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미디어의 원조, 싸이월드의 부활

[칼럼] 소셜 미디어의 원조, 싸이월드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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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박성환 박사, EBS 연구위원] 아! 싸이월드~ 페이스북보다 먼저 나왔던 원조 소셜 미디어인 ‘싸이월드’가 다시 살아난다는 소식이다. 5월에 모바일과 PC 버전이 동시에 부활 신호탄을 쏘아 올릴 예정이다.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서 잠자고 있던 3,200만 회원의 추억 보따리가 마법이 풀린 듯 살아나면서 무언가 새로운 서비스로 재탄생이 기대된다. 사진 자료 170억 장, 동영상 1억 5천만 개, 음원 5억 3천만 개 분량이라고 한다. 회원들은 ‘사이 좋은 사람들’ 놀이터에서 다시 ‘일촌’을 만날 기대에 즐거운 함성이 저절로 나온다.

1999년 PC에 최적화돼 시작한 초기 서비스는 초라했었다. 획기적인 아이디어임에도 그저 개인들의 커뮤니티 정도로 쓰였으니까. 하지만 2002년에 있었던 프리챌의 유료화 문제로 싸이월드는 급부상했다. 이어서 2003년 8월 SK커뮤니케이션즈가 인수하면서, 사진 자료로 ‘미니 홈피’를 꾸미는 디지털 친화적인 기능으로 회원들에게 사이버 놀이터를 제공했다. 당시로는 신세계를 제공하며 획기적 성장을 했다. 그것도 잠시, 2007년 아이폰 등장으로 열린 모바일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1년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면서 PC 기반에 머물러있던 싸이월드 서비스는 추락했다. 이후에 신규 투자와 더불어 재기를 위한 개편으로 블로그 유형의 ‘홈2’, 트위터와 유사한 ‘C로그’ 등을 시도했었다. 하지만 모바일 서비스로 변신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지금은 편리한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너무 많다. 하지만 우리가 정을 붙이고 아끼던 원조 소셜 미디어의 추억 노트를 펼쳐볼 기회를 제공해준다니 반갑다. 그래도 추억이라는 오래 묵혀둔 창고를 열어보는 기쁨만으로는 부족하다. 소셜 미디어에 익숙한 회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시선은 현시대 상황에 딱 어울리는 뭔가 새로운 ‘히든카드’를 기다린다. 소비자 본연의 새로움에 대한 기대 심리이다. 우리 사회의 사이버 만남은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 밴드, 틱톡 같은 소셜 플랫폼에서 노는 일에 익숙하다. 각각의 특성과 연령대별로 노는 무대가 나름 자리잡혀 있기도 하다. 그래도 토종 싸이월드는 ‘지난 추억 데이터’를 불러내서 충성 회원들의 감성을 자극해 주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2000년대의 추억으로 2020년대에 맞는 문화를 입힐 수 있을까?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한다면 회원들은 지나간 추억 데이터를 저장하는 것에 만족하고 떠날 수도 있다. 회원들은 각자 어떤 주문을 외우면서 뉴 싸이월드라는 요술램프를 문지르게 될까? 이들은 어떤 소셜 플랫폼을 상대로 도전장을 던질까? 부디 기대가 크더라도 실망이 크지 않기를 바라면서 싸이월드 부활에 거는 기대를 살펴보자.

먼저, 콘텐츠 측면에서 거는 기대이다. 내용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는 미스터리이지만 그동안의 행보로 몇 가지 짐작을 해본다. ‘에프엑스기어’라는 소프트웨어 회사가 복구 작업을 맡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이 많다. 한때 미국 디즈니와 드림웍스 등에 의상 시뮬레이션 기술을 수출하며 새로운 시도를 인정받은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기술을 콘텐츠 서비스에 응용할 것으로 기다려 본다. 나아가 게임 응용 콘텐츠로 모바일 친밀도를 높인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이른바 현실과 가상을 결합한 초현실적인 가상 디지털세계를 의미하는 ‘메타버스’ 시대로 가는 차선에 싸이월드 서비스를 올려놓는다면 부활의 축배를 들 수 있지 않을까? 온라인 게임 ‘포트나이트’를 필두로 Z세대의 놀이터인 ‘제페토’ 앱이나 모바일 게임 ‘로블록스’의 고속 주행은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가는 좋은 사례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트렌드와 Z세대의 짧은 유행 스타일에 맞는 전략도 필요하다. 부디 개발비 한계라는 핑계로 과거 싸이월드 미니홈피 기능의 찔끔 업데이트 정도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다양한 입맛을 신메뉴로 흡수하듯이 새로운 유행을 만드는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

다음은 서비스 측면이다. 싸이월드가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구글과 같은 글로벌 소셜 미디어 플랫폼 기업들처럼 세계관을 가진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소셜 미디어 플랫폼 기업은 회원들이 모이는 무대 뒤편에서 ‘쇼핑 주도권’이라는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데이터 기반 모바일 커머스를 위한 동영상 서비스와 ‘라이브 커머스 방송 (라방)’의 운영이 대세인 이유이다. 회원들은 친구가 있는 플랫폼에 모이고, 사람이 모이는 곳에 비즈니스 시장이 열리는 것은 당연하다. 싸이월드도 모바일 무대라는 새로운 경기장에서 소셜 미디어 비즈니스용 신서비스를 보여줄까? 어떤 세대를 주 타깃으로 서비스할까? 아이디어와 더불어 개발 자금을 확보하고 소비자 접점인 핵심 서비스의 색깔(성격)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다음은 비즈니스 히든카드이다. 싸이월드는 새로운 암호화폐를 발행해 국내 3대 거래 사이트인 빗썸, 업비트, 코인원 중 한 곳에 상장 예정이라고 한다. 싸이월드는 2009년 1월 자체 암호화폐인 ‘클링’을 발행한 적이 있다. 클링은 싸이월드 사이버 머니인 ‘도토리’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암호화폐였다. 플랫폼과 연계한 가상화폐 생태계 구축이 향후 비즈니스 성공의 주요 열쇠가 될 거라는 예상이다. 하지만 가상화폐 시장의 성장까지는 갈 길이 멀다.

이처럼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다루는 영역에는 칸막이가 없다. 그래서 경쟁은 더 치열해 서로 생존을 위협한다. 진화 방향 예측도 어렵다. 잘나가는 이웃 플랫폼의 서비스 모델과 컬래버레이션도 필요할 것이다. 싸이월드의 부활이 신개념 소셜 미디어 플랫폼으로 날개를 펴고 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