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 Technical Supervisor를 만나다

[인터뷰] KBS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 Technical Supervisor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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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통쾌한 승리의 역사를 재현할 때”

고려 거란 전쟁은 당대 최강국인 거란제국과 신생국 고려가 맞붙은 26년간의 전쟁이다.
고려는 여섯 차례에 걸친 거란의 침략에도 굴복하지 않고, 마지막엔 강감찬의 귀주대첩으로 거란군을 전멸시키며 스스로 전쟁의 종지부를 찍었다. 말 그대로 통쾌한 승리를 쟁취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고려 거란 전쟁을 다루려 하는 이유는 단지 기분 좋은 역사를 되새김질하기 위함은 아니다.

“이제는 KOREA의 근원을 알릴 때”
한 나라의 역사를 알게 되면, 누구나 그 나라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들과 자신들의 공통점을 발견하며, 그 나라를 이해하고 존중하게 된다.

이제 세계에 KOREA를 보여줘야 할 때이다.
세계는 이 드라마를 통해 우리가 어떤 사람들인지 알게 될 것이다.

– 프로그램 기획 의도에서 –

[월간 방송과기술 이진범기자] 공영방송 50주년 특별 기획 KBS 2TV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이 총 32화로 기나긴 여정을 마무리했다. 당대 최강국인 거란제국과 26년간의 전쟁을 통해 번영의 꽃을 피운 고려의 이야기를 뛰어난 영상미로 구현하며 대하드라마의 역사에 커다란 한 획을 그었다.

흥화진, 삼수채 전투, 귀주대첩이라는 역사적인 전쟁을 재현했고, 잊힌 1,000년 전의 인물들을 재조명했다. 피 튀기는 전쟁이라는 현실을 사실감 있게, 압도적인 영상미로 구현하였으며, 당시의 고려라는 나라를 나타내기 위해 많은 제작진의 숨겨진 노력과 열정, 고생이 함께하였음을 시청자들은 매 순간 느낄 수 있었다.

KBS의 후반제작부팀은 기나긴 준비와 회의를 통해 고려를 디지털로 부활시키며, 고품질 대하드라마의 새 역사를 써 내려갔다. 40만에 달하는 거란군과 고려군의 사실적인 전쟁 장면을 위한 VFX(Visual Effect, 특수영상 및 시각효과) 제작과 관련 소품들의 준비, 그 밖의 다양한 특수효과를 총동원하였고, 화려한 UHD 영상과 박진감 넘치는 장면을 위한 색 보정과 후반작업 등 전체 워크플로를 관리하며, 영화와 같은 영상미를 안방으로 가져올 수 있었다. 오랜 기간의 작업을 통해 완성한 Technical Supervisor들을 만나 실제 제작을 위한 과정과 노력,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보며, 우리나라 드라마의 한 획을 그은 ‘고려거란전쟁’의 제작 내용에 대해 들어보았다.

