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파업, 국민이 있다(1)

[인터뷰] MBC 파업, 국민이 있다(1)

2858

초여름, 그 살 떨리는 더위에 연신 부채질을 하며 들어선 곳은 서울 여의도 MBC 정문이었다. 햇살에 비치는 익숙한 MBC 로고가 유난히 차분해 보여서일까. 과연 이곳이 대한민국을 뒤흔드는 공정방송 복원의 진원지가 맞는가 싶을 정도로 분위기는 조용하고 침착했다.

하지만 검게 그을린 피부에 면도도 제대로 못한 듯 덥수룩한 수염을 한 노조원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자 기자의 심장도 왠지 모르게 뛰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한 치기어린 호승심 따위가 아니다. 무언가 깊숙한 곳에서 바라는 진한 염원일 것이다.

그 심정 그대로, MBC 로비에 마중 나와있는 이용마 MBC 노조 홍보국장을 만났다.

(사진 이진범 기자)

*인터뷰는 6월 25일 진행되었습니다.

기자) 반갑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이용마 국장) 국민들에게 열심히 우리 투쟁의 정당성을 알리고 있습니다. 공정방송을 위한 마지막 싸움을 이겨낸다는 심정으로 뛰고 있어요.(웃음)

MBC DNA를 바꾸겠다? 힘들 것!

기자)바로 인터뷰를 시작하겠습니다. 시작부터 우울한 이야기지만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 MBC 파업의 성과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파업 기간이 길어지고 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동력이 떨어지지 않을지 말이에요.

이용마 국장)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외부에서 보는 일부의 시각이고요. 현재 노조 내부 분위기는 굉장히 좋습니다. 그런데 그 좋은 분위기는 노조 집행부의 역량이 엄청나게 뛰어나서 그런 것이 아니라 아이러니하게도 김재철 사장 덕분이죠. 김 사장은 파업 한 달만에 해고 및 중징계를 남발했고 조직의 생리를 고려하지 않는 개편을 단행했습니다. 이에 노조원들은 많은 자극을 받았고 오랜 시간동안 굳건한 대오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5월부터는 김재철 사장과 사측이 파업에 대한 본인들의 입장을 굳건히 한 것 같습니다. 요즘 사측에서 이런 말이 나오더군요. ‘MBC의 DNA를 바꾸겠다’. 한 마디로 저항정신이나 권력에 대한 비판의지 등을 이번 기회에 완전히 뿌리뽑겠다는 뜻입니다. 바로 이런 부분들이 노조원들의 ‘파업 의지’를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기자)사측의 압박이 파업 동기를 더 키워주고 있다?

이용마 국장)그렇습니다. 김 사장과 사측이 투쟁의식과 분노를 고조시켜주니까요. 그래서 요즘 노조 내부의 분위기는 정말 좋습니다. 최근에 MBC 김재철 사장 퇴진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는데 열기가 아주 높습니다. 원래 백만 서명운동이 하루에 만 명을 채우기 쉽지 않잖아요? 그런데 지금 속도라면 역대 백만 서명운동 중 최단기에 목표를 이루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 분위기는 정말 ‘분위기 탄거죠’

지금은 파업의 ‘3 단계’

기자)알겠습니다. 그럼 다음 질문입니다. 이 국장님께서 최근 MBC 파업을 3단계로 나누어 진행한다고 하셨는데, 여기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용마 국장)파업 3단계 이야기는 조합원 집회에서 했는데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공정방송을 위한 파업 돌입이 MBC 파업의 ‘1 단계’라고 본다면 이어지는 김재철 사장의 개인 비리 폭로 및 투쟁이 ‘2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5월 말부터 시작된 무차별 해고 및 징계와 그에 이은 단죄가 바로 ‘3 단계’인 것이죠. 특히 징계에 대한 부분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우리는 전두환 정권 이후 가장 강력한 언론 살인마를 목도하고 있는 셈입니다. 지금까지 2년 전 파업 징계자까지 합치면 노조원 200여 명이 징계를 받았는데 우리 노조원이 총 1,000여 명입니다. 5명 중 1명에게 징계를 내린거죠. 그래서 우리는 역으로 ‘마지막 순간이 찾아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자)파업 징계 수위가 올라가는데 마지막 순간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인가요?

이용마 국장)네. 역으로 생각했을때 이러한 파업 징계는 마지막 발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단죄만이 남은 것이지요. 우리가 오랜시간 싸워왔지만 김 사장의 퇴진은 한 순간에 올것입니다. 그리고 그 때가 되면 김 사장의 하수인, 즉 체제도 순식간에 붕괴될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기자)그것이 3 단계의 최종목적이겠네요

이용마 국장)네.

MBC의 휘청임은 파업 때문이 아니다

기자)알겠습니다. 그럼 다른 이야기를 해볼께요. 최근 사측은 MBC 광고매출 하락이 파업의 여파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용마 국장)광고 매출이 하락했다는 이야기는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광고매출이 떨어지는 것은 많은 요인이 있어요. 사실 작년의 경우 MBC는 1,000억 원이 넘는 이익을 남겼습니다. 사상 최대수준이지요. 그런데 그 이면에는 이른바 ‘코바코(KOBACO) 특수’가 있었다고 봅니다. 미디어렙 편입 문제로 모든 방송사가 홍역을 치룰 때, 코바코에서 MBC에 힘을 실어주었다는 뜻이에요. 즉 민영 미디어렙에 편입되지 말고 공영 미디어렙에 편입되는 것이 MBC에 득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코바코가 MBC 광고매출을 도왔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올해 MBC는 공영 미디어렙에 편입이 되었어요. 최고 매출을 올린 작년과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 광고매출이 하락한 것은 당연한 이유지요. 또 국제 경제 사정이나 국내 경기도 많이 안 좋아 졌습니다. 이런 복합적인 이유로 MBC의 광고매출도 급감된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오로지 ‘파업’ 때문에 MBC 광고매출이 급감했다는 식의 주장은 동의할 수 없습니다.

기자)복합적인 이유가 있다는 말씀이시죠?

이용마 국장)그렇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사람의 문제도 있어요. 파업에 참가하지 않고 남아서 프로그램 제작을 하는 사람들의 문제도 있겠죠. 그런데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현재 MBC 뉴스 시청률의 하락 원인을 파업에서만 찾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분석이라고 생각해요. 선후가 바뀐 것이지요. 원래 파업 전부터 MBC 뉴스는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측에 의해 여당 편파방송이 자행되고 자연스럽게 시청자의 신뢰도를 잃었지요. 이에 우리는 사측에 이런 문제점을 알리고 시정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또 파업 이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듯이 4월 총선보도의 경우 편파방송의 극치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최근에도 있었죠? 뉴스 앵커가 소위 ‘톱 뉴스’를 통해 허위보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바로 여기에 문제가 있습니다. 시청자의 신뢰를 잃고 시청률이 하락한 이유는 파업때문이 아닙니다. 문제는 예전부터 있어왔고 우리의 파업은 그런 문제를 고쳐보자는 것이었어요. 원래 뉴스 시청률은 단시간내에 회복할 가능성이 없습니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