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서비스도 아마존처럼

[칼럼] 방송 서비스도 아마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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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박성환 EBS 정보보호단 단장] GAFA(Google, Apple, Facebook, Amazon) 혹은 MAGA(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애플)라고 부르는 플랫폼 기업이 세계 경제를 움직이고 있다. 시가 총액 기준으로 세계 10대 기업에는 제조업이 쇠퇴하고 대부분 IT 기반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미디어 시장에서도 애플과 아마존의 디지털 경영 전략은 남다르다. 아마존은 더 이상 온라인 서점이 아니다. 디지털 변혁의 선두 주자로 타 산업 혁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마존에 당했다는 ‘Amazoned’라는 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아마존이 손대는 모든 사업은 아마존 화(化)돼 버린다. 이제 아마존은 모든 사업을 전개하는 에브리싱 컴퍼니(Everything Company)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라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미국의 방송을 완전히 대체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방송사도 ‘Amazoned’ 되지 않고 살아남기를 원한다면, 아마존의 파괴적 혁신을 따라 하면서 그들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 ‘우리도 아마존처럼’은 방송사 생존의 보물찾기이다. 방송사는 2000년대에 디지털 방송이 새로운 시장이라고 달려왔지만, 정작 도착해보니 ‘지금은 남의 땅’인 모바일 중심의 소셜미디어 시대에 와버렸다. 1인 미디어 중심의 4차 산업혁명 전환기에 지상파 방송의 생존을 위해서 ‘아마존 처방전’으로 방송 서비스 혁신을 생각해 본다.

아마존의 시도는 특별해서 자주 세상을 놀라게 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면 늘 그들이 옳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특별한 일 하나, 온라인 왕자인 아마존이 왜 오프라인에 진출하는 것일까? 그들은 오프라인에 아마존 고 매장을 열었다.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무인 판매점이다. 아마존 고의 슬로건은 ‘노 라인, 노 체크아웃(No Line, No Check Out)’ 이다. 계산을 위해서 줄을 설 필요가 없고, 물건을 계산대에 올려놓을 필요도 없다. 아마존 ID 인증 한 번이면 자동으로 결제 처리된다. 이들은 이미 미래의 스마트 세상을 준비하고 있었다. 생긴 건 오프라인이지만 하는 행동은 미래형이다. 그렇다면 슈퍼마켓 체인인 홀푸드는 왜 또 인수했을까? 이들의 분석에 따르면 오프라인 점포에서 구매 빈도가 가장 높은 것은 신선식품이란다. 이들은 인터넷으로 주문한 신선한 상품의 빠른 수령 장소로 홀푸드 점포를 선택했다. 동시에 미국의 주요 지역에서는 데이터 분석기반의 ‘아마존 프레시’ 서비스도 하고 있다. 주문 예정인 식품을 싣고 다니다가 주문 즉시 ‘딩동! 배달왔어요’를 구현한다. 주문은 AI 스피커인 ‘아마존 에코’에게 대화하듯 말로 하면 된다. 학습으로 똑똑해진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알렉사가 탑재돼 실수도 별로 없다. 이를 통해 아마존은 고객이 생각만 해도 알아서 척척 준비해주는 만능 비서 역할을 하고자 한다.

특별한 일 둘, 아마존 전략의 첫 번째는 왜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일까? 아마존 비즈니스 모델에서 핵심은 판매전략이 아니다. 다른 기업이 행하는 고객 중심주의 정도가 아니다. 빅데이터 기반 예측 시스템으로 고객도 모르는 서비스를 제공할 정도로 구체적이다. 사용자 경험 빅데이터와 AI라는 수단을 동시에 활용한 결과이다.

특별한 일 세 번째, 아마존은 왜 빅데이터 시대의 지배자가 되려고 하는가? 온라인 서점의 최고가 된 바탕에는 데이터 기반 서비스 기술이 있다. 이제 프라임 비디오라는 동영상 서비스도 빅데이터를 수집하면, 개인의 동영상 반응까지도 손바닥 보듯 훤하다. 어디를 건너뛰는지, 어디를 다시 돌려보는지, 시청 데이터 기반으로 선호 광고를 붙이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주력인 쇼핑에도 동영상 서비스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이들이 구축한 동영상 단독 플랫폼과 클라우드 서비스를 융합하면 또 어떤 신기한 일을 만들어낼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아마존이라면 맞춤형 방송도 맞춤형 광고도 잘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고객이 책을 찾는 습관도, 구매 이력과 취향 분석도 이제는 도서 추천에 머물지 않는다. 영상에도 적용한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은 방송 서비스 고급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콘텐츠의 감성까지도 읽어내면 개인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학습 지원도, 각자 아픈 곳을 달래주는 치유 콘텐츠도, 세대별로 다른 문화의 허기를 채워주는 장르도 찾아내 서비스해 줄 것이다.

방송 서비스가 아마존처럼 되려면 먼저 리모컨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 채널 전환도, 기분에 맞는 음악도, 영상도 찾아주는 인공지능 스피커 아마존 에코가 도와줄 것이다. 아재들은 이런 질문을 할지도 모른다. 대형 TV는 가족 중 누가 시청할지 모른다고? 음성인식 기술, 얼굴 인식 기술이면 간단히 해결된다. 가족이 여러 명이라서 유료 콘텐츠 이용이 불편하다고? 얼굴 인식 기술은 바로 아마존 ID와 연계돼 개인별 데이터 관리도 결제도 가능하다. 스마트폰 연동으로 해결해도 된다.

아마존이 강조하는 사용자 경험은 지상파 방송 서비스에서 가장 취약한 점이다. 단방향 서비스로 고객 경험 관리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대형 TV도, 스마트폰도, PC도 가정의 무선 네트워크에 접속해서 양방향 서비스의 진수를 누리게 하자. 계란은 ‘스스로 깨고 나오면 병아리가 되고, 남이 깨면 달걀 후라이가 된다’는 말처럼, 방송사가 먼저 하면 ‘혁신 서비스 모델’이 되고, 아마존이 먼저 하면 방송사는 ‘콘텐츠 공급자’로 밀려난다. 아마존은 어쩌면 우리에게 “바보야! 지상파는 콘텐츠 문제가 아니야 서비스가 문제야.”라고 이야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 아마존처럼 데이터 기반 AI 플랫폼을 활용해 방송 서비스를 혁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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