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파업, 국민이 있다(2) ...

[인터뷰] MBC 파업, 국민이 있다(2)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 이용마 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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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 이어)

박근혜 의원의 발언, 진일보 했다

 기자)정치권 이야기를 해볼까요? 최근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이 방송사 파업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용마 국장)저는 박 의원의 언급을 상당히 진일보된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박 의원은 방송사 파업에 대해 침묵만 지켰으며 인터뷰를 회피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모습들이 어느 정도 바뀐 것입니다. 박 의원은 이번 징계 사태에 대해 적극적으로 임했고 강하게 ‘언급’했습니다. 다시 말해 김재철 사장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라 생각해요.(편집자주-인터뷰가 진행된 날은 6월 25일. 당시에는 이상돈 중앙대 교수와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엇갈린 방송사 파업 해법이 등장하기 전이다)

기자)의미있는 발언이다?

이용마 국장)네. 사실 김재철 사장은 시간이 갈수록 비리 의혹이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당연히 국민 여론이 나빠지고 있고 이에 정치권도 상당히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죠. 지금 인터넷에 김 사장에 대한 뉴스가 등장하면 순식간에 검색 순위가 올라갑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기도 하고요. 또 최근 노조가 진행하고 있는 서명운동을 봐도 국민들의 그러한 감정을 잘 읽을 수 있습니다. 제2의 촛불이 도래할 것으로 봅니다. 그리고 박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고요.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비리 의혹은 사퇴로 해결해야

기자)김재철 사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우선 많은 사람들이 김 사장의 의혹에 관심이 많은데요.

이용마 국장)개인비리 부분이지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김 사장이 개인비리에 대해 최소한의 상식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물러났어야 한다고 봅니다. 예전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절에는 국무위원들이 청문회에서 위장전입이나 투기의혹 등이 불거지면 곧바로 사퇴하고 그랬잖아요?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번 정부 들어서는 위장전입은 필수 과목입니다.(웃음) 그리고 관련 의혹도 다 무시하고 기어이 국무위원이 되곤 하지요. 이게 다 언론장악의 힘입니다. 언론이 침묵하니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에요. 어쨌든 다시 김 사장 이야기를 하자면, 김재철 사장도 최초 법인카드 유용 이야기가 불거졌을때 당장 사퇴했어야 해요. 그런데 사퇴하지 않고 현 정권 인사들처럼 버티기에 들어갔고 무용가 J씨 이야기도 나온거죠. 하지만 여전히 김 사장은 버텼고 이에 J씨 오빠 이야기가 나오고 아파트 계약 이야기도 나온 겁니다. 늦지 않았습니다. 당장 사퇴해야 합니다. 개인비리 의혹으로 김 사장을 판단한다면 당장 사퇴해야 해요. 이 정도 비리가 나오면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일각에서는 정부차원의 ‘버텨라’ 지시가 있었다는데

이용마 국장)처음에 제가 언급했던 ‘MBC DNA를 바꿔라’와 관련이 있습니다. 사실 현 정부는 어떤 분야의 노조와 제대로 타협을 본 적이 없습니다. 거의 노조를 때려잡는 것에 더 관심이 높았죠. 노조와 이야기하고 타협하려는 것이 아니라 싸워서 이기려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측은 현재 회사가 망가지거나 말거나 프로그램 결방과 말도 안 되는 조직개편 등을 주도하며 스스로 2~30년 동안 살아온 터전을 파괴하고 있어요. 이런 인식이 소위 말하는 ‘윗 선’과 관계있다고 보여집니다. 아마 이 상황을 대선까지 끌고 가려는 생각으로 보입니다. 쉽지 않을 것이지만.(웃음)

정치파업에는 동의할 수 없다

기자)정치파업 부분을 이야기 하겠습니다. 이런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용마 국장)이제 자포자기라서..(웃음) 이제는 정치파업이라고 하는 것은 좋은데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 것인지 이유에 대해 말해주었으면 좋겠어요.

기자)분명히 말해주시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매카시즘과 비슷한 것 아닐까요? ‘낙인 찍기’말이죠.

