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재갈 물리는 희대의 악법 철회해야 ...

[성명서] 언론 재갈 물리는 희대의 악법 철회해야
시대를 거슬러 가는 ‘표현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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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재갈 물리는 희대의 악법 철회해야

시대를 거슬러 가는 ‘표현의 자유’

더불어민주당이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밀어붙이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단독 처리한데 이어 이번에는 문체위 전체회의 표결 처리를 시도하려다 국민의힘이 안건조정위원회 소집을 요구하며 불발됐다. 하지만 민주당이 강행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정치권은 물론 언론계,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개정안 폐기와 국민공청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피해 시민 구제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귀를 닫고 있다.

언론중재법은 신문이나 방송사, 인터넷신문사 등의 언론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따라 허위․조작 보도를 했을 때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배상액은 하한선을 만들어 해당 언론사 전년도 매출의 1만분의 1, 상한선은 1000분의 1 수준으로 명시했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제도다. 명예훼손죄 등 이미 현행법에 잘못된 보도에 대한 민․형사상 처벌 조항이 있음에도 별도의 법을 만들어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도입하는 것은 이중처벌의 소지가 다분하다. 심지어 입증책임까지 언론에 두었다. 손해배상의 기본 원칙조차 무시한 독소 조항이다.

이러니 정치권은 물론 언론계, 시민사회단체에서도 반헌법적, 반민주적 악법이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헌법적 가치인 표현의 자유에 도전하는 입법으로 향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 또는 정부 정책의 비판이나 의혹 보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시도라는 지적이다.

이번 개정안은 추진 과정에서도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문체위 소속 이달곤․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개정안에 반대 의사를 밝히며 “개정안 의결 직전까지 민주당이 가져온 대안 내용을 공유받지 못했다. 소위 의결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안건조정위 구성도 논란이 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안건조정위는 여야 동수 총 6명으로 구성돼 최대 90일 동안 쟁점 법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현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을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상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 민주당이 25일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희대의 악법이라는 지적에 절차적 논란까지 있음에도 민주당은 시작부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오히려 가짜뉴스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라며 8월 내에 빨리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법안소위에서 가결된 다음날 “(개정안 가결됐는데) 이는 변화된 언론 환경 속에서 피해를 구제하고 공정한 언론 생태를 조성하기 위한 언론 개혁의 첫걸음”이라며 향후 절차를 빠른 시일 내 밟겠다고 강조했다. 김용민 최고위원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고의로 가짜뉴스를 보도하는 것은 범죄이며 표현의 자유 보호영역이 아니라 국가가 피해자들을 보호할 의무만 있을 뿐”이라면서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누리는 언론도 가짜뉴스를 보도할 자유는 없다”고 주장했다.

참으로 염치없는 일이다.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무섭기에 스스로 민주적인 정부라고 내세우던 정부가 독단과 독선적인 태도로 언론중재법을 밀어붙이는 것인지 모르겠다. 민주당이 쪽수로 밀어붙이는 강행 처리를 한다면 야당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하지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는 민주당이 지난 4·7 재·보궐 선거를 돌아보길 바란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다시 한번 들여다보길 바란다. 개정안 처리를 중단하고 국민공청회를 통해 논의한다면 무엇이 진실인지 알게 될 것이다. 언론은 이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되는 4부 요인 중 하나로 중심축을 맡고 있다. 그 축을 더 이상 흔들지 않기를 바란다.

2021.08.18.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