여러 제작진과 협업하며, 재미나게 촬영했고 Technical Supervisor를 넘어 Technical PD로서의 역할을 다한 작품이었다

김승준(좌), 최동은(우) ‘고려거란전쟁’ Technical Supervisor

1. ‘고려거란전쟁’의 종방, 그리고 소감은
• 김승준: 작품에서 이렇게나 깊숙이, 그리고 넓게 연계되어 제작했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정말 제작 전반에 많이 관여하였던 것 같습니다. VFX(특수영상) 장면뿐만 아니라 제작에 필요한 여러 요소에도 관여를 하였는데요, 보통 Technical Supervisor로서 촬영 현장에는 10회 미만으로 방문하여 제작하곤 했는데, 이번 ‘고려거란전쟁’에서는 50회차 정도 참석하여 제작했으니, 연출진의 드라마가 아닌 저희 후반제작부팀의 드라마가 아니었나 할 정도입니다. 저는 드라마의 기획 단계인 1년 6개월 전부터 제작에 참여를 하게 되었다 보니, 방송이 종영하고 나서는 시원한 느낌이라기보다는, 섭섭한 감정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 최동은: 저는 아쉬움이 남지만 시원한 느낌이 더 큽니다.(웃음) 여름부터 겨울까지 촬영을 했습니다. 한여름에는 더위 그리고 한겨울에는 추위 때문에 연기자부터 보조출연, 스태프들까지 너무 고생했습니다. 하지만 고생한 만큼 결과가 잘 나와서 보람찹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드라마를 제작하면서는 현장에서의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연출진, 촬영 감독님들과 저희 Supervisor들, 업체분들이 작업을 하는데, 어떤 현장보다 재밌게 일했습니다. 서로서로 더 잘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고, 의견을 나누는 과정을 통해 더 나은 결과로 진행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김승준: 사극에서 ‘고려거란전쟁’과 같은 수준의 CG로 전투를 실감 나게 제작한 만큼 전쟁을 다루는 앞으로의 사극은 이를 넘어서기 위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연출진에서도 저희를 넘어설 수 있는 건 저희밖에 없다고 인정하는 말을 했을 정도입니다. VFX 부분에서는 KBS 역사상 가장 많은 제작비가 사용되었기에, 이 부분은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2. Technical Supervisor의 역할은?
전체 UHD 워크플로로 기획하고 관리하는 것이 Technical Supervisor의 주된 역할이라고 보시면 되며, VFX 기획 및 제작에서도 관여하여 기술적인 부분을 관리합니다. ‘고려거란전쟁’에서도 VFX 장면이 잘 구현될 수 있도록 연출진과 VFX 업체 사이에서 조율하며, 기획했던 완성도가 나오도록 중간 역할을 합니다. 서너 군데의 업체가 이번에 같이 작업을 하였는데, 아마 VFX 부분만 관여한 인력이 100여 명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한, 연출진이 원하는 VFX 장면을 관련 제작업체를 통해 만들어 내려면 비용이 많이 들게 됩니다. 이를 Technical Supervisor가 현실적으로 대체 가능한 장면은 내부에서 처리한다든지 하여, 업체에 맡기 분량을 최소화하여 제작비용의 효율을 추구하기도 하는 것이지요. 실제 구현하고자 하는 장면에 최대한 가깝게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Technical Supervisor가 콘텐츠 내에서의 역할도 있지만, 이번에는 직접 기술적인 펀딩에도 참여하여 총 12억 원의 지원을 받는데도 기여하였습니다. 2022년 차세대방송 성장 기반 조성사업에 3D 제작이나 In Camera VFX에 관한 내용으로 과제를 제출하여 지원하였고, 신한류 프리미엄 콘텐츠로 지정되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지원을 통해 지형이나 사물을 포토메트릭 및 라이다 촬영을 하여 다양하게 활용하였습니다. 문경 세트장, 고모산성, 검차, 석탑 등을 3D로 제작하여 프리비즈 및 방송에 활용하여 고품질의 영상을 만들었고 또한 언리얼 환경으로 가져와 XR로 구현도 해보았습니다. 추가 촬영이나 간단한 촬영이 필요한 장면의 경우는 촬영장을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촬영할 수 있습니다.

저희만으로는 이러한 생각을 하지도 못했을 것이고, 제작에 있어서도 보다 주인의식과 사명감이 생기게 된 계기였고, Technical PD로의 역할을 잘 수행해 냈다고 생각합니다.

3. 전체 촬영 기간은 얼마나 되었으며, 주요 촬영 장소로는?
촬영 1년 전부터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으며. 답사와 사전 조사 등을 거쳐 6월부터 전쟁 장면을 촬영하기 시작했습니다. 대본을 바탕으로 전쟁 부분의 연출을 담당한 김한솔 PD와 같이 귀주대첩, 삼수채, 흥화진 전투 등에 대해 어떻게 구성할지 회의를 많이 거쳤고, 문경과 가은 세트장, 화성 형도의 간척지와 채석장, 수원 세트장 등 다양한 장소에서 촬영하였습니다.

