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준 판사, 차기 방통위원장으로

최성준 판사, 차기 방통위원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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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4일 박근혜 대통령이 원조 친박으로 분류되는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을 전격 경질하고 최성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차기 위원장으로 내정했다.

말 그대로 ‘깜짝 발탁’이다. 방통위원장에 법조인이 내정된 것은 처음인데다 최근 가까스로 연임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이 위원장이 사실상 경질된 배경을 두고 많은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당초 이경재 위원장은 연임이 확정적인 상태였다. 그러나 막상 청와대는 이 위원장의 재신임에 미적대는 분위기만 연출했다. 최근 인천시장 출마를 위해 사임한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의 후임에 강병규 2차관이 신속하게 임명장을 받고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경질 후에는 단 6일 만에 이주영 장관이 내정되는 등 현 정부의 인사 스피드가 빨라지고 있었지만 유독 이 위원장의 연임결정은 차일피일 늦춰졌다.

   
▲ 이경재 방통위원장

하지만 새로운 방통위원장이 내정되기 불과 며칠 전, 정가에서는 3기 방통위 출범이 코앞에 닥친 상황이기 때문에 인사청문회를 한 번 통과했던 이 위원장이 재차 연임할 것이라는 설이 무성했다. 어차피 늦어진 위원장 인선으로 3기 방통위원장의 업무 공백이 예상되는 만큼 이 위원장의 연임이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선택은 사실상 이 위원장 경질, 그리고 최성준 판사의 위원장 발탁이었다. 이에 3월 14일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최성준 내정자는 방송과 통신에 대한 규제와 이용자 보호 등 방통위의 업무를 판사 재직 시 쌓은 경험과 식견을 바탕으로 합리적이며 공정하게 처리할 것으로 보여 발탁했다”고 밝혔다.

현재로써 이 위원장은 사실상 경질된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가 재신임을 강력하게 바라며 의욕을 보였지만 ‘생명연장’을 위한 최종승인은 받아내지 못한 셈이다.

동시에 정가에서는 이 위원장의 낙마 이유에 대해 지난 2월 임시국회 정국에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파행하는 난국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문제에 발목이 잡혀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던 상황에서, 합의에 이견의 여지가 없던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을 조속히 처리하지 못하면서 낙제점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KBS 앵커로 근무하던 중 청와대로 자리를 옮긴 민경욱 대변인에 대해 야당 의원들이 질책하자 “KBS 윤리강령에 위배됐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던 부분도 청와대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새롭게 방통위원장에 임명된 최성준 판사의 위원장 내정을 두고도 정가 및 관련 업계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다. 최성준 판사는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법대를 졸업하고 23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해군 법무관,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 서울형사지방법원 판사, 서울지방북부지원 판사, 서울고등법원 판사 등을 역임한 정통 법조인이기 때문이다.

   
▲ 최성준 방통위원장 내정자

지금까지 최시중 전 위원장과 이경재 위원장이 기자, 이계철 전 위원장이 통신 전문가로서 방송통신 전반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었던 점과 비교하면 법조인 출신인 최 판사는 상당한 이질감을 가진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를 두고 박 대통령의 법조인 선호 현상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평가도 내린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으로 임명했으며 정홍원 국무총리, 황찬현 감사원장 등 새 정부 주요 보직을 대부분 법조인 출신으로 채웠다. 추후 ‘행정부의 법조인 빼가기 논란’이 방통위에서도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3월 13일 밤 전격적으로 이 위원장의 ‘경질’과 최 판사의 방통위원장 내정을 주도했다는 설도 있다.

그렇다면 청와대가 이경재 위원장 경질과 최성준 판사의 내정을 통해 3기 방통위에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여기에는 ‘전문성’보다는 ‘판사로서의 능력’에 있다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 최 판사가 현직 판사 재직 시절 당시 특허법원 판사를 역임했고 구 정보통신부 유관 단체로 정보화 법제도 개혁에 대한 학술 활동을 주로 했던 한국정보법학회 회원으로 활동했다고는 하지만 방송통신 경력은 일천하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최 판사를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KBS 수신료 현실화, 지상파 UHD 및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 미디어렙 지정 등 굵직굵직한 현안이 산적해 있는 3기 방통위의 수장으로 임명했다는 것은 비록 본 사안들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도 ‘판사적 감각’으로 일을 처리해 달라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물론 미래창조과학부와의 협력관계를 설정함에 있어서도 최 판사의 ‘감각’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통위의 스탠스를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 판사는 청문회를 거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까지 3주라는 시간이 필요하며 국회 일정을 조정한다고 해도 빨라야 다음 달 초에 위원장으로 정식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2기 방통위 상임위원 임기가 오는 25일까지 열흘을 앞둔 만큼 당장 방통위의 의결 공백이 전망된다. 최 판사는 이번주부터 임시 사무소에 출근해 업무 숙지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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