이용마 국장)우선 정치파업 부분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하고 싶네요. 대한민국 국민은 현명합니다.(웃음) 정치파업이라고 하는 부분에서는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아요. 그런데 정치파업이라고 주장하는 분들의 의견은 간접적으로 들었는데…이렇더라고요. ‘파업 이전, 그러니까 노무현 정권 당시에도 편파보도를 하지 않았느냐. 사장선임구조도 달라지지 않았고, 그런데 이제와 파업을 하는 이유가 바로 정치파업이 아니겠느냐’고 말이죠. 하지만 이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답답합니다. 우선 사태를 한번 따져볼까요? 당시와 지금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바로 사장 임기 보장입니다. 예전에 MBC의 경우 3년의 임기를 채운 김중배 사장이라는 분이 계셨습니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직후 김중배 사장은 본인이 사직서를 냈습니다. 어떠한 정권의 압력을 받지 않았는데 말이죠. 그리고 그 동안 방송사 사장들은 자신의 임기를 다 채웠습니다. 어느정도 보장이 된 셈이죠. 그런데 현 정부는 어떻습니까? KBS 정연주 사장의 경우 온갖 꼬투리를 잡아 몰아내려 혈안이었고 기어이 배임혐의로 사장직을 박탈시켰잖아요? 결국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이 났고요. 그리고 MBC 엄기영 사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멀쩡히 직무수행하는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이 일주일에 한 번 업무보고 하라고 부르고, 결국에는 임원에 대한 인사권까지 모두 빼앗았습니다. 결국 엄 사장은 자리에서 물러나고 말았고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현 정권은 87년 민주화항쟁 이후 우리 사회에 정착된 절차적 민주주의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정방송을 위한 투쟁이 시작된 것이고요.

기자)지배구조 개선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KBS의 경우 관련 논의가 쭉 있어왔는데요.

이용마 국장)MBC도 마찬가지입니다. 총파업 투표를 할 때 김재철 사장 퇴진과 함께 방송사 지배구조개선을 기치로 걸었거든요. 김 사장이 물러난다 해도 제 2의, 3의 김재철 사장이 등장하면 안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특정 단체에 평향되지 않은 방송사 지배구조개선이 확립되어야 합니다. 사장 퇴진과 지배구조개선 모두 너무나 중요한 가치입니다.

기자)알겠습니다. 그럼 방송통신위원회 이야기를 해보죠. 지금 방통위는 MBC 파업 해결에 미온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김재우 방문진 이사장을 비공식 소환한 것 외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습니다.

이용마 국장)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를 선임하는 곳입니다. 그리고 발송문화진흥회는 MBC에 대한 관리 감독 책임을 가지고 있고요.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MBC 파업 사태에 둘 다 손을 떼고 있습니다. 직무회피를 하는 셈이지요. 유례없는 파업 국면이 닥쳤지만 양 측 모두 노-사간 문제라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이건 방송통신위원회 존립 근거를 스스로 포기한 겁니다. 특히 이계철 위원장은 통신 전문가로 자임하면서 방송 업무는 잘 모른다고 스스로 인정하기도 했는데, 이런 위원장은 그 거취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마지막 질문입니다. 말씀하신대로 MBC 파업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전대미문의 일입니다. 동시에 외부에서는 많은 걱정을 하기도 합니다. 이를 해쳐나가기 위한 노조의 전략을 말씀해 주세요.

이용마 국장)이해합니다. 힘든 싸움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동시에 희망도 가지고 있습니다. 말씀 드린대로 노조 분위기도 그 어느 때보다 좋고요. 물론 힘들었던 순간도 많았습니다. 5월 한 달동안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희망캠프를 차렸을때는 정말 국민여론이 불타오를 수 있도록 학수고대 했었죠. 그런데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 찰라 6월부터 다시 불씨가 타오른겁니다. 특히 서명운동을 하다보면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서명 받으려면 호객행위를 했는데(웃음) 이제는 시민들이 줄을 서서 서명을 해주세요. 그만큼 저희에게는 힘이 된다는 겁니다. 그렇게 국민 여론이 우리를 도와주시면 당연히 정치권에서도 움직일 것이고 어쩌면, 우리 모두가 바라는 긍정적인 결과가 생각보다 일찍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국민의 힘이 바로 우리의 전략입니다. 그대로 쭉 나아가겠습니다.

인터뷰 끝나고 몇일 후, 여야는 국회 원구성에 합의하며 MBC 파업 해결에 대한 의지를 천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확대해석도 시기상조인 셈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공정방송을 위한 각자의 노력이 어떻게든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소중한 경험이 모두의 가슴속에 맺혀있다는 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