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지상파’ 자체 제작 감소, 외주 제작 증가 ...

‘위기의 지상파’ 자체 제작 감소, 외주 제작 증가
학계 “중간광고 허용으로 콘텐츠 제작비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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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지상파 방송사의 프로그램 자체 제작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외주 제작과 국내외 구매는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콘텐츠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광고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업계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최근 내놓은 ‘방송 사업자의 방송 프로그램 제작‧구매비 추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지상파 방송사와 PP의 전체 방송 프로그램 제작 및 구매비는 2조4,891억 원으로 2012년 정점을 이룬 뒤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이 가운데 자체 제작 비중은 전년 대비 18.8% 감소한 1조834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0년보다 10.1%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유선실 KISDI 정보사회분석실 ICT통계분석센터 부연구위원은 “공동 제작을 포함한 자체 제작의 비중이 44%로 지난 3년 간 계속 감소하고 있으며 특히 지상파 방송사는 2010년 60.4%에서 2014년 48.5%로 11.9%포인트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반면 외주 제작과 국내외물 구매는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상파 방송사와 PP의 외주 제작은 2010년 27.3%에서 2014년 32.4%로 5.1%포인트 늘어났으며, 국내외물 구매는 2010년 17.8%에서 2014년 23.6%로 5.8%포인트 증가했다.

자체 제작 감소폭과 마찬가지로 외주 제작에서도 PP보다는 지상파 방송사의 증가폭이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지상파 방송사는 2010년 37.4%에서 2014년 49.8%로 12.4%포인트 늘어났으나 PP는 그 증가폭이 6.1%포인트로 지상파의 절반 수준이었다.

ⓒKISDI
ⓒKISDI

업계 관계자들은 “지상파 방송사와 PP들이 비용 절감 등을 위해 자체 제작을 줄이고 외주 제작이나 구매를 늘리는 것”이라며 “지상파 방송사의 경우 광고 감소에 따른 재정적인 부담으로 콘텐츠 투자를 줄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 1월 13일 한국광고학회와 MBC미래방송포럼 공동주최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한 학계 전문가들도 “각종 규제에 묶여 지난해에만 전년 대비 약 1천5백억 원의 광고 수익 감소를 겪은 지상파방송의 매출은 10년 뒤 지금의 2/3 규모까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며 “방송 광고의 급격한 감소는 콘텐츠 생산에 필수적인 방송 재원의 고갈을 초래해 결국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받아야 할 시청자 권리가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결국 현재 지상파 방송사들의 자체 제작 프로그램 감소가 방송 광고 감소에 따른 재원 고갈 때문이라는 것이다.

ⓒKBS KBS 예능국에서 12부작으로 기획된 ‘프로듀사’는 회당 약 4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KBS KBS 예능국에서 12부작으로 기획된 ‘프로듀사’는 회당 약 4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나는가수다
ⓒMBC MBC 예능 프로그램이었던 ‘나가수’는 음향 시스템, 세션 준비 등으로 회당 제작비가 1억 원이 훨씬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 프로그램 제작비 증가도 자체 제작 비중을 줄일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다. 한 지상파 방송사 PD는 “이제 방송가에서는 드라마 회당 제작비를 보통 4억~4억5,000만 원 수준으로 본다”며 “광고 매출은 줄어들고 있는데 제작비는 매년 더 올라가고 있어 프로그램 기획을 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공적 책무를 지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는 재투자를 꾸준히 하고 있는 상황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14 회계연도 방송 사업자 재산 상황’에 따르면 방송 사업 매출 대비 제작비 투자 비율을 분석한 결과 지상파 방송사는 71.5%로 PP 43.2%보다 28.3%포인트 높았다. 하지만 이제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안광한 MBC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2015년 중간광고를 앞세운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은 11%, 인터넷TV(IPTV)는 32%, 모바일도 30% 가까이 광고 매출이 늘어났지만 지상파 전체는 0.6% 상승에 그쳤다”며 근본적으로 중간광고라는 구조적인 문제가 매출 손실로 이어지고 있어 콘텐츠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콘텐츠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중간광고 허용 등 광고제도의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고민수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는 “수준 높은 공적 임무를 수행해온 지상파방송이 안정적 재원을 확보하도록 정책 배려를 하는 것이 전 세계적인 추세인데 그 필수 전제조건을 인정하지 않고서 공적과제를 다하라고 하는 것은 모순된 주장”이라며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중간광고 허용을 강조했다.

하지만 종편을 비롯한 케이블 업계에서는 “지상파에 중간광고를 허용하게 되면 지상파방송에 광고가 집중돼 신문이나 케이블 등 다른 매체들과의 균형 발전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에 강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