4. 이번 드라마의 숨겨진 의미나 콘셉트가 있다면?
꽃을 민초들을 상징하는 콘셉트로 정해 성벽의 피어난 꽃과 같이 이른바 ‘꽃의 전쟁’을 모티브로 삶았습니다. 귀주대첩의 마지막에 밟힌 꽃이 뽑히지 않는 부분이나 강감찬 장군이 영원히 지지 않는 금 꽃을 하사받은 것 등이 모두 연결되는 것이죠. 그러나 시청자분들이 이런 내용을 미리 인지하였다면, 드라마에 대한 이해가 더욱 높아졌을 텐데 좀 아쉬운 부분입니다.

5. 이전 ‘태종, 이방원’에서 변화된 점으로는?
‘태종, 이방원’에서는 공성전 장면을 3일 동안만 촬영했었고 VFX 장면도 그리 많지는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드라마의 성격이나 컨셉이 ‘고려거란전쟁’과는 다르기 때문으로 생각합니다. 반면, 이번 ‘고려거란전쟁’은 전쟁 장면의 중요도가 높아 촬영을 더 할애하고 공을 들였습니다. 제작비와 여건 등을 고려하여 귀주대첩 전쟁 장면의 경우는 12회차로 나누어 촬영했으며, 당시 여름 날씨라 너무 더워서 45분 촬영, 15분 휴식으로 진행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귀주대첩 방송분은 총 930컷이었는데, 이 중 2/3가 특수촬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6.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기 전 준비하신 일로는?
답사를 통해 촬영지의 어느 부분을 촬영할지 정하며, 환경을 고려하여 고려와 거란의 구조적인 위치 등을 VFX로 어떻게 구현할지 지속적인 회의를 했습니다.

사전 답사 다음으로는 사전 조사를 진행합니다. 거란의 투석기를 재현하는 부분에선 고증을 찾아 미술팀과 회의를 통해 제작합니다. 1,000년 전 당시를 최대한 가깝게 재현하기 위해 불상, 석탑의 형태, 검차(전투 장면에서 방어용 수레 형태의 무기)의 컨셉, 깃발의 문양, 색 등의 여러 시도와 구상을 거쳐 영상을 구현하고 표현할지 정합니다. 그리고 민들레가 피는 4월에 민들레가 등장하는 장면을 다른 촬영보다 먼저 촬영한다든지 해서 굉장히 철저하게 맞추어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답사를 바탕으로 컨셉아트를 그리고, 이를 점차 구체화하게 됩니다. 컨셉아트의 경우 실제 어떻게 촬영할지 선정되며 이를 바탕으로 VFX를 구현하는 등 제작의 밑바탕이 되게 됩니다. 예정에는 이 컨셉아트 부분과 현장에서의 촬영이 달라지는 경우가 빈번했으나 이제는 컨셉아트와 똑같이 촬영하며 제작의 효율성을 높였습니다. 이렇게 제작비용과 시간 등 촬영과 제작 전반을 효과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Technical Supervisor의 주된 역할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7. 사전 작업이 굉장히 중요하겠네요.
네, 그렇습니다. 대본을 바탕으로 해서 컨셉아트 작업이 끝나면 스토리보드 작가님이 그림 콘티를 그립니다. 이번에는 특수촬영 작업이 너무 많아 흥화진 전투와 같이 중요 장면은 프리비즈(동영상으로 만들어 낸 애니메이션) 작업도 사전에 진행했습니다. 프리비즈로 만든 영상을 촬영 전 제작진들과 확인하며 내용 그대로 동일하게 촬영을 합니다. 영상에는 카메라 렌즈나 화각 등의 세밀한 내용도 기록이 되기에 촬영 전에 어떻게 찍을지 구상해보고, 머릿속으로 그려볼 수 있는 것이죠.

