깔아서 세계를 인터넷 세상으로 만들려는 것이다. 인터넷 공룡 기업다운 실험이다. 이런 점에서 지금은 온에어(ON AIR) 위에 온라인(ONLINE) 서비스가 있는 시대라 하겠다.

개인이건 기업이건 닮고 싶은 상대, 부러워하는 대상이 있다. 방송 사업자는 통신 사업자의 가입형 서비스를 부러워했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교체하면서 일반적으로 2년 약정을 하면, 최소 2년 동안은 자연스럽게 해당 통신사의 충실한 고객이 되기 때문이다. 일정 비율 이탈 고객을 고려하면 고정적 수익 범위를 예측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방송사는 통신사를 부러워하지만, 정작 통신사는 인프라 구축 비용 때문에 힘겨워한다. 지금은 인터넷이라는 사이버 영토를 장악하고 검색과 정보를 제공하는 포털사나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부러움의 대상이다. 카카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소셜 애플리케이션 기반 사업자들의 수익 모델이 더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이들 인터넷 기업들은 광고를 기본으로 구독형 서비스를 포함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성할 수 있다. 이용자는 소셜 플랫폼 이용이 공짜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이용자가 플랫폼의 파워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지상파 방송사는 단방향 서비스라는 방송망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계속 노력해 왔다. 2017년 5월 31일, 한국은 세계 최초로 지상파 UHD 방송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UHD 플랫폼을 양방향 서비스의 중심에 두고자 했다. 2017년 11월에는 LG 올레드TV와 손잡고 TIVIVA(티비바) 서비스를 오픈했다. 지상파 방송사의 UHD 콘텐츠 다시 보기가 가능하고, 당시 ‘콘텐츠연합플랫폼(POOQ)’과 연계해서 실시간 채널과 지상파 콘텐츠의 동영상 서비스도 준비했다. 하지만 2년여 시간이 지난 지금 TIVIVA는 잊힌 서비스가 됐다. 무엇이 문제인가? 방송사는 수익 악화로 UHD 콘텐츠 제작비 늘리기가 어렵고, 소비자는 UHD TV로 당장 교체할 욕구가 미미하다. 그리고 TV는 방송 시청의 도구라는 고정 관념이 크니, 와이파이망을 연결해 새로운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관심도 적다. 그래서 지상파 방송사는 시간과 공간의 제한을 받는 서비스에 아직도 머물러 있다. 물론 가만히 앉아서 위기를 자초한 것은 아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확산이 TV 시청 행태를 바꾸고,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보면서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각종 앱을 통한 서비스, 한국형 OTT인 ‘웨이브’, SNS와 TV를 결합한 소셜 TV 서비스도 시도했었다. 하지만 충분히 검증하고 성공 모델을 만들어 보기도 전에 중단된 것이 많다. 그래서 새로운 도약으로 지상파 변신 서비스의 방향을 제안해 본다.

첫째, 미디어 서비스 진화의 중심에 있는 소셜미디어 플랫폼과의 연계를 통해서 생존을 모색해야 한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와 같은 플랫폼의 컨테이너에 어울리는 콘텐츠 포맷을 개발해 제휴하자. 방송 콘텐츠의 최종 소비층과 소비 행태 분석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이른바 빅데이터 분석으로 소셜 서비스 진입 통로를 개척해야 한다.

둘째, 방송사는 콘텐츠 생산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생산에서 소비까지 전 과정에 감동을 실어 나르는 서비스 플랫폼이 돼야 한다. 그래서 플랫폼 4대 천왕인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의 비즈니스 모델과 접목하자.

셋째, 광고는 중요한 미디어 수익 모델이다. 모바일 시장에서 콘텐츠 연계 광고로 지상파의 한계를 벗어나 보자. 이제 디스플레이 광고 시대를 넘어서 콘텐츠 연동, 정보 중개형 광고로 수익 모델이 변화될 것이다. 변혁의 미디어 시장에서 생존 방향은 콘텐츠만 팔지 말고 종합 서비스로 팔아야 한다. 지상파보다 강력한 플랫폼들과 손잡고 내 비즈니스 모델을 열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