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죄인인가?

[칼럼] 누가 죄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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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박성환 EBS 정보보호단 단장] 지상파 방송사가 경영난으로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주요 수익원인 광고 매출이 방송사별로 수백억 원씩 줄어들 고 있다. 콘텐츠 판매 수익도 여의치 않아 적자의 늪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생존 전략 마련이 고심이다. 한류 드라마가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인기리 에 방영되고, 한류 스타들의 인기는 계속되고 있는데 이게 무슨 말인가? 방송사는 새로운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비를 투입하는데 정작 방송 광고는 줄어드는 기현상이 나타난다. 심지어 주요 지상파 방송사의 월화 드라마는 폐지되고 있다. 작금 상황의 발생 원인은 무엇일까? KBS 개그콘서트 ‘누가 죄인인가?’ 코너의 아이디어를 빌려 범인을 특정해 보자. 지상파방송의 위기 초래 에 대한 재판을 시작하겠소! 각자 최후 변론을 시작하시오!

먼저, 아이폰을 만들어 TV를 보지 않고도 다양한 콘텐츠를 스마트폰으로 시청하는 시대를 연 스티브 잡스의 죄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고품질 스마트폰을 생산해 모바일로 편리한 미디어 소비를 지원한 가전사의 잘못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최고의 프로그램을 제작해 지상파 플랫폼을 유지해야 하는 책임을 다하지 못한 방송사들의 죄가 크다고 할 수 있소! 저는 지상파 TV에 광고를 줄인 광고주의 책임 또한 위중하다고 주장합니다. 어떤 원인이 있건 지상파 프로그램을 지상파로 시청하지 아니하며,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모바일로 시청하는 시청자의 잘못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더 변론할 사람 없습니까? 자, 이제 판결을 하겠소. 이것 은 1분에 400시간 이상의 콘텐츠가 탑재되고 이용되는 OTT 플랫폼인 유튜브의 죄입니다. 유튜브는 즉시 자동 광고 탑재 기능을 중단하고, 1년 안에 한국 시장을 떠나기를 명하는 바이오!

스마트폰이 열어준 새로운 세상을 우리는 소셜미디어 시대라고 부른다. 동영상 소비의 중심은 OTT가 차지하고 있고, 그 최고봉에 유튜브가 있다. 넷플릭스의 인기 역시 글로벌에서 막강 하다. 국산 OTT 플랫폼인 웨이브(wavve)가 탄생했건만 사업 성공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세계를 무대로 하는 소셜미디어에 비하면 국가별 방송인 지상파 플랫폼의 힘은 춤추는 홍보 인형에 바람 빠진 꼴이 돼 버렸다. 지상파방송은 플랫폼 전쟁에서 밀리고, 개인 방송 콘텐츠와도 경쟁하고 있다. 객관성을 담보해야 할 뉴스조차도 주요 방송사 뉴스가 유튜브 개인 뉴스 채널과 경쟁하는 형국이다. 브랜드 신뢰도는 따지지 않는다. 그저 재미있고, 내 입맛에 맞으면 믿을 만한 채널이 돼 버린다. 생활 속의 소셜미디어 중심 현상은 어느 정도일까?

우리는 다양한 알람음으로 아침을 연다. 혹자는 연예인 목소리로, 다른 사 람은 경쾌한 음악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다음은 바로 밤새 뭐 새로운 소식이 없는지, 날씨는 어떤지 살펴본다. 깨워 주는 것도, 눈 뜨면서 이용하는 것도 스마트폰이다. 우리는 가족의 전화번호도, 약속 장소의 위치도 잘 기억하지 못 한다. 스마트폰이라는 디지털 기기에 기억과 생각하는 힘을 빼앗기고 검색으로 공백을 메운다. 디지털 치매라 부르는 이런 현상은 언제부터 시작됐나? 돌이 켜보면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니다. 2007년 나타난 아이폰을 그 효시로 볼 수 있으니 본격적으로 우리 생활에 파고든 것은 겨우 10년여 세월이다. 스마트폰이 세상을 바꾼 것은 분명하다. ‘다르게 생각하기’를 주장하던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으로 우리가 사는 사회의 행동 양식, 소통의 방법, 업무 처리 방법을 모두 바꾸고 결국 일자리도 바꾸고 있다. 그동안 ‘방송장이’라는 장인정신으로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온 방송인들에게도 위기를 안겨주었다. 역사적으로 방송의 변화 속도는 어떤가? 라디오 매체의 등장을 1906년 12월 24일 미국에서 페든슨이 진폭 변조를 이용한 최초의 라디오 방송을 진행했다는 기록에서부터 계산하면, 겨우 110년여 세월 사이에 방송 플랫폼은 사양길이 됐다. 대신 그 자리를 모바일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소셜미디어가 사로잡아 버렸다. 지금의 미디어 현상을 이미 예측한 사람이 있었으나 방송인들은 위기로 인식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일찍이 1960년대에 ‘미디어는 메시지다’, ‘지구촌은 하나’를 외치면서 옷은 피부의 진화요, 바퀴는 발의 진화이기에 인간 주변의 모든 현상이 미디어라고 풀어내던 마셜 매클루언의 예측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에는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모든 도구와 환경’을 미디어로 풀어내는 ‘오가닉미디어’ 개념 또한 매클 루언의 가르침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디어를 인간과 기술결정론으로 해석했던 마셜 매클루언의 깊은 뜻을 알고 나면, 방송 산업의 생존을 책임질 명의(名醫) 역할은 방송기술인이 해야 한다. 위성방송, 케이블 방송의 등장도, IPTV 서비스, 디지털 방송, UHD 방송 시대도 방송 엔지니어들이 열어 왔다. 지금 세상의 중심에 있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페이스북,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카카오 스토리, 밴드 등 다양한 서비스의 성공 요인도 결국은 소비자의 마음을 따라잡는 응용 기술에 있다. 우리는 실용기술 중심이라는 ‘엔지니어’의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 학문의 융합을 넘어서 새로운 융합 서비스로 시청 고객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이제 방송 특유의 창조적 실감 미디어 마법을 소 셜 플랫폼에 구현해야 한다. 그래서 소셜미디어 시대에도 사랑받는 방송을 만드는 ‘엔지니어의 변신’은 무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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