이러한 전쟁 장면의 프리비즈를 만들어 내기 위해 기획 회의에서부터 구상하였고, 사전에 에셋을 모은다든지 중요 에셋을 제작했습니다. 포토메트릭 3D 모델링을 이용해 에셋을 재현해내거나 라이다를 활용하여 지형을 스캔해 세트장 자체를 모델링하여 구현했습니다. 전체 지형의 품질은 낮춰 진행하였지만, 시대를 나타낼 수 있는 건축물이나 구조물은 높은 퀄리티로 작업하여 배치하여 제작했습니다. 이러한 사전 작업이 바탕이 되어 문경과 가은 세트장 그대로 프리비즈로 구현될 수 있었으며, 촬영의 효율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3D 모델링 작업의 장점으로는 실제 촬영을 위한 방향과 구성을 미리 살펴보는 점과 함께 지형 답사를 굳이 가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입니다. 세트의 모든 요소가 모델링되어 있어 바로 관련 회의를 진행할 수 있게 됩니다.

8. 인물 CG 구성을 위한 노력으로는?
인물이 많이 등장하거나 전쟁의 현실성을 위해서 디지털 캐릭터 제작을 위한 노력에도 공을 들였습니다. 의복을 입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인체를 구현하기 위해 각기 다른 인물들을 모션 캡처하였고, 모델링하여 제작에 활용했습니다. 실사와 디지털 캐릭터를 섞어 전체적으로 어색하지 않은 영상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밖에 모든 특수촬영을 위한 기술은 전부 사용하였으며, 기본의 고속카메라가 아닌 개선된 새로운 모델의 고속카메라도 저희 생각보다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그리고 수원에 크로마 세트장도 이번 촬영을 위해 만들었는데요. 총 200m의 길이였는데, 트래킹 포인트도 야외의 특성상 비, 바람에 손상될 수 있어서 기존처럼 테이프를 붙이는 방식이 아닌 페인트로 일일이 칠하며 만들게 되었습니다. 제일 많이 동원했던 엑스트라 인원은 400명까지였으며, 더 많으면 통제가 되지 않기에 현실상 적당했다고 생각합니다.

9. 결정할 많은 사항들에 있어 회의가 정말 중요할 것 같은데요.
중요 장면을 촬영하기 전에는 항상 회의를 많이 합니다. 회의를 거치는 동안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하여 꼭 필요한 단계이며, 이런 회의를 통해 어떻게 찍을지와 어떤 카메라를 어떤 화각과 앵글로 찍을지, 어디를 VFX로 만들지 정한 후 그림 콘티를 짜고 제작 현장에서 그대로 촬영을 마치고, VFX 작업을 진행하여 완성하는 것이죠.

