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의 미래, 메타버스에 올라타라

[칼럼] 방송기술의 미래, 메타버스에 올라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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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박성환 EBS 정보보호단 단장]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메타버스’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지능화·연결화하는 시대의 방송·미디어 서비스를 준비하려면 ‘메타버스’에 올라타야 한다. 한마디로 방송기술이 실감 미디어 플랫폼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메타버스’는 지금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개념 중 하나이다. 메타버스(Metaverse)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로는 초월을 뜻하는 접두어인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초현실적인 가상 디지털 세계를 말한다. 1992년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 처음 등장한 용어인데, 기술 발전 시기에 맞추어 최근 재조명되고 있다. 드디어 때(Timing)가 왔다.

방송계는 지금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미래 방송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와 친근한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MR(Merged Reality, 융합현실), XR(eXtended Reality, 확장현실) 이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현하는 연계 기술이다. 이 정도라면 경계를 허물고 현실과 가상공간을 넘나드는 방송 서비스를 만들만하다는 느낌이 올 것이다. 게임을 응용한 시도는 세계 최대 온라인 게임인 ‘포트나이트’가 선구자이다. 그룹 방탄소년단(BTS)도 신곡 다이너마이트의 댄스 버전을 ‘포트나이트’의 파티 로열에 가장 먼저 공개했다. 파티 로열은 게임 속에 존재하지만, 친구나 다른 플레이어들과 함께 콘서트나 영화를 즐기는 ‘소셜 공간’이다. 내 캐릭터가 댄서가 되어 BTS와 같이 춤을 출 수 있으니 팬클럽 ‘아미’도 몰려든다.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발전 가능한 서비스로는 SK텔레콤의 ‘jump VR’, 모바일 게임 ‘로블록스’, ‘VR CHAT’, 페이스북의 VR 세상 ‘호라이즌’, ‘제페토’ 등이 있다. 이 중에서 네이버 자회사인 네이버 제트의 아바타 제작 애플리케이션인 제페토(ZEPETO)가 눈길을 끈다. 서비스 개시 2년 만에 가입자는 1억 3천만 명을 상회한다. 이용자의 90%가 해외에 있다. 이 중 80%는 10대이다. 그룹 블랙핑크가 제페토에서 블랙핑크 방을 만들었더니, 4,600만 명 이상이 블랙핑크의 사인을 받아 갔다. 인증샷 찍기도 가능하다. 블랙핑크가 발표한 신곡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 뮤직비디오는 최단 시간인 약 32시간 만에 1억 뷰를 돌파했는데, 이것도 젊은 팬들의 놀이터인 제페토 앱 덕분이다. Z세대는 가상공간에서 현실처럼 학교 가기, 식당 이용, 방 꾸미기, 팬클럽 만들기 등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친구를 사귄다. 그래서 현실과 가상의 만남도, 가상공간에서 소비에도 익숙하다.

이런 점에 방송기술을 응용한다면, TV 프레임이라는 물리적인 틀을 벗고 온라인 융합형으로 접근하면 좋겠다. 게임이 그러하듯이 VR, AR, MR, XR 기술을 방송에서도 메타버스형 콘텐츠 서비스로 연결해 보자. 공상과학(SF) 영화처럼 신기술 기반 콘텐츠를 메타버스라는 가상 플랫폼과 연계하여 방송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이다. 메타버스 개념에 사회·문화적인 흐름을 바꾸는 미디어를 결합하면 윤활유 같은 콘텐츠 제작이 가능하다.

방송이 메타버스에 올라타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이른바 ‘돈’ 되는 미래 서비스 시장이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메타버스 경제’는 2025년에 현재의 6배 이상인 2,800억 달러로 한화로 약 314조 5,800억 원 규모의 시장이 될 것이라 한다. 엔비디아 창업자인 젠슨 황 CEO는 GPU 연례개발자대회 2020 기조연설에서 “지난 20년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면 미래 20년은 SF 영화에서 보던 일이 벌어질 것이다. 메타버스 시대가 오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 경영자들도 ‘메타버스 시대’를 선언하고 있다. 기술과 사회 문화 현상이 동반해서 변화를 견인하는 좋은 시기가 도래했다.

코로나 위기도 메타버스 시대를 앞당기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디자이너들은 VR 헤드셋을 쓰고 국제회의를 한다. 헤드셋을 쓰면 각자의 자리에서도 공간 제약 없이 여러 대의 신차 모형을 두고 품평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방송 콘텐츠 영역으로 옮기려면 더 발전적인 기술 접목이 필요하다. 옴니버스 플랫폼으로 시간과 공간을 융합하는 접근이다. 예를 들면 투수가 던지는 150Km 공의 속도를 타석에서 타자가 느끼는, 그 느낌 그대로 물리법칙을 가상공간에도 결합하여 현실 체감 콘텐츠로 개발하는 것이다.

세상이 바뀌어도 방송사 생존 전략의 두 축은 콘텐츠와 서비스이다. 서비스의 중심에는 기술과 아이디어가 만나서 편리하게 노닐 수 있는 플랫폼이 있다. ‘메타버스’라는 개념을 실감형 가상 플랫폼으로 구현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VR, AR, MR, XR, 클라우드, 빅데이터, AI 기술을 패키지로 콘텐츠 제작에 녹여내 보자. 이것이 바로 가상과 현실 융합형·미래형 방송 서비스가 될 것이다.

가상 환경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한 번의 신기한 경험 전달에 만족하지 않는다. 게임보다 더 즐겁고, 현실보다 더 실감 나는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놀기를 기다리고 있다. 누가 미래의 ‘초실감 미디어 플랫폼’의 주인이 될 것인가? 새로운 플랫폼에 어울리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것은 누구의 몫인가? 미디어 시장은 사용자의 시간을 뺏는 치열한 전쟁터이다. 이제 방송기술도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무기를 장착해야 한다. 이 무기로 완전히 새로운 콘텐츠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그래서 기술과 콘텐츠라는 균형 있는 레일 위로 현실과 가상세계 양수겸장의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열차를 달리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