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산다

[칼럼] 나 혼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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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오건식 SBS 인사팀부 국장] 넷플릭스 가입자 수가 100만 명에 육박했다고 한다. 3년 전 상륙할 때만 해도 우리나라 유료 콘텐츠 시장인 케이블, IPTV 및 OTT 서비스인 티빙이나 푹, 옥수수 등의 저렴한(?) 서비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가여서 가입자 수의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인가? 유행에 뒤처지면 바로 매장될 것처럼 난리를 치는 민족 아닌가? 넷플릭스가 미국에서는 이미 5,800만 가입자로 4,700만의 케이블을 앞선 상태이며, 전 세계적으로는 약 1억 3,000만의 가입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인도에서도 가입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넷플릭스에 한국은 아직 큰 시장은 아니나 콘텐츠 소비 행태에 비추어 기존 서비스들을 앞지를 수 있는 플랫폼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전 세계적으로 넷플릭스의 주요 가입자 중에는 20대 및 30대의 젊은 층이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 20대 및 30대의 젊은 층 중에서도 1인 가구의 가입 비중이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우리나라의 1인 가구 수가 전체 가구 수의 30%에 육박할 것이라고 한다. 미국의 경우 1인 가구의 비율이 40년 전 17%에서 최근에는 27% 정도로 대략 10% 증가한 것에 비하여, 우리나라는 1990년의 9%에서 30년도 안 되는 기간에 3배 이상으로 증가한 것이다. 역시 ‘다이내믹 코리아’다.

이러한 세태를 반영한 콘텐츠도 여러 해 전부터 등장해왔다. M본부의 ‘나 혼자 산다’가 대표적인 것으로 1인 가구의 증가라는 사회적 현상에 대해 탁월한 식견을 가진 예지력 갑인 프로그램이다. 제목처럼 출연자들은 혼자 살지만 거의 잘 때만 혼자이고 깨어있을 때는 혼자 있는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다. 물론 설정이긴 하겠지만 이벤트가 넘나 줄줄이 있다. 그나마 혼자 있는 경우에는 배달음식 주문이 기본인데 금액 걱정하면서 주문하는 출연자는 거의 본적이 없다. 어떻게 보면 예전에 유행하였던 단어인 ‘화려한 싱글’이 주요 테마인 듯하다. 물론 예능이 다큐일 필요는 없겠지만, 요즘 젊은 층이 주문하면서 사용빈도가 높은 할인쿠폰 등을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배달음식료는 제작비에서 나가겠지만 할인쿠폰이나 할인코드를 사용하면 좀 더 레알한 느낌 전달이 될 것 같다. S본부의 ‘미운 우리 새끼’는 ‘나 혼자 산다’ 출연자들의 10년 후쯤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프로그램이다. 10년 이상을 혼자 살았으면 부모 입장에서는 좀 난감할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 프로그램의 메시지는 역설적으로 나 혼자 사는 것 같지만 절대로 혼자 사는 것이 아니며 우리 애는 하나도 밉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종류의 관찰 예능은 대세가 1인 가구의 싱글족이므로 1인 가구 수가 증가하면서 1인 가구들의 공감만 얻어도 일단은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

1인 가구 수의 증가와 OTT 서비스의 확산은 분명히 기존 미디어나 플랫폼 사업자에게는 절체절명의 위기다. 지상파, 케이블, IPTV 간의 점유 경쟁이 아니라 신세대의 의식이 경쟁 상대로 변한 것이다. 어느 정도의 금액은 지불하면서 원하는 콘텐츠를 장소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소비할 의지가 있는 신세대에게 기존 미디어나 플랫폼에 대한 충성심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방송기술도 그 적용 범위를 변화시켜야 한다. 넷플릭스에서 적용 중인 맞춤형 서비스를 이미 일부 방송사들 방송기술 부문에서는 보유하고 있다. 빅데이터 기술을 통해 콘텐츠 소비 행태를 분석하고,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콘텐츠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연관 콘텐츠나 장면 등을 추천해주는 서비스 제공 능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넷플릭스가 신작 콘텐츠를 많이 제작하고 있지만 아직은 기존 PP들이 주요 공급사이다. 디즈니사가 방대한 자사 콘텐츠를 가지고 OTT 서비스하는 ‘디즈니 플러스’를 만들자 넷플릭스는 무척 긴장하는 것 같다. 부동산 중개업자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좋은 부동산 매물이 안 나오면 돈 벌기 어려울 것이다. 혹시라도 디즈니가 디즈니 콘텐츠를 넷플릭스에서 뺄 경우를 대비하여 자체 콘텐츠 제작 비중을 더욱 늘린다고 하지만 그 타격은 안 봐도 비디오일 것이다. 방송사도 디즈니처럼 콘텐츠에는 일가견이 있는 집단이다. 특히 출연자에 대한 방대한 DB, 캡션으로 대표되는 대사 데이터 및 촬영 Location 관련 정보 등등은 일반적인 OTT 서비스 업체가 가질 수 없는 강점이다. 방송기술은 이들을 연결해주는 고리를 만들어 줄 수 있다. 아니 이러한 고리를 만드는 것을 방송기술의 한 분야로 정착시켜야 한다. 어차피 5G 시대의 콘텐츠 플랫폼은 Mobile IP가 대세일 것이므로 모든 콘텐츠는 어떠한 형태로라도 Mobile OTT 서비스로 구현될 것이다. 방송사에서 알고리즘 개발을 가장 체계적으로 잘할 수 있는 파트는 당연히 방송기술 부문이다. OTT 서비스에 들어가는 알고리즘의 품질이 방송사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뉴미디어 개발 및 확산의 첨병에 섰었지만 시대가 요구하니 방송기술이 또 나설 수밖에 없다. 아 또 우리네.

글을 작성하고 나니 필자가 넷플릭스를 마치 ‘악의 축’ 정도로 미워하는 것 같다. 하지만 콘텐츠와 플랫폼이 혼재되는 시대를 맞아서 필자는 넷플릭스 서비스와 넷플릭스의 후생복지 철학을 무쟈게 좋아한다. 넷플릭스에서 불러만 주면 광속으로 달려갈 준비가 되어있음을 알려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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