10. 흥화진 전투와 귀주대첩 전투의 VFX에 있어 차이로는?
형도의 채석장에서 흥화진 전투 장면을 찍었습니다. 3박 4일을 밤씬만 찍었죠. 현장 편집을 진행하고, 연출에서 적극적으로 반영해주니, 기술팀에서도 할 일들이 많았던 순간이었습니다. VFX 부분에서 말씀드리면, 흥화진 전투는 미술팀의 수고로 워낙 세트가 잘 구현되어 있어서 직접 세트 촬영지에서 제작했으며, VFX가 많이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밤씬이었고, 방어전이었으며, 포 전쟁, 불의 전쟁으로 일컬어지듯 특정 장면에서만 특수효과를 사용하였고, 색보정 정도만 거쳐서 마무리되었습니다. 역시 연출진과 지속적인 회의를 거쳐 완성을 하게 되었고, 거란군의 포로 인해 가옥이 무너지는 장면은 가옥이 부서지는 장면을 다양한 앵글에서 촬영하여, 마치 여러 가옥이 부서지는 효과가 나오게 하였습니다. 이런 장면은 저희도 주도적으로 고속카메라나 고프로를 거치하여 촬영을 하며, 실제 촬영에서는 카메라들이 충격으로 고장 나기도 하는 등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흥화진 전투도 처음 프리비즈를 통해서는 어색한 부분이 많이 있었으나 계속적인 수정을 통해 점차 나아졌고, 실제 촬영이 워낙 깔끔하게 되어 방송본과 같이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많은 관심을 받았던 귀주대첩 전쟁 장면은 목섬을 배경으로 하였으나 몇백 명에 달하는 모든 촬영자의 이동과 세팅, 날씨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었습니다. 전반적인 촬영 효율을 높이기 위해 근접샷을 제외한 모든 장면들은 VFX로 제작하기로 했고, 다행히 작업을 맡았던 VFX 제작 업체인 벨루카에서도 가능하다고 하여 수원 세트장에서 촬영을 하기로 신속히 결정하고,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11. 양규 장군의 전사 장면에서 거란군의 공격에 갑옷 부분이 떨어지는 것을 섬세하게 표현하였는데, 어떤 식으로 제작한 것인지요?
전반적으로는 미술팀과 저희 후반제작부팀의 협업으로 진행되었지만, 장면에 대한 아이디어는 김한솔 PD의 생각이었습니다. 갑옷이 칼에 닿으면 스파크가 튀기면서 현실성 있는 전투 장면을 재현하고자 하였고, 미술팀이 미리 갑옷의 일부분들을 살짝만 연결을 해놓아 칼이 닿기만 해도 떨어질 수 있도록 준비를 한 것이죠. 그렇게 해서도 안 떨어지는 부분은 중간중간 미리 CG 처리한 부분으로 대체하였습니다.

양규의 전사 장면도 한여름과 한겨울에 촬영했으며, 처음에는 저희도 방송 내용처럼 극적인 장면으로 구성해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역사서에는 양규의 죽음이 단 3줄만 적혀있었거든요. 재구성과 연이은 회의를 거쳐 실제 방송분으로 만들어지게 되었고, 많은 분이 고생하시며 촬영에 임하셨고, 전투 장면이 워낙 실제로도 위험하여 무술팀에서도 많이들 다치기도 하셨습니다.

12. 귀주대첩의 전투 장면에서 검차를 비롯해 다양한 무기들이 인상적이었는데요.
검차를 이용하는 장면에서는 다양한 무기들이 나옵니다. 일련의 전투와 같이 어떠한 순서가 있는 것이죠. 돌팔매를 던지고, 쇠도리깨로 상대방의 머리를 공격하면, 그 찰나의 순간에 빈틈이 생기게 되고, 이를 장창을 이용해 연이은 공격을 더 해 뒤쪽에서는 계속 활을 쏘고, 근접전에서는 검차에 부착되어 있던 칼과 도끼 등을 이용해 이른바 단병접전 방식으로 공격을 하게 되는 것처럼 단순한 백병전이 아닌 실제 전투에서의 차례에 대해 짜임새 있는 전쟁을 보여주고자 많은 고심을 하였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현장감을 높이고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먼지를 만들어 내고자 역시 고민하였습니다.

