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미디어의 코로나19 대응

[칼럼] 방송 미디어의 코로나19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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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박성환 박사, EBS 연구위원]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는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을 바꾸도록 요구한다. 글로벌 교류가 축소되니 항공업계와 여행업이 타격을 받고, 여행객이 없으니 숙박업·서비스업도 도미노로 영향을 받았다. 방송 제작도 어려움을 겪지만 ‘집콕’ 생활로 방송 이용 시간이 늘어나면서 시청자의 요구사항은 오히려 늘었다. 재미를 겸비한 고품격 콘텐츠, 맞춤형 심리방역 프로그램 등 시청자의 다양한 의견에도 방송사는 공통분모를 찾아 시청률 개선 노력을 해왔다. 2021년에는 수신료가 현실화되고, 감동과 만족을 주는 프로그램으로 보답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코로나19 사태를 헤쳐나온 방송 미디어를 살펴본다.

방송사는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극복해 왔을까? 포스트 코로나는 또 어떻게 대비할까? ‘사회적 거리 두기’와 바이러스 차단 정책으로 여행 프로그램이 중단되거나 촬영지를 국내 외딴 장소로 돌렸다. 주제가 있는 여행을 다룬 KBS2의 ‘배틀트립’, 예산에 맞추어 떠나는 기획형 여행 프로그램인 tvN의 ‘더 짠내 투어’ 등이 그렇다. 프로그램별로 포맷을 변경하거나 기획을 송두리째 흔들며 머리를 짜냈다. 비대면 제작에서도 생동감 있고 소통 효과를 지키고자 고민해왔다. 관객이 없는 음악 프로그램은 뭔가 부족해도 ‘앙꼬없는 찐빵’처럼 되지 않도록 애쓴다. KBS의 ‘열린음악회’나 MBC의 ‘쇼! 음악중심’ 같은 음악 프로그램들이 그러했다. EBS 공연 프로그램인 ‘모여라 딩동댕’은 현장 효과를 얻고자 어린이들을 랜선으로 호출했다. 배경의 대형 스크린 속에서 율동을 따라 하며 현장 기분을 느껴본다. 자기 얼굴이 방송 화면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하는 어린이들은 고마운 출연자이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라는 동요 수준이다. 음악과 율동이 랜선을 타고 사람들을 연결하는 좋은 명약이 돼주어 고맙다.

먹거리 프로그램도 활기를 잃기는 마찬가지다. SBS ‘만남의 광장’은 출연진 등급 올리기, 휴게소 신메뉴 등으로 시선을 끌어본다. 절박한 심정으로 포맷도 뒤집어보고 예능감 살리기에 매달려본다. 시청자 취향 저격용 탄력 편성에 대한 고민도 진지하게 해본다. 대형 스타의 현장 공연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이 와중에도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은 사례도 있다. 바로 방탄소년단의 ‘방방콘’ 공연이다. ‘방에서 즐기는 방탄소년단 콘서트’는 코로나19로 취소된 콘서트를 온라인 서비스로 성공시켰다. 동시 접속자 수 76만 명에 24시간 조회 수 5,000만 건을 넘겼다. 추정 수익이 250억 원 이상이라고 한다. 성공 요인은 음악을 통한 ‘심리적 방역’ 효과라고 한다. ‘아미’라는 BTS 팬들의 소셜미디어 활동 영향도 컸다.

코로나19로 TV 시청도 OTT 구독도 늘어났지만, 승자는 ‘방송사는 빼고’였다. 미국에서는 OTT 가입자가 50% 이상 증가했다. 한국의 경우 2020년 1~5월 닐슨 코리아의 자료에 따르면 연초 코로나19 발생 시기의 TV 시청 총량은 전년보다 상승 곡선을 그렸다. 11.5% 상승이다. 모바일은 14%, PC 이용량은 18.7% 상승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방송의 시청 시간 증가가 광고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지상파 방송사 전체의 광고 수익은 40%가량 줄어들었다.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장사’ 같은 격이다. OTT 서비스 이용도 국산 OTT인 웨이브, 티빙, 왓챠의 이용자 증가는 완만하고, 구독자는 넷플릭스가 대부분 챙겼다. 이 시기의 인기 프로그램은 어떤 것일까? 위안과 감동을 주는 힐링 프로그램이 1순위였다. 코로나19로 공연 기회를 잃은 문화 예술인들에게 공연 무대를 선물하는 MBC의 ‘놀면 뭐하니?-방구석 콘서트’가 좋은 예이다. 그리고 레트로(복고) 콘텐츠의 인기도 새로운 특징이었다. EBS는 90년대 인기 프로그램인 ‘밥 로스의 그림을 그립시다’, ‘말괄량이 삐삐’, ‘형사 가제트’, ‘개구쟁이 스머프’를 편성해서 인기를 누렸다. 웨이브에서는 MBC의 옛날 드라마 ‘보고 또 보고’ SBS의 ‘순풍산부인과’가 인기몰이를 했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무엇보다 요리와 운동 프로그램의 인기도 올라간다. KBS2의 ‘편스토랑’, MBC의 ‘백파더, 요리를 멈추지 마!’ 등이 화제를 모았다.

백신 접종과 치료제 공급이 시작돼도 코로나19 완전 퇴치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방송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를 대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그동안의 경험은 ‘시청자가 요구하는 콘텐츠 제공’, ‘힘든 현실을 공감해주는 콘텐츠’, ‘무관중이라도 좋아 랜선으로 참석할게’와 같은 내용이다. 결국 ‘즐거움, 위안을 주는 콘텐츠’, ‘신기술 접목형 콘텐츠’로 요약할 수 있다. 가까이는 현실과 가상의 결합, VR, AR, XR 같은 기술의 응용이다. 이러한 ‘언택트 기술’을 접목한 혁신적 포맷 개발이 시급하다. 나아가서 4차 산업 혁명기의 기술을 방송 제작과 서비스에 융합하는 일이다. 빅데이터로 무장한 인공지능을 활용한 제작과 서비스 개발은 위기를 기회로 바꿀 것이다. 코로나19 위기에 항공사가 내놓았던 ‘도착지 없는 비행’ 상품과 같은 ‘가심비’ 방송 콘텐츠 개발에 기술을 토핑하자. 같은 재료도 요리사에 따라서 모양과 맛이 천차만별인 것처럼 영상미디어 서비스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다. 또다시 어떠한 위기가 오더라도 지상파방송 콘텐츠가 언제나 ‘슬기로운 방콕 생활’의 동반자가 되는 준비가 절실하다. 오늘과 다른 내일을 위해서 새로운 길을 만들며 나가자. 그동안의 지상파 기득권은 버려라. 이제 융합형 다중 플랫폼이라는 열쇠로 미래 미디어 서비스의 문을 열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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