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UHD 방송’ 정부를 위한 것인가, 시청자를 위한 것인가

[성명서] ‘지상파 UHD 방송’ 정부를 위한 것인가, 시청자를 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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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상파 초고화질(UHD) 본방송이 약 2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정부는 세계 최초 지상파 UHD 방송으로 UHD 산업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계획이지만 2개월여 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장비 개발도 완료되지 않아 불완전 시스템으로 구축되고 있다고 한다. 부실한 기술로 국가 브랜드를 훼손할까 우려된다. 이에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는 ‘정부의, 정부를 위한, 정부에 의한’ 지상파 UHD 방송이 아닌 ‘시청자의, 시청자를 위한, 시청자에 의한’ 지상파 UHD 방송을 위해 지상파 UHD 본방송 일정 연기를 요청하고자 한다.

  지상파 UHD 본방송 일정 조정 문제는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본방송이 2개월여 밖에 남지 않았지만 UHD 방송 제작과 송신 환경이 여전히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아직까지 UHD 방송과 관련된 장비가 납품되지 않은 것도 있다고 한다. 그 외에 현재 지상파 방송사에서 준비하고 있는 UHD 방송 장비 대부분이 완제품이 아닌 시제품으로 불안정한 상태다. 송신 시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상파 3사는 올해 말까지 약 8개의 송신소를 구축할 예정인데 미국에서 ATSC 3.0 표준 확정이 지연되면서 관련 제품 출시 시기도 늦어지고 있다.

  지상파가 일정에 맞게 UHD 방송을 내보내도 문제다. 당장 지상파 UHD 본방송을 볼 수 있는 시청자들이 얼마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2014년부터 판매한 UHD TV에는 유럽식인 DVB-T2 방식이 적용돼 있기 때문에 기존 UHD TV를 구매한 소비자들은 지상파 UHD 방송을 볼 수 없다. 이들이 지상파 UHD 방송을 보려면 별도의 셋톱박스를 설치해야 하는데 아직 이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에 대한 명쾌한 답변이 나오지 않았다.

  또 일반적으로 가전사에서 신규 모델을 출시할 때는 테스트만 10개월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지상파 UHD 방송 표준이 지난 7월 말에나 겨우 확정돼 내년 2월이라는 본방송 일정까지 신규 모델 출시를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내장 안테나 장착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학계와 업계,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지상파 UHD 방송을 무료 보편적으로 서비스하기 위해선 수신 환경을 개선하던지 아니면 내장 안테나를 설치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내장 안테나 장착을 요구하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가전사에서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최근 UHD 코리아가 자체적으로 지상파 UHD 방송 수신을 위한 전원 케이블 장착형 안테나, 초박형 내장 안테나, 금속 로고형 안테나 등 3종을 개발해 UHD 수신 환경 개선에 나서고 있으나 가전사에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어 이 역시 결론이 어떻게 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UHD 콘텐츠를 제작해야 하는 방송사는 가전사보다 더 난감한 상황이다. UHD 본방송을 앞두고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해야 하는데 콘텐츠 제작에 투입할 막대한 재원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놓은 지상파 UHD 정책 방안에 따르면 UHD 콘텐츠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은 지상파가 자체 조달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콘텐츠 제작비에 UHD 장비 수급 부분까지 더해야 하는데 광고 수익은 날이 갈수록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진퇴양난(進退兩難)인 셈이다.

  우리는 이미 한 번의 실패를 경험했다. 아날로그 방송 종료에 급급했던 정부의 성급한 정책 시행으로 직접수신율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똑같은 실패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세계 최초’라는 담론에만 매몰돼 무작정 일정 맞추기만 하지 말고 첫 단추부터 잘 꿰어 시청자들을 위한 지상파 UHD 방송을 해야 한다. 이제는 정부가 선택해야 한다. 일정만 맞춰 엉망진창인 UHD 방송을 시작할지 아니면 본방송 일정을 조금 늦추더라도 시청자들이 제대로 볼 수 있는 지상파 UHD 방송을 시작할지는 온전히 정부의 선택에 달려있다.

2016.12.12.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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