13. 마지막 귀주대첩에서 검차진을 선보이며, 기존의 전투에서 보기 드문 진법 전투 장면이 많은 호응을 받았는데요. 어떤 과정에서 만들어지게 된 것인지요?
검차도 실제로 미술팀에서 높은 퀄리티로 총 7대를 제작했고, 저희가 스캔을 하여 특수영상으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제작된 검차의 대수가 많지 않다 보니, 전투를 재현하는 장면에서는 제약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검차는 귀주대첩 촬영지로 간 적이 없을 정도로 이 부분을 철저하게 디지털에 의존했습니다. 스캔을 통해 디지털 에셋으로 만들어 이를 영상으로 구현하였고, ‘사각방진’의 장면에서도 검차와 검차가 맞대는 모서리 부분만 실제 촬영한 영상이고, 나머지 부분은 CG로 처리하였습니다. 그렇다 보니 한계가 있어 거란과 고려의 검차가 뒤엉켜 싸우는 장면에서 전투 양상의 실재감을 더하기 위해 풀샷으로 검차진의 모양과 변화를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14. 귀주대첩의 후반작업 기간은 얼마나 되었는지?
드라마의 하이라이트 부분인 귀주대첩의 전쟁 장면은 2023년 7월 말에서 8월 초의 가장 더운 시기에 촬영했습니다. 실제 방송본의 1부에서 7분 정도 귀주대첩의 전투를 보여주는 장면은 가장 일찍 촬영한 후 약 한 달 정도의 작업시간을 거쳐 방송되었고, 이후 재편집을 통해 드라마 최종부 방송을 위한 전체 귀주대첩 부분은 두 달 정도의 작업 기간으로 진행되었습니다.

15. 그 밖에 시청자들이 놓칠만한 특수영상이 적용된 부분으로는?
영화와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디지털 노이즈를 옛날 실제 35mm 필름에서 노이즈 부분을 캡처하여 반영하였습니다. 전쟁의 거친 느낌을 더하기 위해 색보정을 더욱 신경 썼습니다. 이런 부분의 기획이나 진행도 Technical Supervisor의 역할이자 이를 뛰어넘는 Technical Producer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번 작업에서는 투석기, 검차 등 역사적으로 고증된 전투 무기들을 재현해야 했기에 할 일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전쟁 장면이 많다 보니 장군 역의 배우들 얼굴이 힘들어 보여야 하고, 고난이 가득한 느낌을 주어야 하기 때문에 엣지 작업이라고 해서 일정하게 피부톤의 컨트라스트를 높이는 작업도 세심하게 진행하였습니다.

16. 미처 몰랐던 부분이네요. 전쟁 소품 준비에도 공을 들이셨다고 들었습니다.
이밖에 전쟁의 참혹한 실상을 보여주기 위해 피가 여기저기 뿌려져 있는 장면과 같이 현실감을 높이고자 VFX로 만들어 낸 부분도 많았고, 전쟁 장면에 사용되던 말이 등장하는 여러 장면을 정말 고심하고 조심해서 촬영했습니다. 대부분 촬영에는 늙은 말을 사용하는데, 노쇠하기에 오랜 시간 촬영을 할 수가 없습니다. 소배압 장군의 일부 장면은 실제 말을 사용하지 않고, 승마 기구를 이용하여 타이트한 앵글로 촬영을 해서 꼭 필요한 장면에서만 실제로 말을 사용하였습니다. 전국에서 대여할 수 있는 말을 모두 모아봐도 30마리밖에 안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귀주대첩 부분에서는 동원된 말이 20마리도 채 되지 않을 정도였고, 김종현 장군의 철갑기병이 내려오는 장면도 실제로는 선두 말만 실제이고 전부 CG로 처리하였습니다. 또, 임금은 백마를 타야 하니, 그런 부분도 좀 까다로웠던 부분이었습니다.

반대로 몽골 출장을 가서는 한국 대비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말을 대여할 수 있어 100여 마리의 말을 동원하여 규모 있는 전쟁 출정 장면을 사전에 소수 인원으로만 촬영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몽골사람들은 정말 말을 잘 타고, 잘 다루기까지 합니다. 말을 탄 상태로 활도 잘 쏘는 장면들이 인상에 남을 정도였습니다.

