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비전 프로와 공간 컴퓨팅 세상

[칼럼] 애플 비전 프로와 공간 컴퓨팅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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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박성환 박사, EBS 수석연구위원] 애플이 예정대로 2월 2일(미국 기준) 비전 프로(Vision Pro)를 공식 출시했다. 지금은 누가 봐도 가상·증강 현실을 지원하는 혼합현실(MR) 헤드셋이다. 그런데 애플에서는 ‘공간 컴퓨터’라고 부른다. 팀 쿡 애플 CEO는 비전 프로가 “오늘 이용할 수 있는 내일의 기술”을 가졌다고 자랑한다. “5,000여 개의 특허를 확보한 발명품”이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가격도 3,500달러(한화 약 460만 원)로 499달러인 메타 퀘스트 3보다 7배나 비싸지만 합리적이라고 한다.

애플 비전 프로
출처 : https://www.apple.com/apple-vision-pro/

애플이 꿈꾸는 ‘공간 컴퓨팅(Spatial Computing)’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한국에는 아직 비전 프로가 출시되지 않았기에 애플의 발표 내용과 미국 유명 유튜버들의 초기 사용 경험을 종합해서 분석해 본다. MS의 홀로렌즈처럼 업무 적용 중심의 B2B 타깃일까? 실감미디어로 활용, 게임 이용과 같은 B2C 우선일까?

애플은 2023년 6월 ‘세계개발자대회(WWDC)’에서 비전 프로를 처음 공개했다. 2015년 애플워치를 출시한 후 9년 만에 신제품 출시 예고였다. 당시 팀 쿡 CEO는 “디지털 콘텐츠를 현실 세계와 융합시켜서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했었다. ‘공간 컴퓨팅’ 경험을 제공하는 앱과 게임이 600개가 넘는다고도 했다. 확장 현실(XR)을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것일까? 실감 콘텐츠의 끝판왕인 홀로그램으로 가는 서막이라는 것인가? 이제 진실을 검증할 차례다.

출시 전날 애플은 실적 발표에서 월마트, 나이키, 뱅가드, 스트라이크, 블룸버그, SAP 등의 기업이 “비전 프로를 고객과 직원들을 위한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투자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발표했다. B2B 시장에 비즈니스의 방점을 찍었다고 알려준 것이다.

실제 사용 환경에 진심인 소비자, 유튜버들의 평가는 어떨까? 착용하면 홈 뷰(Home View)가 눈 앞에 펼쳐지고 사파리 브라우저, 애플 스토어, 애플 TV와 뮤직 등의 앱이 눈에 보인다. 맥북을 켜고 비전 프로를 착용하면 연결 버튼이 생기고, 연결하면 맥북 출력을 자유롭게 공간에 배치하여 사용할 수 있다. 좁은 공간에서 편집 작업을 하는 경우 딱 좋다고 한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와의 에어드롭 기능, 초저지연 패스 스루 기능이 돋보인다. 시선추적 기술은 실제 사람이 물체를 볼 때처럼 현실감을 준다고 한다. 별도의 컨트롤러 없이 아이트래킹과 손가락 인식으로 제어한다는 것이 핵심 강점이다. 실제 요리를 하면서 가상공간에 타이머를 여러 개 띄워서 활용하는 편리성이 인상적이었다.

애플 비전 프로 홈 뷰(Home View)
출처 : https://www.apple.com/apple-vision-pro/
Understand the basics of spatial computing.

주요 기능의 장단점도 들여다보자. 12개의 카메라, 5개의 센서와 6개의 마이크를 장착하여 물리적 공간의 시각 요소, 청각 요소를 그대로 디지털 공간으로 옮기는 데 성공했다. Micro OLED 기반의 Dual 4K를 지원하는 디스플레이도 획기적이다. 페이스타임 통화용 3D 아바타를 만들어 주는 페르소나 기능도 있다. 흔히 이용하는 유튜브, 넷플릭스를 보기 위한 앱은 아직 지원하지 않는다. 대신 애플TV+, 디즈니+, 파라마운트+를 지원하고 있다. 물론 사파리를 통해서 유튜브 시청도 가능하다.

아이사이트(Eye Sight) 기능은 사용자가 주변 사람들과 연결된 느낌을 유지하도록 지원한다. 비전 프로를 착용한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고글 전면이 투명해져 사용자의 눈을 볼 수 있고, 사용자도 주변 사람을 볼 수 있다. 이외에도 기술적으로 시야각 문제, 빛 차단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전면 카메라를 통해서 외부 영상을 얻고, 거기에 가상 오브젝트를 합성해서 보여주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주 가까운 물체나 작은 글씨를 구분하기 어려운 것은 한계점으로 남아있다.

이외에는 2시간~4시간 사용하는 배터리팩 용량 문제, 앞부분이 무거워서 오래 착용이 어렵다는 현실, 낮은 조도에서 사용이 어려운 점도 있다. 메타퀘스트 3에 익숙한 VR 게이머들은 애플 제품은 게임에 취약하다고 주장한다. 훨씬 저렴한 AR 글래스인 엑스리얼 에어2(Xreal AIR2)의 만족도가 더 높다는 의견도 있다.

애플은 ‘공간 컴퓨팅’을 어떻게 실행할까? 이 개념은 2003년 MIT MediaLAB 소속의 사이먼 그린월드가 석사학위 논문에서 제시한 정의인 ‘기계가 조작자인 인간과 상호작용하면서 실제 물체와 공간에 대한 참조를 유지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쉽게 표현하면 ‘혁신적인 연결로 현실과 가상공간 사이의 경계를 없애는 컴퓨팅 환경’을 의미한다. 한국정보사회진흥원(NIA)이 발표한 ‘공간 컴퓨팅이 가져올 세상 변화’ 자료에서는 공간 컴퓨팅 구성 3요소를 기계(인간과 공간의 접점), 참여자, 공간으로 요약한다. 핵심 기술로는 (XR, IoT, AI)+5G·6G 통신망을 제시했다. 그래서 실제와 유사한 공간감과 몰입감을 표현하는 XR을 공간 컴퓨팅의 핵심 기술로 보고 있다. 모바일 컴퓨팅과 클라우드 컴퓨팅을 잇는 차세대 기술이라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지하철, 길거리에서 비전 프로를 착용하고 다니는 사람들을 목격할 수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SF 영화인 <레디 플레이어 원>의 영향이라는 평가도 있다. 영화에서는 2045년을 배경으로 비전 프로와 유사한 헤드셋을 착용하고, 가상현실 오아시스라는 아바타 세상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루었기 때문이다. 전용 앱이 부족한 상태에서 이러한 인기 트렌드가 계속될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개인도 기업도 신기한 공간 경험에 흥미를 보이는 것은 똑같다. 비전 프로를 위한 생성형 AI 툴을 지원하는 어도비처럼 ‘공간 컴퓨팅’ 세상으로 가는 서비스 융합에 어떤 기업들이 힘을 보탤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