17.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 내용으로는?
흥화진 전투 및 폭파 장면을 찍을 때 다른Technical Supervisor들은 참석하지 못해서 최동은 감독이 맡아서 제작했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VFX 수퍼바이징 외에 고프로나 DSLR(S1H), 고속카메라(앰버) 등의 인서트용 카메라 운용 그리고 VFX 소스 촬영을 혼자해야 했습니다. 일정이 공교롭게 겹치다 보니, 일어난 일로 당시 많이 고생했지만 스케줄대로 무사히 촬영이 되고 흥화진 전투가 멋있게 촬영되서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18. 촬영 데이터양도 엄청났을 것 같습니다.
데이터는 데이터 매니저가 기본적으로 관리를 했고, 편집을 위한 컨버팅 작업을 거친 후 편집본을 완료하고는 UHD 제작을 위해 이를 원본으로 대체하는 리커넥팅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이 원본 데이터로 색보정 작업을 완료하여 촬영 원본으로 색보정까지 마쳤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사용했던 데이터양으로 보면 원본만 250TB를 차지했고, 여기에 편집본, CG, DI 작업본까지 거의 350TB 정도를 사용하였습니다. KBS 드라마 제작 시 사용하는 스토리지의 많은 부분을 할당해주어 큰 무리 없이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19. ‘고려거란전쟁’ 제작진으로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기획은 미리 진행되었으나 실제로 제작 시간이 부족했던 점이 좀 아쉬운 부분입니다. 전쟁 장면의 마지막 촬영이 방송 한 달 전이 되어서야 끝났기 때문에 VFX 작업을 위한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양한 앵글과 장면으로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나 풀샷에서도 단순하게 보여줄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시간을 들이는 만큼 품질이 올라가는 VFX 작업에서는 흥화진과 삼수채 전투를 맡았던 비브스튜디오스와 귀주대첩을 담당했던 벨루카에서도 아쉬움을 표했을 정도로 작업 시간이 넉넉하지는 못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20. 제작 에피소드로는?
이번 메인 테마로 사용된 곡은 2013년 KBS 드라마 ‘칼과 꽃’의 음악을 편곡하여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당시 음향 감독님께서 이번에도 저희 음향 감독을 맡으셔서 사용에 문제가 없었으며, 이번 드라마와 의미도 맞는 것 같아 신기합니다.

그리고 저희가 종방연을 했던 3월 8일, 현장에서 양규 장군의 배역을 맡았던 지승현 배우가 한마디를 했는데, 마침 그날이 실제 양규 장군이 전사한 날이고, 귀주대첩 방송분이 방영한 3월 11일이 실제로 귀주대첩 전투를 치렀던 날이라 더 의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양규 장군이 전사하는 장면을 찍는 날에는 지승현 배우가 역할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힘들어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치열하게 싸우다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에서 현실과의 괴리 때문이라고 할까요. 촬영하다가 상처가 났는데도 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아무튼 그날 지승현 배우를 위로해주고, 격려하느라 비록 술을 많이 먹었지만, 친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21. ‘고려거란전쟁’의 여러 등장인물 중 정감이 가는 캐릭터로는?
• 김승준: 양규와 김숙흥 장군의 장렬한 전사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 촬영을 하며 스태프들도 전부 울었을 정도로 정말 처절했던 장면이었습니다. 특히 김숙흥의 죽음에서는 전쟁의 신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단했던 장군의 마지막이기도 했고, 김숙흥 역을 맡았던 주연우 배우의 열연으로 현장에서 눈시울이 붉어지고, 가슴도 웅장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 최동은: 거란 장수였던 소배압 장군역의 김준배 배우가 기억에 남습니다. 역할에서는 매섭고, 무서운 느낌이지만 실제 촬영장에서는 누구보다 귀여우시고, 분위기 메이커였는데요. 검색창에 ‘소배압 눈사람’이라고 검색을 해보시면 아시겠지만 해맑게 웃으시는 모습이 정말 정겨웠습니다.

귀주대첩 전투 장면 VFX 컨펌 중
비브스튜디오스, 벨루카, 지승현 배우, KBS 후반제작부, 김한솔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